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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Apr 06. 2023

초빼이의 해외 노포일기 [오사카 난바 소바요시そばよし]

현지인들에게는 장어덮밥보다 더 유명한 58년 된 소바(そば) 노포

오사카는 인근 교토, 고베, 나라와 함께 역사적 배경이 깊고 오래된 지역의 하나이다. 

'나니와(오사카의 옛 지명)'로 불리던 오사카는 실제로 우리 역사 흐름에서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남긴 인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재건되어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전국을 통일한 이후 오사카 성을 축조하면서 정치적, 지역적 기반을 안정화한 후 임진왜란을 본격적으로 일으켰으니 우리의 역사와도 미묘한 끈이 연결되어 있는 곳. 


이런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도시라 오사카 시내에는 꽤 많은 노포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오사카 난바(難波) 지역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오래된 노포 소바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게 이름은 바로 '소바요시 본점(そばよし 本店). 

난바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나 난바지역은 꽤 넓은 곳이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난바지역에서는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정확하게는 난카이 난바의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어 도보로 난바역에서 갈 경우 10~15분 정도의 발품을 팔아야 하는 곳이다.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소바요시 본점(そばよし本店)을 찾거나 '난바야사카신사(難波八阪神社)'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노포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가성비 넘치는 장어덮밥'으로 굉장히 널리 알려진 곳이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부러 찾아가 이 집의 '장어덮밥(うなぎ丼)'을 먹고 사진을 찍어 올리며 가성비와 맛있는 장어덮밥에 대한 글들을 수없이 올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명소같이 된 곳. 


초빼이는 사실 '소바요시 본점'에 대한 우리나라 관광객의 수없이 많은 글들을 보면서 근본적인 의문을 하나 떠올리게 되었다. 'そばよし 本店'이라는 일본어 상호명을 보아도 소바집으로 창업하여 아직도 '소바집'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왜 뜬금없는 장어덮밥 관련 글의 홍수일까?  그런 궁금증으로 많은 블로거들의 글들을 읽다 보니 몇몇의 단어로 압축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가성비, 장어덮밥, 한국보다 싼'이라는 세 단어.

이 세 단어로 압축되는 특징에서 '아, 이 집의 우나기동 가격은 일본에서도 저렴한 편이지만, 한국의 장어덮밥에 비해서도 저렴하구나'라는 생각과 '일본의 오래된 노포이니 더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라는 추론까지 가능하였다. 그래서 초빼이는 오히려 더 이 집의 '소바'를 먹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소바요시 본점((そばよし 本店) - '삼품와리코소바(三品割子そば)'


소바요시 본점은 오사카 시내에 총 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일본하고도 오사카까지 왔는데 본점을 방문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이 부러 본점을 찾게 되었다. 소바요시는 본점(元町本店)을 필두로 니시나카시마점(西中島店), 신사이바시점(心斎橋店), 혼마치점(本町店), 우에혼마치점(上本町店 / 긴테츠 백화점 내), 아베노점(阿倍野店)이 있다. 


출장업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점심시간에나 도착할 수 있었던 본점 앞은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웨이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인들. 그나마 한국 관광객들을 이 날은 찾을 수 없었다.(그래서 장어덮밥을 먹고 있는 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웨이팅 하고 있는데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분이 내게 몇 사람이 왔는지 물어보길래 '히토리데스(一人です)'라 답했더니 바로 입장하라고 안내해 준다. 업소 안으로 들어가니 1인용 좌석으로 다시 안내까지 해 주었다. 메뉴판을 보며 메뉴를 고르던 중 주위를 둘러보니 거의 모두가(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 모두) 소바를 먹고 있거나 주문하고 있었다. 내 선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며 메뉴에서 '산품와리코소바'를 주문.    


사실 이곳은 교토 정토정 진서파(京都浄土宗鎮西派)의 사찰(大幸寺)에서 대대로 주지스님에게 전래된 '소바우치(そば打ち)'비법을 전수받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집의 업력을 300년이 넘었다거나, 110년이 되었다고 하는 블로그 글들이 생겨난 것으로 추측한다. 사실 초빼이도 이 집에 관해 사전 리서치를 하면서 110년이 넘은 소바집으로 생각하고 찾기도 했다. 하지만 소바요시 본점의 정확한 창업연도는 1965년 4월 1일로 58년을 운영해 온 노포이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형태로 설립한 것은 1971년도이다. (출처 : 소바요시 본점 웹사이트)


이 집에 대해 좀 더 깊이 조사해 보니 작은 소바집이라 생각했던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홋카이도의 스나가와에 '소바요시 농장'을 설립하고 소바의 재료가 되는 신선한 메밀을 직접 생산하여 공급받고 있다는 것. 작은 소바집이 아니라 '농업법인'과 같은 구조로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해오고 있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농업법인'들의 운영구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개기도 되었다. 


산품와리코소바(미시나와리코소바)의 '삼품' - 나메코 버섯과 청어알, 참마(토로로)와 청어 그리고 덴푸라

주문한 음식이 작은 쟁반에 올려져 나왔다. 

