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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Mar 23. 2023

초빼이의 해외 노포일기[오사카 난바 카도야かどや]

한국의 족발 요리의 원형을 찾아볼 수도 있는 일본식 족발 선술집

초빼이의 노포 일기 50회를 마치고, 

'50주에 이른 대장정의 막을 내릴까 더 이어 나갈까?' 하고 며칠을 고민했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굳이 '50'이라는 숫자에 그리 집착하지 않고 해 오던 일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포에 관한 글은 노포에 대한 기록이라 생각하고 지속하고, 지역의 맛집에 관한 글이든 색다른 경험에 대한 글이든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계속 써 보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인 거죠. 




지난 2월 코로나로 인한 해외여행 규제가 풀린 후 업무차 일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몇 년간 국제교류 업무를 맡았던 이유로 1년에 네댓 번씩 해외출장을 다녀왔었는데 전 세계적인 역병(코로나)의 창궐 이후로 그마저 막히게 되었고, 초빼이는 염원했던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게 되었던 상황. 


코로나 이후 첫 출장지는 일본의 오사카(大阪)로 결정

많은 사람들이 오사카는 '일본의 부산'과 같은 곳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초빼이도 그 생각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일본 내에서도 관서를 대표하는 도시로 오사카를 꼽고 있고, 우리가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느끼는 생동감과 활기를 일본인들도 오사카에서 느끼는 듯하니 '일본의 부산'이라는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초빼이가 오사카를 다녀온 지가 벌써 7~8년이나 지나 사실 오사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진 시간.

이번 출장은 일본의 요식업계의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출장이라 '야키니쿠(やき‐にく [焼(き)肉])'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오사카를 출장의 목적지로 잡은 것은 필연이라고 할까? 덤으로 노포를 좋아하는 초빼이의 기호상 오사카의 몇몇 노포를 돌아보고 싶었던 욕심도 일정에 반영시켰다. 


카도야의 일본식 족발


초빼이가 오사카 출장 중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오사카부 오사카시 나니와구 난바나카에 자리한 카도야(豚足のかどや)라는 노포 선술집. 다행히 숙소로 잡았던 호텔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집이라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 이 집은 구글맵에 특이하게도 '돈소쿠노카도야(豚足のかどや)'라고 상호명을 적혀 있을 정도로 '일본식 족발'이 유명한 집이다. 


족발이라는 음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나라에서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가깝게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부터 독일과 폴란드 스페인까지. 

그중 한국의 족발요리는 굉장히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데, 아마도 첫 시작은 끓는 물에 족발을 넣고 삶아서 먹는 형태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러한 원형에 한반도에서 인기를 끌었던 중국 요리인 오향장육(五香醬肉)의 장육을 만드는 기법이 가미되어 현재의 족발이라는 음식의 형태로 완성되었을 것이라 음식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장충동 일대가 한국 음식으로서 '족발'의 성지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으로 보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에도 시대의 덴무 천황의 명으로 '육식금지령(675년)'이 발표되고 무려 1,200여 년간을 육식금지령을 지키며 살아왔다. 당연히 그 시기동안 포유류의 고기 요리는 백성들이 먹지 못하게 되었고, 고기를 활용한 음식을 만드는 법도 그리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일본에서 육식금지령이 사라진 것은 메이지 덴노가 사라진(1872년) 이후의 일인데 이후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일본요리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일본의 족발요리는 오키나와의 데비치나 치마구 등에서 찾을 수 있지만 본토라 일컫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리 찾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孤独の グルメ)'에도 가끔 등장할 정도로 족발 요리가 일본인들에게도 친숙해진 것도 사실. 일본의 족발요리는 보통 야키니쿠 집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일본의 야키니쿠 집들은 패전 후 귀국하지 못한 재일교포 한국인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일본인들이 먹는 족발요리에서 한국 전쟁 이전(장충동식 족발 이전)에 먹던 한국 족발요리의 일부 원형을 찾아볼 수 있겠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카도야(かどや)는 오사카의 중심 난바와 JR난바역 사이에 자리 잡은 1951년 개업한 노포 선술집. 

원래는 오사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현지인 맛집'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관광객들도 많이 찾게 되었다고 한다. 가게 문을 들어서면 가운데의 주방을 둘러싼 바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그 양편으로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배치되어 있는 구조. '오전 8시부터 술자리를 시작(실제로도 아침 8시에 손님들로 가득 찬 선술집을 많이 보았다)'한다는 오사카 사람들이 저녁 해가 지기도 전에 이미 자리를 잡고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다.  


사람들의 앞에 놓인 안주거리 중 공통되는 하나가 바로 '일본식 족발'

우리네 그것처럼 간장이나 약재 등을 넣지 않고 그냥 끓여낸 족발 한 접시가 거의 모든 테이블에 공통적으로 올려져 있다. 주문을 하면 금세 접시에 족발 네댓 개를 담아 테이블에 올려준다.(혼자 방문한 관계로 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일단 너무나 하얀 족발의 외형에 흠칫 놀란다. 

한국의 족발처럼 껍질에 양념이 스며들어 있거나 하지 않고 순수한 족발의 색을 그대로 드러내며, 하얀 김을 피워 올리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또 하나 놀란 것은 이렇게 삶아낸 족발에서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날 듯도 한데 초빼이는 전혀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는 것.

