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처럼 켜켜이 쌓인 깊고 진한 말차의 고향, 우지.

190. 교토부 우지시 츠엔혼텐, 이토큐에몬 우지혼텐

by 초빼이

[일본차의 시작과 끝, 우지차(宇治茶)]


우지(宇治)는 교토의 남쪽, 전철로 30여분 남짓 거리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헤이안 시대 후기에 건립된 세계문화유산 뵤도인(平等院)을 품에 안은 채 천년 고도 교토의 관문으로 오랜 시간을 지켜왔다. 그와 함께 우지의 차(茶)도 일본차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오랜 전통을 지켰다. '우지차(宇治茶)'는 교토가 일본의 수도이던 시기부터 지역의 특산품이 아닌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차'로서 그 고귀함과 기품을 뽐냈다. 그와 더불어 우지시(宇治市)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차를 생산하는 곳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가장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일본에서 '차(茶)'는 지배계급의 의례와 접대, 선물, 권력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 시기부터 우지는 교토의 지배계급을 위한 최상급의 차를 생산해 냈다. 가마쿠라 시대(1185~1333년) 초기, 중국에서 선종이 전해질 때 차의 묘목과 차 마시는 법을 일본으로 함께 들여온 사람은 '에이사이 선사'였다. 에이사이 선사와 교류해 오던 '묘에 쇼닌'은 에이사이 선사가 교토 고산사(高山寺)에 심었던 차 묘목을 얻게 되는데 이때부터 차는 일본 전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우지는 일본에서 차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초기부터 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역. 교토의 왕족과 고위관료, 스님과 같은 한정된 계층만이 우지에서 생산된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초기 사찰에서는 약이나 수행을 위한 약품의 개념으로 마시던 '차'는 무로마치 시기(1336~1573년)로 넘어가며 음료로 즐기는 형태로 마시는 법이 변하게 된다. 무로마치 시대인 16세기 경부터 우지에서는 차의 품질을 전면적으로 향상하는 기술의 혁신이 일어났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오히시타 재배법'의 시작이었다. '차나무를 덮어 키우는 재배법(차광)은 진한 녹색과 강한 감칠맛을 돋게 하는 고급차를 얻을 수 있게 했는데 이때부터 말차(抹茶)의 원료인 '덴차'와 '옥로' 세상에 나왔다. 이후 우지차는 일본왕실의 후원 아래 차 생산지 중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1738년에는 찻잎의 싹을 찐 후 손으로 굴리며 차 건조기 위에서 말리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우지제법(宇治製法 또는 青製煎茶法)'이라 불리는 차 생산법은 일본 전국 각지의 호평을 받으며 전국으로 퍼져 일본차 제조법의 주류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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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지차밭 2. 우지찻잎 (출처_구글재팬) / 3. 우지차 4. 우지차 (출처_일본농림수산부 일본의 전통음식)

이후 일본에서는 오히시타 재배법과 우지제법으로 만들어진 센차(煎茶)나 옥로(玉露)를 마시는 다회(茶會)가 교토를 중심으로 문인들에게 퍼져 차를 마시는 공간인 다실(茶室)이 늘어나게 되었다. 에도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쳐 우지차는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일본 최초의 커피집인 고베의 '호코도 커피'는 우지차를 해외로 수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를 담은 상자에 커피를 싣고 들어와 판매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기부터 우지차는 일본 전역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고, 일반 가정까지 널리 퍼지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에서는 '우지차(宇治茶)'는 교토부(와 일부 인접 현)에서 재배된 찻잎을 교토부의 제조업자가 '우지에서 유래한 방법'으로 가공한 녹차라고 정의한다. 우지는 단순한 산지의 의미가 아니라 차의 재배와 가공, 유명도, 유통 네트워크까지 한데 묶은 '브랜드'나 말차를 만드는 표준 규범이 되었다. 우지에서 재배된 찻잎보다는 '우지에서 만들어 낸 제조법'이 '우지차'라는 이름을 붙이는 더 큰 기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지는 그야말로 '일본 고급차의 산지'이자, '차를 생산하는 기술'과 '브랜드' 그리고 '차문화와 철학'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우지로 떠나는 여행_츠엔혼텐(通圓本店), 이토큐에몬 혼텐(伊藤久右衛門 宇治本店)]


