189. 교토 니시키시장 모토이 교자(モトイギョーザ)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어느 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금까지 찾았던 일본의 노포는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보았다.
2025년 2월 '오키나와'에서 시작한 초빼이의 일본 노포 탐방은 4월 '간사이 지역'을 거쳐 9월의 '홋카이도', 10월의 '규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현재는 원래 계획했던 일본의 5개 지역 중 '간토 지역' 취재만 남겨두고 있다. 사실 올해 내에 취재를 마치고자 했지만, 지난 7월의 대지진설과 최근 다시 불거진 지진주의보로 인해 취재 일정을 조금 미뤄뒀다. 초빼이는 덩치는 크지만 의외로 겁이 많은 편이라 지진 같은 천재지변에 민감하다. 게다가 아직도 해보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 조금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한 욕망의 화신이기도 하다.
2025년 일본 취재 일정을 통해 만나게 된 일본의 노포 수는 무려 180여 개가 넘었다. 노포가 가장 많은 간토 지역을 제외한 숫자가 이 정도이니 취재를 모두 마치면 최소 200곳은 훌쩍 넘기게 될 듯하다. 우리보다 더 다양한 영업 형태를 가진 일본의 요식업계의 모습은 거품이 꺼졌다지만 아직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수시로 던져 주기도 했다. 노포들이 왜 노포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줬고, 일본의 노포 역시 이어받을 사람들을 찾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숱하게 보았다.
조선인 강제 이주 노동자들이 즐겨 찾았던 고쿠라(小倉, 기타큐슈)의 카쿠우치(角打ち)와 고베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을 찾으며 재일 조선인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험난한 삶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커피의 시작점인 고베(神戸)의 노포 킷사텐(喫茶店)들에서 잠시 커피 향에 취하기도 했고, 하코다테(函館)의 오래된 양식집에서의 러시아식 양식요리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나가사키(長崎)의 일본식 중화 요리점에서는 초빼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짬뽕의 기원도 살펴볼 수 있었고, 교토(京都)의 정통 일본 요리점에서는 일본 요리의 격식과 철학도 느낄 수 있었다.
오타루(小樽)의 스시 전문점을 찾으며 20대 시절 즐겨 읽었던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을 찾는다는 설렘에 마음 졸였고,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稚内)의 어촌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는 일본 시골 어머님들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경험했다. 일본 최남단 맥도널드를 찾기 위해 향했던 '아에야마 제도'의 이시가키 시에서는 웹사이트의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허탕을 치기도 했다.(5개월 전 폐업했으나 취재처 조사 당시까지 해당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그날 마지막 비행기로 오키나와(沖縄)로 다시 나와 오키나와 남부에 있는 이토만행 마지막 버스에 몸을 올려 겨우 찾을 수 있었던 일본 최남단 맥도널드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하다.
많은 사연과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노포를 취재하기 위해 떠난 길이었으나, 그마저도 일종의 여행이라 생각하면서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익어가고 있다. 기억에 남는 식당들도 굉장히 많았다. 노포를 위한 취재였지만 굳이 노포만 한정하지 않았다. 노포가 만든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운 노포가 되고자 하는 열망도 찾을 수 있었고, 현재의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가는 도전도 볼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가게도 그런 집 중 하나다. 교토의 유명한 미쉐린 1 스타 프렌치 식당 모토이(MOTOI)에서 몇 년 전 론칭한 'MOTOI 교자'다.
우선 교토 '레스토랑 MOTOI(レストランモトイ)'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교토의 고택(古宅, 다이쇼 시대의 저택. 기모노를 판매하던 곳)을 개조하여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메인 셰프인 '마에다 하지메(前田 元, 영문명 Motoi Maeda)'는 교토 출신으로 중국 광둥요리를 10여 년간 배우고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요리를 배웠다. 2012년 레스토랑 모토이를 오픈한 이후 미쉐린 가이드에서 1 스타를 받으며 교토를 대표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성장해 왔다. 모토이의 요리는 교토의 역사와 풍습을 프렌치 요리에 녹여내며 중식의 요리의 방식도 가미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프렌치 요리를 교토의 풍경 속에 녹여냈다고 할까? 이런 창의적 도전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쉐린 가이드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미슐랭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모토이가 ‘느닷없이’ 교자집을 열었다. 교자집의 이름도 역시 ‘모토이 교자(モトイギョーザ)’. 교자집을 열게 된 이유는 너무나 단순해 약간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최상의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했던 아버지가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아쉬워하며 만든 교자에서 출발했다. 교자를 좋아하는 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시작한 '아빠의 만두(パパ餃子)'는 그 속 깊은 이야기부터 너무나 사랑스럽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5월 집에서만 만들던 모토이의 만두는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교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도가 잭팟을 터뜨리며 교자 전문매장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한 만두라니. 잠깐 모토이씨의 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모토이 교자는 교토의 번화가이자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니시키 시장(錦市場)에 자리하고 있다. 교토 전철 가라스마역에서 나와 니시키 시장 쪽으로 걷다가 이치란 라멘 교토 가라스마점을 지나 왼편의 골목으로 접어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십몇 년 전에는 마눌님과 니시키 시장의 일전양식 집을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이번은 혼자서 교자집을 찾는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간절하였지만 오래 자리를 비우기 힘든 마눌님의 업무로 인해 어쩔 수가 없었다.
