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문체

by 줄리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류를 분류하는
학자로서 그의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모든 어류를 자신의 분류체계에 집어넣기 위해 때로는 집착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지진이 일어난 뒤 자신의 일부 와도 같은 그의 모든 것인 물고기들이 바닥에 널부러 졌을 때 그가 느낀 그 당혹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설사 자연현상이 그를 막더라도 그는 여전히 그의 위대한 표식을 물고기에 철저히 남겨야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 터그를 지켜보고 있자니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분류이고 노력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인간이 만든 체계라는 틀에 데이비드 스스로가 갇혀버린 것은 아닌지... 결국 물고기라는 우리가 만든 분류의 범주는 실제 자연을 완벽히 반영하지 않는다.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만든 개념일 뿐 , 진짜 자연의 경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이지 진짜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철학책인지 좀 구분이 애매했지만 신선한 접근이 좋았다. 계속 읽어갈수로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어쩌면 물고기를 인간에 비유한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모든 것이 진짜 맞는 것일까?
인간이 정해놓은 모든 것들은 정말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것인가?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어류를 분류하는 학자였지만
나중에는 인간을 계층화하고 서열화하려는 우생학을 신봉한다. 우생학은 좋은 유전자는 늘이고 부적합자는 줄이자는 사상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화가 났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중한 생명들에 가치를 매기다니...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그는 과학적 분류라는 명목으로 인간을 차별하고 통제하려고 했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할 텐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가진 막강한 존재가 등장한다면 모두 획일화된 인류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가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제 1919년부터 1952년 사이에 2만 명 이상이 부적합자가 되어 불임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슨 수술을 받는지도 모른 채 조용히 불임화 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세상에 존재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에선가 이러한 수술을 받은 뒤 고통을 받았을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듯했다.

실제 불임화 수술을 받고 아기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애나의 삶을 보고 있으니 그녀가 잃어버린 행복에 마음이 아팠다.
잠시 나는 애나의 눈 속에 들어가 보는 상상을 한다.

애나의 눈빛은 뭔가 공허하다.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그 눈빛..
아기와 눈을 맞추고 진심 어린 따뜻한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었던...
때로는 힘들지만 아기의 미소하나로 봄눈
녹듯이 모든 게 녹아버리는 그 느낌을
가져보지도 못한 채 그녀는 차가운 수술실에서 자신의 꿈과 사랑을 빼앗겨버렸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을까?
가슴속에 새까만 불덩이를 안고 있던 애나..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달빛 속에서 아직
그녀에게 남아있는 힘 -살아갈 힘을 찾아낸다. 삶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주지 않지만 그 공허 위에서조차 그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소곤소곤 숨 쉬는 어여쁜 아기대신 인형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남은빛이 사라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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