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미들랜드스퀘어 B1, 키시멘차료 이시콘
키시멘(きしめん)은 흔히들 나고야(名古屋)가 그 발원이라 생각하지만 원래는 나고야가 속한 아이치현(愛知県) 전역에서 먹을 수 있었던 아이치현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아이치현의 가리야시(刈谷市)의 명물이었던 '히라타치 우동(平打ちうどん, 때로는 히모카와(ひもかわ)라 불리던)'으로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 또한 중국 과자의 일종인 '기시멘(碁石麺(きしめん))'에서 기원했다 한다. 중국의 기시멘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납작하게 편 다음 대나무통 등을 사용하여 바둑알 모양으로 뽑아 삶은 후 콩가루를 뿌린 음식이었다. 물론 중국 기원설 외에도 꿩고기(雉, きじ)를 재료로 사용하여 '기지멘(きじめん)'이 되었다는 설과 기주(기슈, 紀州)에서 전해져 기슈멘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출처, 일본 농림수산성 "우리 집 전통요리")
아이치현에서 기시멘이 유명해진 것은 인근 관서지방의 우동보다 국물의 맛이 스며들기 쉽고, 제대로 된 다시의 맛을 선호하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하였다. 납작한 면을 입에 넣었을 때 국물의 맛이 싱겁게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 지역 사람들은 주로 '무로아지(ムロアジ, 갈고등어)'로 다시를 냈는데, 무로아지는 가다랑어보다 독특한 향을 낼 수 있었고 특유의 진한 육수도 뽑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콩으로만 만든 장, '타마리(たまり, 溜まり醤油’를 줄임말로, 삶은 콩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후 소금물을 넣어서 숙성시킨 진간장)'를 배합하여 진한 육수를 만들어 냈다.
일본 JAS(일본 농림규격, 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s)에서는 키시멘은 두께 약 2mm 미만, 폭 4.5mm 이상의 평평한 면(건면)을 뜻한다. 반면 생면의 경우는 이런 기준은 없고 기본적으로 면이 납작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하였다. 결국 국물(육수)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납작한 형태의 면'이 기시멘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치현 전역에서 먹던 키시멘은 나고야로 유입되며 나고야를 대표하는 '나고야메시(名古屋めし)'의 하나가 되었다. 대도시로 유입된 키시멘은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 냈다. 카레의 민족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인들의 식습관에 맞게 '카레 키시멘'이 만들어졌고 떡을 넣어먹는 키시멘, 까르보나라 키시멘까지 다양한 형태의 변종들도 생겨났으며 초등학교의 급식에도 포함되어 있다. 현대에 이르러 나고야의 키시멘으로 유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에도시대) 아이치현의 여러 지역에서 즐겨 먹던 향토 음식임은 부인할 수 없다.
'나고야 메시'는 나고야와 그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향토 음식과 식문화를 총칭하는 말이다. 오래전부터 먹어온 요리도 있고, 최근에 나고야에서 만들어진 요리도 포함된다.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알려진 개념인데, 일본의 TV나 잡지에 집중적으로 소개되며 나고야와 아이치현의 독특한 식문화로 주목받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다. 지금은 지역의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나고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까지 그 위상이 격상된 상태. 나고야를 대표하는 미소 돈가스나 미소 니코미 우동, 키시멘, 테바사키(닭날개 튀김), 히츠마부시가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들 '전라도 음식'이라 총칭하는 그런 의미에 가깝다.
키시멘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육수(다시, だし)가 중요한 음식이다. 면의 형태조차 '다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 정도니 나고야 사람들의 '다시(だし)'를 대하는 태도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요리에는 "관서는 다시(だし), 간사이는 츠유(つゆ)"라는 말이 있다. 간사이 사람들이 그만큼 '다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하지만 간사이의 다시에 대한 열정만큼 나고야 사람들의 다시에 대한 열망도 거대했다. 교토의 '다시(だし)'가 식재료의 본 맛을 살리기 위한 도구로서의 국물이라면, 오사카의 다시는 곤부(昆布, 다시마)와 가쓰오부시의 조화로 만든 우동을 위한 국물이었다. 하지만 나고야의 다시는 간사이의 다시에서 더 진화하여 감칠맛을 더욱 극대화 한 다시였다. 그런 다시를 만드는데 앞장선 회사가 나고야의 '이시콘(石昆)'이라는 곳이다.
이시콘(石昆)은 1918년 문을 연 곳으로 나고야시 나카무라구에서 다시마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통점으로 업력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생산된 자연산 재료를 100% 수작업을 통해 가공하여 만들어내는 다시마 및 해산물 가공품 전문점이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과 역사는 지금은 나고야를 대표하는 식재료 및 기념품 전문 기업으로까지 위상을 끌어올렸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시콘(棊子麺茶寮 いしこん)'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도에 개점하였다.