모토이 교자는 초빼이가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았던 교자집 중 가장 최신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적용시킨 집이었다. 교자집이라기보다 가벼운 와인바 같은 인상이 더 강했다. 가장 고풍스러운 도시 교토에서 가장 최신 인테리어를 갖춘 교자집이라니. 만두집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마저 모토이씨의 의도된, 고도의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 혼자 왔다고 하니 카운터 테이블에 자리를 내준다. 퇴근 시간 전이라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일본인 손님들이 가득하다. 이미 교자와 술을 곁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곁들이는 술이 다른 교자집과 조금 다르다. 꽤 많은(특히 젊은 여성분들이) 손님들이 와인에 교자를 페어링 했다. 수년간 미슐랭 1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모토이'의 뒤를 이어 몇 년간 미슐랭 빕 구르망으로 선정된 '모토이 교자'의 저력이 한 씬에 보였다. '구조와 형식의 파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 올랐다. 원류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으니, 곳곳에 널린 와인잔도 이해가 갔다. 매장을 들어설 때 보였던 '첫 씬'이 분위기와 인상을 규정지었다.
적어도 초빼이에게, 교자집의 변하지 않는 매칭은 야끼교자와 맥주(ビール)의 조합이었다. 가끔은 '나마(なま)'를 주문하기도 하고 맥주가 배부르면 '사와(サワー)'를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와'는 맥주라는 본 역을 지난 후 들리는 간이 정거장의 역할이지 메인 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집은 다양한 술 중에서 와인을 교자와 페어링 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특히 서양인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와인잔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와인과 교자의 조합이라. 강렬한 '테스토스테론'의 분출을 아주 잠깐(?) 느껴졌지만 결국은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맥주를 주문했다. 오십 대의 테스토스테론은 그리 지속 시간이 오래지 않다.
모토이의 시그니쳐 교자는 '파파 교자'다. 돼지고기와 새우, 고수 그리고 부추가 한데 엉킨 속으로 채운 교자다. 고수의 향은 그리 강하지 않고 부추의 향이 조금 더 강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교자에는 마늘을 쓰는 집이 많은데 이 집은 마늘대신 생강으로 향을 배가시켰다. 초빼이는 교토식 교자의 문법을 잘 따르고 있는 '모토이 교자'와 계절 한정 메뉴인 '스지아오노리교자(すじ青海苔ョーザ, 영문명 Seaweed Gyoza)'를 청했다. 전통적인 일본 교자(파파교자, 모토이 교자)와 일본 교자의 문법을 파괴한 새로운 실험들의 결과물이 메뉴판에 가득했다(두치교자, 셀러리 교자, 비건 교자, 해초 교자 등). 사실 문법을 파괴했다고 표현했지만 파괴라는 표현보다는 '진화 또는 도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교자라는 음식이 품을 수 있는 유니버스를 더욱 확장시켰다. 그래서 이 집의 교자가 더 의미 있어 보였다.
모토이 교자는 파파교자와 함께 메뉴판의 시그니처를 구성하는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교자다. 맛있는 교자집에서 먹을 수 있는 교자의 맛 그대로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좀 더 정교하고 좀 더 다듬어진 맛을 지니고 있었다. 마늘의 향을 잡기 위해 마늘 한 톨 한 톨에서 마늘 심을 뽑아 향을 잡는 노력까지 쏟아부은 만두다. 게다가 화학조미료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건강도 챙겼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향의 배열이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면 가장 먼저 부추의 향이 올라오고 그 뒤를 이어 육향이 느껴진다. 마늘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수의 향이 존재감을 알릴 정도로 올라온다.
