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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힐링미 암환우 수기

by 힐링미
ⓒunsplash

2023년 1월 11일


아침 7시에 핸드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김ㅇㅇ유외과입니다. 박ㅇㅇ씨 되시죠?”

그 뒤엔 그냥 무덤덤하게 통화를 했다.

1월 5일 국가건강검진으로 유방암 검사와 갑상선도 초음파검사까지 했다.

갑상선은 깨끗한데 유방엔 조직검사.

크게 걱정하지 말고 결과 기다리래서 맘 놓고 있었는데 검사 조직에서 암세포…

1.5cm 정도라며 빠른 시일 내로 보호자와 병원 방문 해달라는 의사 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갈게요.”하고 통화를 끝냈는데 정말 그냥 무덤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같이 일하는 친구 장미(가명)에게 내일 오전 시간 되면 나랑 병원 같이 가줄래?

하니 스케줄 취소 하고 같이 가준단다. 친구에게 말하는데 그제야 실감이 났다.




ⓒunsplash

그리고 또 한 친구, 가기 싫다는 나를 병원으로 끌고 가 건강검진 하게 만든 국화(가명)에게 전화로 결과를 알리니 내일 자기도 병원 가겠다고… 내가 괜찮다고 장미가 같이 가준다고 하니 장미가 있어도 앞으로 병원 다니고 수술하러 다닐 때 자기랑 같이 다녀야 하니 내일 자기도 오겠다며…

여기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챙겨줘 감동받고 너무 고마웠고 앞으로 닥칠 일들이 너무 무서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친구 두 명 대동하고 병원 가 결과 듣고 병원에서 삼성병원 예약 잡아 주셨다.

그때가 설 연휴 있던 달이라 예약이 많이 늦게 잡힐 거라 하셨는데 예약 잡아주신 간호사님이 넘 행운이라며 예약이 빨리 잡혔다고 기뻐해주시고... 난 그저 무덤덤하니 아무 생각이 안 나는데 친구들도 너무 다행이라 안심하며 기뻐해 그런가 보다 하는... 그 후 삼성 서울 병원과 강남 세브란스 두 곳 예약해서 강남 세브란스로 결정하고 삼성 서울은 빠른 취소.




ⓒunsplash

진단받고 19일 뒤 강세 첫 진료 날, 친구 국화와 KTX 타고 SRT 갈아타고 수서역 도착.

아무 생각 없는 날 끌고 뛰다시피 강남 세브란스 셔틀버스 태우고 병원에 도착하니 막내 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막내 동생은 조퇴하고 누나 보러 오고...

셋이서 병원 가서 친구 국화가 등록하고 CD 복사하고...

이것저것 빠르게 처리해 주니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

친구랑 동생이랑 점심도 못 먹고 있어서 더 미안했다.

난 금식하고 오래서 그렇지만 나 때문에 둘 다 밥도 제때 못 먹어 속상.

계속 둘 이 밥 먹고 오래도 말을 안 들어 그거도 속상.


진료 준비 다 하고 유방외과 가니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한참을 기다려 첫 진료 보러 들어가니 생각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교수님이 말씀하시네.

"유방암으로는 죽지 않습니다."

... 그러면서 3월 30일 수술 가능하다시며 그날 수술 하겠냐고 물으신다. (그날은 1월 30일)

"그 날짜가 제일 빠른 날짜면 그날 해야죠."라고 말하니 교수님이 잠깐 옆방에 다녀오시더니 3월 3일로 훅~당겨 주시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로선 그거 또한 행운!!


결론은 3월 2일로 또 당겨져 수술했다.

금식하고 왔으면 오늘 검사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가라며 다음에 보자고 인사하고...

MRI와 본스캔은 예약이 너무 밀려 있으니 수술하러 입원해서 하기로 해서 2박 3일 입원이 아니라 3박 4일 입원하기로 결정.

나머지 검사 하고 입원 수속 예약하고 마지막 셔틀 타고 수서역 도착.

나 때문에 쫄쫄 굶은 친구와 동생이랑 저녁 먹고 동생이랑 헤어지고 친구랑 포항행.

SRT 타고 동대구역 도착해 KTX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이 넘 안 맞아 시외버스 타고 가야지 했는데 친구 신랑이 포항에서 대구로 데리러 와줘서 너무 편하게 집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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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받고 친구랑 가족에게 너무 고맙고 감동받고 그동안 내가 정말 좋은 사람들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구나라고 느끼는 날들이다.

포항 와서 평소와 같이 출근해 수업하고 퇴근.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암환자라니...

실감이 전혀 나지 않은 상황인데 같이 일하는 친구 장미가 작년에 유방암 진단받은 선배...^^;;

상피내암이지만 양쪽 전절제 하고 바로 재건한 상태인데 이런저런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꿀팁 전수를 매일매일 해주네.

여러모로 운이 좋은? 나인 듯. ^^


써지브라도 새거 있다고 주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 수술하러 강세 입원하기 며칠 전 가족이 코로나 걸려 집에 못 있어서 부랴부랴 병원 갈 짐 싸서 혼자 집 근처 호텔에서 3박.

병원 가는 날 친구 국화가 호텔로 데리러 와 역에 데려다주고 가방도 들어주고 잘 다녀오라고 꼬옥 앉아줬다.