우지역에서 내려 역 앞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우지시 전체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우지바시(宇治橋)를 만나게 된다. 646년 건립된 우지바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最古)라고 알려져 있다. 마치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되는 문처럼 묘한 분위기로 우지의 입구에 서 있다. 그 다리를 건너면 대도시 교토에서 벗어난 시골이 되고, 권력과 문명의 세계의 경계를 벗어난 은둔지가 되며, 삶의 세계를 벗어난 사후의 세계(정토, 뵤도인은 정토정 사찰이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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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겐지노모노가타리(源氏物語) (출처 : 위키피디아 재팬) / 2. 무사라키 시키부_화가(和歌)_백인일수(百人一首)중 57번(番) (출처 : 위키피디아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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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지바시(宇治橋) / 4.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 (출처 : 직접촬영, 위 2번 그림과 자세가 유사하다)

'우지'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궁중소설이자 고전문학의 정점이라는 '겐지노모노가타리(源氏物語)'다. 이 소설의 후반부의 이야기는 '우지시'를 무대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히카루 겐지'가 마흔을 넘긴 후 세상에 대한 허무감을 느끼며 은거하는 장소로 활용된 것. 일본의 고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어서인지 우지바시의 입구에는 단아한 모습으로 강가를 지키고 있는 무라사키 시키부의 동상도 볼 수 있다. 그녀가 지키고 있는 다리를 단숨에 건너면 바로 오른편에 낮게 드리운 지붕을 이고 있는 오래된 찻집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찻집이자 차 생산자의 하나인 츠엔혼텐(通圓本店)이다.



1. 츠엔혼텐(通圓本店)


교토를 찾을 때마다 무언가에 이끌리 듯, 우지(宇治)를 찾았다. 교토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우지를 찾지는 않아도, 우지를 방문한 사람은 교토에 오면 반드시 우지를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천년고도 교토의 풍경을 보면서도 무언가 균형적인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잠시 하루쯤 시간을 내어 우지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우지역에서 내려 우지바시를 향하는 길은 참으로 고즈넉하다. 오래된 건물과 요즘 새로 지은 듯 보이는 건물들이 뒤엉켜 또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오래 살아남은 것은 언제나 과장되지 않았고, 새로 만들어진 것들은 오래된 것과 발걸음을 맞추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맞춰져 있었다.


그 마을길을 제대로 느껴본 후 우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잔잔히, 그러면서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 위로 왜가리인지 무엇인지 모를 목이 긴, 흰 새가 먹이를 찾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우지바시를 건너면 마치 이승을 떠나 도솔천에 다다른 느낌이다. 경치는 바뀐 것이 없지만 공기 속을 흐르고 있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급작스레 갈증을 느낀다. 다리 바로 옆의 찻집으로 향한다. 조금은 오래된, 그러면서도 조금은 요즘 사람의 손을 탄 것 같은 낮은 건물이 초빼이를 반긴다. 13년 전에도 그렇게 반겼다. 그때는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택했던 것이 오늘과 다를 뿐이다. 츠엔혼텐(通圓本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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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처럼 아주 오래된 찻집이다. 헤이안 시대 말에서 가마쿠라 시대 초(대략 1160년대 전후)에 창업했다 전해진다. 우지강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잠시간의 휴식과 차를 제공하던 다리의 수호(橋詰, 하시즈메, 다리를 뜻하는 橋와 머무르다는 의미의 詰(즈메)라는 글자가 결합하여 '다리의 끝' 또는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 찻집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츠엔(通圓)'이라는 상호도 '대대로 이어진, 차를 만들던 가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같은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며 '천년이 가까운 시간을 동일한 업을 이어온 집이다. 말차와 일본 다도(茶道) 문화의 중심지 '우지'를 상징하는 노포로 '차 문화가 제도화되기 이전 생활 속에서 마시던 차'와 '다도(茶道)'의 기원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품은 장소다.