마치 향수를 좋아하는 이가 두세 가지의 향수를 레이어드 해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엔 부추와 육향이 강하게 앞으로 치고 나오다 시간이 흐르면 부드럽게 안정화된다. 그리고 그 향들이 결합한 후 고수의 향이 덧대지며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향수를 사용할 때 느끼는 탑노트와 미들 노트 그리고 베이스 노트까지의 환상적인 여정을 짧은 시간 동안 만두 한 입에서 느낄 수 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 만두를 설계한 사람은 희대의 천재이거나 향의 사용에 능수능란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귀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풍부한 육즙의 느낌은 향수의 완성을 앞당기는 알코올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모토이가 직접 만든 교자 소스와 식초의 조합도 인상적이었다. 유자와 레몬, 키위청도 직접 만들어 쓰는 정성이니 어지간하려니 싶기도 했다. 모토이에서도 소스와 식초를 배합한 소스가 모토이 교자에 적절할 것이라 추천해 줬다.
'스지아오노리교자(すじ青海苔ョーザ, Seaweed Gyoza)'는 '담백함'과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감칠맛'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싶은 교자다. 풍부한 육즙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자랑하는 일반의 교자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우리가 일본의 교자집에서 당연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육즙의 풍만함과 육향은 이 '해초교자'에선 찾을 수 없다. 그래서 파격이자 새로운 실험이다. 깔끔하고 기름지지 않은 건강함이 해초교자엔 숨어있다. 해초 특유의 담백함과 미세한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토이에선 해초교자는 '순수한 소금'을 찍어 먹으라 권한다. 간장이나 중국의 흑초간장 최근엔 식초와 후추의 조합으로 교자 소스를 만들어 먹는 초빼이조차 순수한 소금은 아직 경험이 없었다.
소금을 찍은 해초교자를 입에 넣었다. 굳이 교자를 먹은 후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켤 필요가 없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발판으로 '짜고, 쓰고, 신' 소금의 다양한 맛이 입안에서 가감 없이 느껴진다. 그 유명하다는 '플레르 뒤 셀(Fleur de Sel)'일까? 결정이 무척 곱고 아름다운 소금을 쓴다. 덕분에 소금 특유의 '쓴맛'은 심하진 않다. 교자의 속으로 사용한 해조류에서 바다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셰프의 의도가 확연하게 보인다. 아마도 소금을 고르는 과정도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테다.
혹시나 싶어 해초교자를 모토이 교자에 곁들인 소스에 찍어 먹어봤다.
쓸데없는 호기심은 생명을 단축시키거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소스의 작용으로 교자에서 약간의 비린맛이 올라온다. 셰프가 추천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 해초교자는 화이트 와인과의 페어링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산물이나 생선류의 요리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쯤에서 보니 모토이 교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일본화된 중국음식을 내는 프렌치 스타일 교자집'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할 듯싶었다. 셀러리 만두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지만 더 이상 음식을 구겨 넣을 공간이 남지 않았다. 적당한 포만감과 나긋한 만족감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 좋은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 맥주를 입에 털어 넣고 계산을 했다. 등 뒤로 직원분들의 경쾌한 인사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의 기분 좋은 인사에 가게를 나서는 내 기분도 더불어 좋아졌다.
교토식 교자와 다양한 실험적 교자가 나오는 이 집은 교토의 기분 좋은 경험이다.
[추가 팁]
1. 매장명 : 모토이 교자(MOTOI GYOZA, モトイギョーザ)
2. 주소 : 470-2 Setoyacho, Nakagyo Ward, Kyoto
3. 영업시간 : 화~일 11:00~21:00 / 정기휴무 : 월요일 / 라스트오더 : 20:00
4. 주차장 : 인근 민영주차장 또는 니시키 시장 주차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2,000엔
- 81-75-212-9896
- 예약처 : (타베로그) https://tabelog.com/kyoto/A2601/A260201/26035067/dtlmenu/?utm_source=chatgpt.com
6. 이용 시 팁
- 니시키 시장 초입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 첨가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 22년부터 미슐랭 빕구르망으로 선정되었다.
- '비건 메뉴'도 구비하고 있어 다양한 식취향을 가진 분들이 찾기 좋다.
https://maps.app.goo.gl/EaLNPjQDP3TGzvt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