간호병동 예약해서 보호자 필요 없어서 혼자 올라가고 수술 당일엔 큰 동생이 동의서 써주고 병원 있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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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입원 3월 2일 수술로 정해지고 수서역 도착하니 막냇동생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둘이서 같이 셔틀 타고 병원 도착해 입원 수속까지 시간 남아 삼계탕 먹고 병원 와서 입원 수속.

막내 동생이 병실 데려다주고 이것저것 챙겨 주고 가고 나도 옷 갈아입고 환자 모드.

그렇게 3박 4일 코스로 왼쪽 가슴 부분 절제하고 홀가분하게 집으로 가자!! 했는데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입원 전 MRI검사를 못하고 입원 후 했는데

수술 전날 밤 9시에 교수님 외래 오라고 연락받아 급하게 유방외과.

교수님이 MRI결과가 좋지 않다며 크기도 2.5cm에다 유두 가까이에 작은 점으로 퍼진 암세포들도 있어서 유두 못 살리고 부절이 아닌 전절로 해야 한다며 수술 후 바로 재건하겠냐고 묻는데 그저 네 라고 대답.

뭐가 더 나은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른 사람들 하는 데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대답하고 나니 그럼 오늘 푹 쉬고 내일 수술방에서 만나자 하시며 걱정하지 마라고 해주시네.

교수님 만나고 나오니 간호사님이 성형외과로 가란다.

왜지? 하며 바로 옆 성형외과 가니 재건을 위한 설명과 보형물 복원과 자가 조직 복원 중 선택 그리고 수술 후 바로 복원 안되고 확장기 넣고 나오고 2주에 한 번씩 식염수 넣어야 한다는 한 번도 못 들어 본 말들만 계속 듣고 가슴 사진 이쪽저쪽 찍고 매직으로 선 그리고...

샤워할 때 지워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당부.

그렇게 멘붕의 연속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다시 병실에 와서 친구랑 동생들이랑 통화하고 멘탈 무너진 채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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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당일 큰 동생이 대구에서 올라와 하루 종일 병원에서 기다리고 수술하고 나왔을 때 2시간 넘게 케어해주고 그다음 날 또 와서 보고...

남동생 둘 있는데 누나 때문에 고생시켜 미안한 마음... 앞으로 더 잘해줘야지.

수술도 깨끗하게 되고 림프 전이는 없다고 경과 좋다고 조직 검사 결과는 2주 후 나올 거라고 회복 잘하라시며 쿨내 진동하게 가시는 교수님. ^^

3박 4일 후 퇴원 예정이었는데 부절이 전절이 되고 성형외과 수술 들어가 확장기 하고 나오는 바람에 9박 10일 만에 강남 세브란스에서 퇴원.


림프 떼어내서 왼쪽 팔 못쓰고 배액관도 달고 있어

바로 집으로 안 가고 한방병원에 입원하기로 미리 예약을 해뒀었다.

힐링미 어플을 알게 되어 도움을 많이 받아 상담받고 강남 세브란스 근처인 거도 맘에 들고...

퇴원은 막내 동생이 와서 한방 병원 같이 가서 입원 수속 도와주고 갔다.

남동생 둘이 교대로 누나 챙기느라 바쁜 착한 내 동생들.

한방 병원에서 케어 잘 받으며 유방외과 성형외과 외래 편하게 다니고 2주 만에 퇴원.

큰 동생이 대구에서 올라와 퇴원 수속해 포항에 데려다주고 다시 대구행.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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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퇴원해 거의 매주 유방외과 성형외과 진료 다니느라 3.4.5월이 다 지나네.

그사이 조직검사 결과 나와 나도 못 가본 미국을 내 암세포는 비행기 타고 온코 검사.

거금 385만 원... 은 날아갔지만 항암 패스라는 결과받고 전절이라 방사도 패스.

호르몬 양성이라 5년 동안 아로마신과 루프린 조합 당첨.

이때만 해도 아로마신의 위력을 상상도 못 했다.

아로마신 부작용에 비하면 4주에 한 번씩 루프린 맞으러 서울 가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로마신 복용하고 3주 정도 지나니 갑자기 할머니 몸이 돼버렸다.

온몸의 근육이 너무 아프고 손은 관절통으로 욱신욱신...

2년 반이 지나 지금은 익숙해진 통증이지만 여전히 아프고 괴롭다.




ⓒunsplash

그 뒤로 6개월 확장기하고 있다.

그해 10월에 멘토스무스로 보형물 교체 수술하고 25년 1월에 유두 복원 수술 하고 지금 7월이다.

아직 유륜 문신이 남아 있지만 문신은 천천히 하려고 생각 중.

모든 수술은 여름엔 피하는 게 좋다. ^^


수술 후 몸 상태가 넘 안 좋아 힘들었는데 직장 때문에 자주는 못 가지만

여름 겨울 방학 때마다 힐링미 어플 자주 들락거리며 요양병원 알아보고 입원하며 관리 중이다.

매번 도움 받아 좋은 병원에서 면역치료 도수치료받고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나면 또 6개월

버티는 삶을 2년 반 넘게 해 오는 중.




ⓒunsplash

이번에도 힐링미 어플보다 수기 이벤트를 한대서

암진단받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정리해 보는 기회가 될 거 같아 도전해 본다.

글을 적다 보니 또다시 나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내가 운이 좋은 유방암 환자라는 걸 느끼고...

그리고 이렇게 나를 돌아보게 해 준 힐링미에게도 감사를...

이상 나의 아만자 생활기 끝!! 은 아니네. ^^

앞으로도 현명하고 씩씩하게 지내자~










*'박*이'님이 보내주신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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