우지바시는 교토 도성으로 드나들기 위한 지리적인 요충이었다. 츠엔은 우지차가 교토로 들어가는 첫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무로마치 시대에서 에도 시대에 이르는 기간에는 쇼군이나 사찰의 승려, 문인들이 오가며 차를 마시기도 했다. 강과 다리를 끼고 마차나 수레를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는 옛 시대의 '드라이브인 스루'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오래된 찻집이기에 품고 있는 사연도 많았다. 13년 전 처음 이 집을 들렸을 때, 사장님께서 직접 낡은 '두레박'을 보여주며 "이 두레박은 가문의 가보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물을 떠 줬던 두레박이다"라고 자랑도 했었다. 게다가 그 두레박을 만든 이는 일본차 문화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센노리큐(千利休)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보통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 당시 사실 초빼이는 '이거 사기아냐?'라는 의심도 했었다. 400여 년 전의 나무 두레박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리도, 그렇게 좋은 상태일 수도 없을 것이라 의심했었다. 게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나라에는 크나큰 상처를 준 임진왜란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부인(否認)보다는 불신(不信)이 더 앞섰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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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츠엔의 가보(두레박) / 2. 츠엔혼텐 입구 / 3. 옛 간판

시간이 흐르고, 취재를 위한 사전 자료조사를 한 후 찾은 나에게 그 두레박은 '노포의 자존심이자 전통 일본차 역사의 증거'로 의미가 바뀌었다. 실제로 츠엔의 10대와 11대 당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임을 받아 우지강의 물을 길어 교토의 후시미성(伏見城)으로 차를 끓이는 물을 납품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후시미성에 머물던 시기는 일본에서 차의 문화적 위상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 우지는 그 당시에도 차의 본고장이라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관했던 다회(茶會)는 차의 본고장인 우지의 물과 도구까지 갖출 정도로 '격식(格式)'이 중요했었다. 심지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지' 이외의 지역에서 취급하는 차를 '우지차'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니 당시 일본 지배층들의 우지차에 대한 태도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츠엔에 들렸다면 기본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것은 말차(抹茶)다. 츠엔혼텐에서 말차를 빼고선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13년 전에도 초빼이는 이 집의 말차와 디저트를 맛본 기억이 있다. 이번 방문에도 뭔가 다른 차를 마셔보겠다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츠엔(通圓)=말차(抹茶)"라는 공식이 이미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동면옥이나 이문설렁탕에 가서 '평양냉면'이나 '설렁탕'이 아닌 다른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13년이, 아니 1천 년이 흘러도 이 집에서는 말차다.


굳이 말차를 주문하는데도 츠엔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센차를 내준다. 그래도 따뜻한 센차 한 입이면 온몸을 짓누르고 있던 피곤함이 한 번에 사라진다. 차 특유의 향과 쓰디쓴 차의 끝맛이 온몸으로 퍼지며 자양강장제 같은 역할을 하는 느낌이다. 피곤함과 너저분함에 절여져 있던 입 속을 깨끗이 씻어낸다. 말차의 디테일한 맛을 보기 위한 전주(前奏, Prelude)다. 주제부라 할 수 있는 말차에 앞서 말차의 분위기나 맛에 대해 미리 추측할 수 있는 힌트를 던진다. 센차로 입을 정갈히 하며 말차를 맞을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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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와 엽차는 차이가 있다.

말차는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 '차를 먹는' 형태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찻잎을 딴 후 잎맥을 제거하고 절구로 갈아 고운 입자 형태의 분말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신다. 반면 엽차는 잎을 그대로 말려 '차를 우려먹는' 형태로 섭취한다. 끓는 물에 찻잎을 넣어 차의 주성분만 추출한 후 찻잎은 버리고 마시는 형태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아주 오래전에는 말차 형태로 차를 음용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경부터 본격적으로 엽차의 형태로 차를 음용했다. 불교의 쇠퇴와 차를 사치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왕실과 사찰의 차문화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일본의 말차 문화는 송대의 점다법(点茶法)의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남아 있다.


말차를 담은 '완()'과 양갱을 담은 삼각형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많으나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언급을 하지 않는다.) 완과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는데도 진하고 두터운 말차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말차의 매력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굳이 한두 가지를 꼽으라면 '중후(重厚)함과 농후(濃厚)함'이라 할 수 있다. 완과 어우러진 연록빛 색상의 두터움에서 중후함을, 그리고 말차의 짙은 향과 쓴 맛을 통해 농후함을 세상밖으로 드러낸다. 사실 이 쓰디쓴 음료를 왜 마시나라며 생각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지만 나이라는 숫자를 자주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해 가며 중후함과 농후함에 조금씩 애절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쓰면 쓸수록, 진하면 진할수록 더욱 찾게 되는 것이 말차가 아닐까 싶다.


