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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Jul 31. 2023

초빼이의 음식 체험 [항공기 비즈니스석 식사]

특별하지 않지만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은 한 끼의 유혹, 비즈니스석 식사

초빼이는 음식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음식보다 세상엔 더 많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존재합니다. 

나라마다, 재료에 따라, 또는 장소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형태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너무나 많이 있죠. 이런 서로 다른 요소에서 오는 다양한 음식의 체험은 사실 많은 쉽게 사람들이 하기 힘든 경험들일 겁니다. 


어느 날 급작스럽게 이런 경험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첫 번째 경험으로 소개할 음식은 항공사 기내식 체험으로 정했습니다. 때마침 얼마 전 업무상 출장으로 인해 해외에 잠깐 방문한 경험이 있어, 사진 자료를 남긴 것들이 있었거든요. 


해외여행이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된 것은 아마도 90년대 초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88 올림픽을 거치며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였고,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와 급속한 경제 성장의 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나섰던 시기였죠. 해외를 나가려 하면 우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비행기 좌석은 몇 등급으로 나뉩니다. 흔히들 말하는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 일등석 등이 우리가 쉽게 아는 분류일 겁니다. 물론 요즘은 조금 더 세분화되었지만요. 



초빼이의 경우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탈 때 가장 그리운 것은 따뜻한 샤워와 식사입니다. 

좁은 항공기 좌석에 끼어 장시간을 견뎌야 하고 굉장히 건조한 기내의 공기에 오래 노출되어 있다 보면 온몸의 근육을 긴장감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따뜻한 샤워가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또 장시간의 탑승시간 동안 딱딱하고 조금은 성의 없게 느껴지는 기내식을 세끼 이상 먹다 보면 부드러운 식사도 많이 그립죠. 

특히 이코노미석의 식사는 굉장히 마음과 몸까지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다들 귀국하는 비행기, 특히 국적기를 타게 되면 승무원들에게 사발면을 요청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이번 출장에는 운 좋게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은 가격 차이가 조금 있으니 당연히 좌석의 넓이와 음식 등 제공되는 서비스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후 거의 3~4년 만의 해외 출장길이니 평소보다 더 마음도 설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제가 이번에 이용한 항공은 아시아나 항공이었고, 인천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짧은 코스였지만, 식사 한 끼는 제공되는 코스여서 다행히 비즈니스 석에서의 식사를 오랜만에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단점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내려야 할 정도로 비행시간이 짧았다는 거?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은 바람의 영향 때문인지 시간이 더 짧습니다. 


역시 이코노미석의 식사와는 달리, 나름 메뉴판을 제공하여 천천히 읽어보고 선택하게 했습니다. 


총 2가지의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메뉴였습니다.     

전체와 후식은 공통된 것이었고 주요리는 두 가지 종류의 메뉴 중에서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러시아 요리인 스트로가노프와 일본식 퓨전요리라고 할 수 있는 '미소소스를 곁들인 닭다리살 요리'가 제공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 노선이다 보니 일본풍 음식이 한 종류 들어 있었던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초빼이가 선택한 요리는 '쇠고기 스트로가노프'였습니다. 비즈니스석에 있는 다른 승객들도 8~90%는 이 요이를 선택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러시아식 소고기 요리이기에 그런 듯합니다. 


스트로가노프는 얇게 썬 쇠고기를 볶고, 크림소스에 양파와 버섯을 곁들인 요리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전통 요리라고 하는데 18세기 경 유럽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내식으로 제공된 스트로가노프는 크림과 데미글라스로 만든 스트로가노프 소스에 아스파라거스, 버섯, 당근, 말린 토마토와 으깬 감자를 같이 냈습니다. 크리미 한 소스와 아스파라거스, 드라이드 토마토 등이 꽤 잘 어울려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체로 나온 발사믹 펄과 체리 토마토를 곁들인 게살 샐러드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기내식이다 보니 채소를 좋아하는 초빼이의 먹성에는 미치지 못할 양이었습니다만, 꽤 고급지고 신선한 야채로 채워져 흥겨운 전체가 되었습니다. 


다만 얼그레이 무스 케이크는 너무 저온에서 보관해서인지 단단하게 굳어, 그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젤리의 중간 정도 굳기에, 가벼운 느낌의 케이크가 무스케이크이라 알고 있었는데 기내식의 그것은 그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역시 무스 케이크는 보관 온도가 중요한 음식이라는 게 확연히 보이더군요. 항공기라는 좁은 공간의 제약이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지만요.  


함께 제공되는 버터와 발사믹 식초(Italian Balsamic Vinegrette Dressing)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출발일 당일 급성 장염에 걸려 와인을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었죠. 사실 이 음식을 먹고 난 후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굉장히 고생하기도 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비즈니스석 식사를 하며 한참 출장과 여행을 다니던 몇 년 전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재미도 꽤 좋았던 기억이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여러분들께도 꼭 한 번은 경험해 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 가끔은 초빼이의 노포일기 본편 외에 이런 음식체험도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노포는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과 경험은 언제나 존재하니까요.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콘텐츠를 채워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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