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호모 스파티움

공간적 인간

by 공간 탐구자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서울 강북구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흔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간을 바탕으로 자신을 소개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소개에서 '한국인', '일본인', '과테말라인'이라는 국적, '뉴요커', '파리지앵', '경상도 사람', '호남 사람' 등의 지역을 나타내는 것은 기본이고, '청담동 사모님', '대치동 엄마', '70년대 구로공단 직공' 등과 같은 계급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난 주말에 '광화문'에 있었는지, '여의도'에 있었는지에 따라서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은 사람을 정의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호모 스파티움(Homo Spatium)'이라고 칭한다.


이 연재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각종 공간들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해서 집을 둘러싸고 있는 일하는 직장, 물건을 사는 마트, 여가시간을 보내는 공원 등 일상에서 접하는 여러 공간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의 존재론적 의미를 드러냄과 동시에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양태를 결정하는 삶의 '주요 요소'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고민한다. 우리 집이 넓고 쾌적한지, 직장에서 가까운지, 교육 여건은 좋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수 한국인들에게는 앞으로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인지... 이러한 고민들을 작가와 구독자가 같이 고민하고 나누어보고 싶어서 이 공간을 개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들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존재 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돈을 소비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초등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바뀐 것을 보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삶이 우리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동물이고, 물리적 환경에서 생존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산소를 들이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유튜브 구독을 선택할 때도 신중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내가 구매할 수 있는 것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듯이 우리가 공간을 선택하고 만들 때에도 단순히 숫자가 아닌 우리의 생각, 더 나아가 공간 철학이 담긴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공간, 혹은 부동산과 관련된 곳을 업으로 삼고 일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계속해서 공간, 주로 부동산에 관한 사업, 제도, 기사, 계산 등을 고민하고 생산해 낸다. 매일 마주하는 법령과 숫자와 기사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숫자'가 아닌 '인간'이 들어가 있는지 의심될 때가 많다. 그래서 아파트, 전세, 재건축, 상가, 공원 등 여러 가지 공간을 기초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독자들도 지루하게 여기시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결국 기본적으로 경제학을 전공하여 '숫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산적인 인간'임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공간에 대한 사유로의 여행이 얼마나 길지, 어디로 흘러갈지 지금 모든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독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주변의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이 만든 우리 삶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 여행에 같이 하실 분들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