말차를 한 모금씩 마시며 곁들이는 디저트, '양갱'은 그야말로 변태적 가학의 극치다. 쓴맛의 말차와 은은한 단맛의 양갱이 서로 합을 맞추며 작은 초빼이의 입속을 쾌락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할아버지나 아재들이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오가며 몸을 담글 때의 그 쾌감이 이러하지 않을까? 몸의 말초 신경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신경에 강한 자극을 던지며 독특한 쾌감을 얻는 것 같다. 특히 일본의 오래된 노포 찻집이나 화과자 집에서 만들어 내는 양갱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공장 양갱과는 수준이 다르다. 재료 자체의 단맛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인위적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천의무봉(天衣無縫)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까? 좀처럼 단맛의 음식을 손에 대지 않는 초빼이조차 이런 양갱을 앞에 두고선 사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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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이 집에서 숨겨둔 최고의 맛은 고개를 돌리는 내 시선으로 느끼게 된다.

도시의 삶과 다른 저만의 빠르기로 흐르는, 고고한 우지강의 물결이 왼쪽 어깨너머의 창 밖에서 펼쳐진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츠엔은 시대를 앞선 드라이브인 스루 찻집이기도 했지만, 최근에 유행하는 교외의 경치 좋은 대형 카페라도 해도 손색이 없다. 무려 1천 년 전에 세워진 다실이 이렇게 시대를 앞서갔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우지의 자연 풍경은 산수화 그 자체다. 옛사람들은 차(茶)를 수양과 득도를 위해 마셨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레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우지차의 상징과 같은 노포 찻집, 츠엔혼텐이다.


[추가 팁]

1. 매장명 : 츠엔혼텐(通圓本店)

2. 주소 : Higashiuchi-1 Uji, Kyoto

3. 영업시간 : 월~일 10:30~17:30

4. 주차장 : 자체 주차장 유(매장 앞)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엔

- 81-774-21-2243

6. 이용 시 팁

- 우지바시를 건너자마자 바로 볼 수 있다.

- 이 집의 말차는 필수코스. 디저트는 선택. 하지만 말차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묘미는 잊을 수 없다.

- 우지강이 보이는 창가자리를 추천한다.

https://maps.app.goo.gl/Bf5o1RTtsvr6ZSnW8



2. 이토큐에몬 우지혼텐(伊藤久右衛門 宇治本店)


이토큐에몬 우지혼텐은 앞에서 언급한 츠엔보다 더 일본의 찻집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집이다. 그들의 시작은 에도후기인 덴포 3년(1832년). 아직 200년이 되지 못한 신생의(?) 가게다. 이토큐에몬의 시작도 찻집이 아닌 차의 재배와 제다를 전문으로 하던 곳이었다. 비교적 짧은 그들의 역사에 비해 그들의 비즈니스 능력은 다른 여타 찻집보다 더 뛰어났다. 이토큐에몬의 매장은 이미 우지를 벗어나 교토의 기온과 교토역, 우지역 인근, 뵤도인, 대만까지 널리 퍼져 있다. 역사와 전통성에서는 츠엔이 더 앞설 수 있지만 우지차의 대중화와 보급엔 이토큐에몬이 더 뛰어났다.


우지타와라(宇治田原) 지역에서 차업으로 시작한 이후, 1952년(쇼와 27년) 이토큐에몬의 5대 대표가 우지로 사업장을 이동했다.(지금의 뵤도인 근처) 이토큐에몬의 대표적 상품은 우지차와 말차를 아낌없이 쓴 화과자와 디저트다. 매장 내에서 시음과 구매, 그리고 카페의 영업까지 함께 이뤄진다. 초빼이는 이 집의 말차 파르페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말차의 색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가 너무나 이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었다. 말차 아이스크림과 롤케이크, 당고, 와라비모치 등이 기다란 유리잔에서 만들어내는 조합은 어지간한 미술작품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파르페가 담긴 용기에 '우지(宇治)'를 상징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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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방문한 곳은 츠엔에서 조금 더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우지혼텐(宇治本店)이었다. 사실 이토큐에몬은 교토부터 우지역점까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혼잡하다. 모처럼 찾은 우지에서 그런 소음과 혼잡함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부러 조금 떨어진 본점으로 걸었다. 얕은 언덕길 위에 자리 잡은 본점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모든 손님들이 현지인들이었다. 지역민들의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매장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평안함을 느꼈다.