반찬과 다시를 내는 식재료에만 집중했던 그들이 '다시'에 포커스를 맞추며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놀라울만한 도전이었다. 식재료를 만들고 공급하던 업체에서 음식점까지 내는 것은 굉장히 과감한 도전일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이 내는 음식에는 그들의 대표 상품을 사용한다. 어찌 보면 유관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기도 하다. '와(和)'의 철학이 아직도 작용하고 있는 일본의 문화와 환경에서는 꽤 과감한 선택이기도 하다. 자신의 본분을 알고 그것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과 다른 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는 사회인 일본에서 타 영역으로의 진출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예전처럼 사회적으로 배척받거나 처분을 받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
그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그들은 현명하게도(영악하게도) '다시'라는 단어를 앞세웠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키시멘은 '나고야의 우동집'의 흔한 음식이 아니라 '곤부(昆布)를 오랫동안 취급해 온 노포가 자신의 핵심 자산인 '다시(だし)의 기술을 가지고 나고야의 오래된 향토음식인 '키시멘'을, '제대로 된 나고야의 방식'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들이 내는 다시에는 그래서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홋카이도산 다시마와 마쿠라자키산 가쓰오부시, 우루메부시(멸치를 말린 건어물), 나고야 코친(나고야 지역의 토종닭), 말린 표고버섯과 말린 조개류 그리고 교토의 채소를 사용한다. 거기에 면의 재료인 밀가루는 아이치현산 밀가루를, 쌀은 도야마현의 고시히카리를 쓰고 미역은 이와테현의 미역을 활용한다.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특정 식재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식재료는 아이치현이나 나고야의 식재료다. 실로 영약하고 치밀한 의도가 한 그릇의 키시멘에 담긴 셈이다.
나고야 역 바로 앞에 자리한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미들랜드 스퀘어(백화점)' 지하에 플래그십을 만들며 나고야를 대표하는 식품기업으로 이미지까지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하나의 치밀한 전략처럼 보인다. 매장의 입구는 원래 자신들이 판매하던 다시마와 해산물을 판매하는 팝업 매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고객들이 식사 후 자신의 입에 맞는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초빼이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기도 싫었고, 이 집에 들어선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고급스러운 육수(다시) 향에 이미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기 때문. 다시마와 건어물 등으로 유명한 모기업 이시콘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키시멘은 바지락이 잔뜩 들어간 키시멘을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했다. 원래 진한 것으로 유명한 키시멘의 '다시'에 얇게 저민 콘부(다시마)까지 넣었으니 그 감칠맛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또 하나의 핵심은 건바지락. 우리나라에서도 조개류를 말려서 많이 사용하는데 일본도 다를 바 없었다. 물론 나는 바지락뿐만 아니라 말린 홍합도 무척 좋아한다.
해산물(어류도 포함)을 바다의 바람과 햇빛으로 말리면 그 지니고 있는 깊은 맛을 몇 곱절 더 깊게 만드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해산물의 진한 감칠맛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상밖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이런 말린 바지락의 깊고 중후한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삼생의 복을 쌓아야 만들어지는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우리나 일본이나 인류학적이나 유전적으로 기원도 비슷하고, 일본땅으로 건너간 고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머물렀던 곳 중 한 곳도 나고야 인근이었으니 추구하는 맛도 그리 다르진 않을 거라 싶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진한 바지락 해장국 한 그릇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고야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집이 키시멘의 원조집이었는데, 사실 그때는 키시멘이 다시의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음식인지는 몰랐다. 고급스럽고 깊은 맛의 다시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원조집보다는 바로 이 집 '이시콘'의 키시멘이었다. 음식을 먹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한 국물과 탄탄한 면의 감촉이 만들어내는 그 조합에 깊이 빠져 있었고, 가끔 씹히는 바지락의 그 깊은 체향을 음미하느라 모든 감각기관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밥은 어찌 그리 감칠맛 나게 지어냈는지. 해산물의 엑기스가 모두 밥알 사이사이로 스며들어가 초빼이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과연 100년 넘게 식재료를 취급해 온 이들이 만들어 낸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시콘이라는 회사가 왜 ['와(和)'의 정신을 위배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이시콘'이라는 식당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키시멘 가격으로는 조금 비쌀 수 있지만 우리가 백화점 식당에서 느낄 수 있는 정도의 부담이었으니 그리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이 집도 아마 초빼이가 마눌님과 함께 나고야에 온다면 찾게 될 집이 아닐까 한다. 나고야에서는 이미 두 집(히츠마부시 원조집과 이시콘)이나 점찍었다.
아! 직원분들도 너무나 친절하다.
외국인 손님을 맞을 언어능력은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과 친절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사진은 직원분께 식재료를 물었을 때, 정성스럽게 손으로 써 준 재료들)
*P.S 1.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 도쿄와 관동지방의 소도시를 취재하고 얼마 전 돌아왔습니다. 초빼이의 노포일기를 3주나 휴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네요. 5천여 장이 넘는 사진을 정리하는데만 무려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양해와 사과의 말씀드리며, 초빼이의 노포일기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P.S 2. 병원 진료 예약으로 인해 미리 예약발행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모든 확인을 했으나, 제가 체크하지 못한 오타나 내용상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간여유가 될 때 수정하겠습니다.
[추가 팁]
1. 매장명 : 키시멘사료 이시콘(棊子麺茶寮 いしこん)
2. 주소 : Nagoya, Nakamura Ward, Meieki, 4 Chome-7-1 ミッドランドスクエア 商業棟 B1F
3. 영업시간 : 월~일 11:00~15:00, 17:00~20:00
4. 주차장 : 백화점 주차장 사용.
5. 참고
- 예산 : 1인당 2,000~3,000엔 (신용카드 가능)
- 문의 : 81-52-462-9242
6. 이용 시 팁
- 다양한 키시멘을 제공한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
- 세트메뉴도 있으며, 계절에 따라 밥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 음식을 먹어보고 나오며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음. 우리나라의 법에 의해 농산물과 축산물은 엄격하게
반입이 금지되지만, 수산물은 제약이 거의 없다.
귀국 시 선물용으로 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구입이 가능하다는 의미.
https://maps.app.goo.gl/k96sE5g2Ts4Cz2g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