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을 읽고

관찰과 묘사

by 줄리아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한국전쟁 전후의 혼란과 분단의 상처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과 갈등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이념의 충돌이 꿈틀거리고 때로는 피에 물든 상처가 생길 때도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때론 희생하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려고 했다.


시대에 희생양이 되어 가난한 현실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버티던 사람들의 모습에 잔잔한 슬픔도

느껴졌다. 힘든 시간을 견디는 소설 속 사람들은
고단하고 힘들었을 시간들을 시에 녹여내기도 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기도 한다. 지금은 많은 것이 풍요로운 시대이기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팍팍한 삶을 보고 나니 내가 사는 시대에 새삼 감사함도 느껴졌다.


특히 형제 염상구와 염상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염상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고 염상진은 어떻게 살아야 옳은가를 묻는다. 태백산맥의 비극은 누가 옳았는가 틀렸는가가 아니라 이념이 인간을 삼켜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긴 이야기를 생생하고 절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긴 호흡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내가 살지 않았던 시대,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내가 공존하는 느낌도 들었다.

조정래 작가의 풍경묘사는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산과 들판. 마을풍경,
계절의 변화가 인물들의 감정과 맞물려 표현된다. 그래서 독자에게 그 공간에 있는듯한 몰입감을 준다. 사람들의 행동과 말, 몸짓까지 묘사하여 인물의 심리와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산마루에 서자 지리산의 골짜기들이 겹겹이 열리며 안갯속으로 마을과 논밭이
아득하게 잠겨있었다."

이 부분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모호함은 이념이 먼저인가 인간이 먼저인가를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조정래작가처럼 묘사를 잘하는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주변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묘사하는 훈련을 해야겠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 보자.
지금 쓰는 글과 몇 년 뒤에 글이 조금은
다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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