이토큐에몬은 츠엔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다. 조금은 가볍고 좀 더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이미 경험해 보았으니 다른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츠엔에서는 말차를 고집했지만, 이토큐에몬은 조금 더 선택의 폭이 넓다. 디저트나 말차가 담긴 페이지를 뒤로 넘기고, 이토큐에몬에서 개발한 말차 소바를 주문했다. 이상기후로 초봄이었지만 워낙 더웠던 날이라 온몸의 열기를 식히기엔 소바만 한 게 없을 것 같았다. 주문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2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여성 손님들이 많았다. 평상복을 입은 분들도 있었지만 몇몇 테이블의 사람들은 모임이었는지 꽤 근사하게 차려입었다. 게다가 색상이 너무나 이쁜 기모노를 입은 분들도 두세 분 정도 눈에 보였다. 이토큐에몬을 정의하자면 모임을 하기에도 좋고, 평상복으로 찾아도 좋은 곳, 화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하고 조촐하지만 격식 있는 식사도 가능한 곳, 역사와 전통을 갖췄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와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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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행태와 의복, 식사의 형태를 보면 이 가게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토큐에몬은 전통적인 깊이와 엄중함보다는 가볍고 편안하며 대중적인 곳으로 그들의 길을 잡은 듯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미 테이블엔 소바가 올랐다.


쯔유에 와사비를 모두 풀고 파를 올렸다. 말차소바는 초빼이도 처음이다. 소바 특유의 메밀향 자리에 이토큐에몬은 말차의 향을 밀어 넣은 것이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크로렐라면이 떠 올랐다. 80년대인가 '팔도'라는 라면회사에서 내놓았던 크로렐라면의 색상이 이랬던 것 같다.


말차소바에 올려진 김을 면과 함께 섞은 후 면의 끝자락만 쯔유에 담가 들이켰다. 메밀의 향을 대신한 말차의 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일본의 소바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 키치(Kitch)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마음에 들었다. 소바면에 말차를 섞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소바를 먹을 때 메밀 고유의 향을 중시하는 일본 고유의 전통과 상식을 깨트리고자 한 시도는 아주 지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 일을 해냈다. 말차소바의 기원이 이 집은 아니더라도 말차 고유의 향을 소바면에 입히는 시도는 굉장히 놀라운 도전이었을 터. 이 작은 시도가 음료로 '마시는' 말차를 '먹는' 말차로 형태를 바꿨다. 아니 형태를 바꾼다기보다는 말차의 영역을 확장했다. 차의 향과 맛을 즐기는 디저트에서 향을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식사의 형태로 바꿔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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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만족스러운 작은 한 끼였다. 말차의 깊고 중후한 맛을 소바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이토큐에몬의 용기가 더욱 눈에 도드라졌다. 역시 세상은 도전하고 무언가를 바꾸려는 자에게 더 친절하다. 천년에 가까운 말차의 전통이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고 세상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더욱 인상적인 것은 전통적인 우지 말차의 기원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츠엔혼텐과 다양한 시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말차를 알리고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두 노포가 한 공간에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서로가 우선시하는 가치를 지켜내는 모습이 부러움을 지나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 노포들의 강점이자 지속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지차보다 더 영롱히 빛나는 우지의 차 노포 츠엔혼텐과 이토큐에몬 우지혼텐이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추가 팁]

1. 매장명 : 이토큐에몬 우지혼(伊藤久右衛門 宇治本店・茶房)

2. 주소 : Aramaki-19-3 Todo, Uji, Kyoto

3. 영업시간 : 월~일 10:00~18:00

4. 주차장 : 자체 주차장 유(매장 앞)

5. 참고

- 예산 : 1인당 1,000~2,000엔

- 81-774-23-3955

6. 이용 시 팁

- 츠엔혼텐이 접하고 있는 도로를 따라 쭉 올라가면 금세 만날 수 있다(도보 5분)

- 말차파르페는 필수. 여유가 있다면 말차소바도 추천한다.

- 본점을 찾기 어렵다면, 교토나 우지시에 분점도 여러 곳 있다. 그러나 초빼이의 추천은 우지본점이다.

https://maps.app.goo.gl/KpZSRxgLhqZdQfE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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