족발 한 덩어리를 집어 입으로 넣는다. 잘 익은 돼지고기 냄새가 올라오며 상당히 부드러운 식감의 껍질 부분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족발을 오래 삶아서인지 살점이나 뼈들이 쉽게 분리되었고 굉장히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1. 일본식 돼지 족발  / 2. 미소된장을 기본으로 해서 만든 소스.

두 번째 조각부터는 허식의 껍질을 벗고 손가락으로 집고 먹기 시작. 함께 내 준 미소(味噌/みそ) 향이 좋은 소스를 찍어 입에 넣으니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내 옆자리에서 혼술을 즐기는 직장인 같은 현지인도 손가락으로 집어 게걸스럽게 먹는다. 족발이라는 요리는 결국 손을 사용해서 먹어야 시작과 끝이 완성되는 그런 요리가 아닐까 순간 생각도 든다. 함께 내 준 소스는 조금은 짜게 느껴지지만 족발에 남아 있는 기름기를 싹 없애주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 집 음식의 핵심은 족발이 아니라 이 소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오랜만에 마시는(일본의 수출금지 이후 한 번도 마시지 않았던) 아사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이 일본식 족발 요리에 꽤나 잘 어울리는 '합'을 보인다. 옆자리의 혼술을 즐기는 일본인과 나란히 족발을 게걸스럽게 먹는 중 옆자리 사람이 '스미마셍, 수프 쿠다사이(スープ ください)'라 외치니 사장님이 조그만 그릇에 족발을 끓인 물을 담아서 내주고 그걸 바로 받아 마신다. 초빼이도 바로 '스미마셍'이라 하며 손가락으로 옆의 그릇을 가리키니 바로 담아서 내주는 센스. 

의외로 차가웠던 오사카의 밤바람에 잔뜩 움츠렸던 몸이 국물 한 모금에 스르륵 녹는다. 굉장히 진한 색상의 육수는 의외로 깔끔하고 꽉 찬 느낌의 국물이었다. 조금만 간을 첨가해 삶은 라멘을 넣어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족발을 삶는 솥. '수프 쿠다사이'를 외치면 이 솥의 국물을 떠서 준다.
카도야의 숯불꼬치 - 하라미(안창살)와 탄(소 혀) 꼬치

주문을 받고 굽기 시작하는 야키니쿠 접시가 드디어 올라왔다. 

하라미(ハラミ / 안창살)와 탄(たん / 소혀) 두 종류로 주문한 꼬치구이는 숯에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들어가자마자 주문하는 것이 조금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소혀 꼬치를 한 입 베어무니 익숙치 않은 식감에 잠시 당황했지만 고기를 씹는 맛이 독특하니 나쁘지 않다. 함께 주문한 안창살은 이미 아는 맛과 식감이라 더욱 좋은 느낌. 전반적으로 고기의 육질이나 식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 꼬치도 함께 내 준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풍성해진다. 600엔~700엔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우리네 소고기 값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수준. 게다가 선도나 맛도 좋으니 굉장히 가성비 좋은 메뉴들이다. 


사실 초빼이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여 기본적인 일본어 단어만 몇 개 아는 수준이라 이런 선술집에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현지 직장인들이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 찾는 작은 선술집이라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많지 않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였지만, 서툰 한국어로 만든 메뉴판도 준비해 놓고 있었고 사장님도 외국인에 대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 주는 분이었다. 


또한 미리 몇몇 개의 메뉴는 단어를 외워갔었기 때문에 주문에 대한 부담이 덜했고, 혼술 하는 일본인들도 굉장히 많아 혼자 술을 마시는 것에서 오는 어색함도 느끼지는 못했었다. 단, 외국인은 일하는 종업원 두 명과 내가 전부라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소음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또한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출장 전날부터 장염으로 고생하는 바람에 이 좋은 안주를 두고 맥주 두 병밖에 마시지 못했다는 것. 음식의 퀄리티와 음식점의 분위기는 너무나 훌륭하여 다시 방문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하더라. 아마도 다음번 출장에도 다시 찾게 될 듯한 느낌. 


70여 년의 시간이 매장 전체에 조용히 내려앉아 이 집과 음식들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해 주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첫 방문부터 굉장히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곳. 



[메뉴추천]

1. 반드시 족발은 필수메뉴임. 족발을 먹을 땐 반드시 '수프 쿠다사이'를 외치시길. 

2. 탄과 하라미도 굉장히 좋은 상태의 음식이었음.

3. 천엽도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임.

4. 기본정보 

    - 상호 : かどや

    - 주소 

      영문주소 : 1 chrome-4-15 Nanbanaka, Naniwa Ward, Osaka, 556-0011 일본  

      일본어 주소 : 〒556-0011 大阪府大阪市浪速区難波中1丁目4−15

    - 전화문의 : +81666317956

    - 영업시간 : 화요일 휴무, 수~월 11:00 ~ 22:00

5. 현금 계산만 가능하다. 


[추가 팁]

1. 난바, 도톤보리, 우라난바와 가까워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 특히 JR난바역, 오사카 난바역과 가깝다. 

2. 한국어 몇 마디 하면 한글 메뉴판을 주신다. 사장님도 한국어 단어 몇 개는 가능하심

3.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 인근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고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항상 가득하다. 

4. 주변에 다치노미나 다른 선술집들도 많아 술 한잔 걸치고 싶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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