조그맣고 귀여운 삼단의 칠기 찬합(割子)에 소바가 올려져 있고, 쯔유를 담은 작은 주전자와 함께 삼품(三品)의 찬들이 함께 나왔다. '와리코(割子)'는 '칠기가 된 삼단 찬합'을 뜻하는 말로 나가노현의 도카쿠시 소바, 이와테현 모리오카의 완코소바와 함께 일본의 3대 지역소바라 불리는 '이즈모'지역 소바를 뜻한다고 하는데 이즈모의 유명한 신사 참배객을 위해 도시락처럼 담아준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서빙하는 직원이 음식을 건네주며 내가 외국인인 것을 눈치챘는지, 일본어로 천천히 먹는 법을 설명해 준다. 대충 추정해 보면 야쿠미(무와 파)를 얹고 쯔유를 부어서 먹고, 다음번 찬합에 남은 쯔유를 붓고 다시 먹으라는 내용인 듯했다. 그리고 토로로(참마를 간 것)를 부어서 먹어도 맛있다고 친절히 설명한다.(사실 일본어는 단어 몇 개만 알아서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직원분의 설명대로 천천히, 그러나 외국인인 것 같지 않게(?) 당황하지 않고 소바를 먹기 시작. 

음식은 입으로도 먹지만 향으로도 먹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순수한 메밀향이 마치 내가 메밀밭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더라. 한국에서도 좋은 메밀집을 나름 다녀봤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일본의 메밀을 다루는 기술은 '어나더 레벨'인 것은 확실한 듯하다. 또 한 번 초빼이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게 된 순간. 

  

순서대로 하나씩 하나씩


이 집 소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토로로가 정말 예술적이었다는 것. 

어떻게 '마'를 갈아서 이렇게 부드럽고 찰기가 넘치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릇에 담긴 날계란(크기는 메추리알에 가까웠던)을 풀어서 젓다보면 굉장히 끈적끈적한 상태가 된다. 함께 올려놓은 청어조림 조각도 굉장히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었던. 덴푸라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중에서 가지튀김은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것 같은 부드러움과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먹어보고 경험해봐야 할 음식은 넘쳐난다는 것이 사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바에 부어 먹는 쯔유(つゆ). 달거나 짜기만 했던 이전의 소바쯔유는 진정한 쯔유가 아니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맛을 품고 있었다. 그렇다고 일본 특유의 짠맛이 약한 것은 아니나 이런 게 진정한 쯔유의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던. 오랜만에 오래전 방문했던 도쿄의 '칸다 야부소바' 생각이 났었던.(몇 년 전 화재로 도쿄 지방문화재였던 건물이 전소되었다던데... 잘 운영되는지도 궁금하다)   


이 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맥주나 니혼슈를 함께 곁들이지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쉬웠던 기억도 떠 올랐다. 

급성 장염에 걸려 밤새 고생하면서 한 끼만 먹으면 호텔로 돌아가야 했던 그날의 암담함도 다시 기억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의 오래된 노포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좋은 '소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에 기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이 집에서 얻었던 또 하나의 인사이트는 음식은 맛과 향으로도 먹지만, 눈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메뉴 하나를 구성하고 그것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을까 하는 '담음새'를 고민한 흔적들이 너무나 자명하게 눈에 보인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은 일본의 요식업계가 적어도 우리보다는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네 노포들의 음식 담음새도 다시금 생각나게 하였다.  


아마도 다음 오사카 방문에도 다시 찾아 다른 소바들을 시도하게 될 듯하다. 



[메뉴추천]

1. 예약제라고 알려져 있으나, 점심시간에는 그냥 방문해도 무방한 것 같다. 현장에서 예약도 받음.  

2. 소바 전문점으로 거의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소바를 주문한다. 한국어 영어 메뉴판이 있으나 설명은 조금 

   빈약하니 미리 메뉴를 공부해 두고 가면 주문하기 편함. 

3. 저녁시간에는 코스요리 등도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니혼슈도 있음. 단체식사도 가능하나 이때는 반드시 

   예약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 주변에 유료 주차장 있음. 

4. 기본정보 

    - 상호 : そばよし 本店

    - 주소 

      영문주소 :  2 Chome-9-13 Motomachi, Naniwa Ward, Osaka, 556-0016 일본

      일본어 주소 : 〒556-0016 大阪府大阪市浪速区元町2丁目9−13

    - 전화문의 : +81666337234

    - 영업시간 : 월요일 휴무, 화~일 11:00 ~ 21:30

5. 현금 및 카드 가능.(현대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추가 팁]

1.  JR난바역에 숙소가 있어 도보로 찾아갔는데,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2. 한국어 메뉴판 구비하고 있다. 

3. 점심시간만 피하면 조금은 편하게 입장할 수 있다. 

4. 장어덮밥은 먹어보지 않았으나, 현지인들은 소바 위주로 주문하는 것을 보면 소바에 더 강점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소바를 주문해 보시길 추천한다.(초빼이는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 한국인은 한 명도 못 봤고

    현지인들만 있었다. 심지어 외국인은 초빼이 혼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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