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아파트 사랑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영원히 우상향 할까?

by 공간 탐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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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집은? 뭐니 뭐니 해도 아파트이다. 앞마당이 있는 단독주택과 비교했을 때, 좁은 개인 공간, 층간 소음으로 인한 고통, 좁고 어두운 주차공간,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 이웃과의 가까운 물리적 거리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 등 여러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아파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인에게는 공기와 같이 당연한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독특한 현상이다. 도시로 가면 주택의 높이가 높아지고 공간이 좁아지는 일반적 특성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하지만, 대체로는 많은 나라에서 개인이 많은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미국인들은 넓은 마당과 개인공간이 있는 단독주택 형태(single family home)를 선호한다. 미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종상향*을 하려고 하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여 지역에 더 많은 주택을 짓지 못하는 현상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재건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 높이 제한과 용적률 등 도시규제를 완화하여 주택 수 늘리기를 선호하는 한국인(더 정확하게는 서울의 아파트 거주자들)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미국인들이 생활의 쾌적함, 더 넓은 땅의 소유 등을 위해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을 선호하나,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두 개의 집이 붙어있는 형태(semi-detached house)가 많이 존재한다. 이웃나라 일본인들도 건물의 재료나 창문의 형태는 미국과 다를지언정, 일반적으로 목조로 된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한국인들만 특별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일까?

* 법률 용어는 아니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용도지역을 건축물의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을 상향 시킬 수 있는 종류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예: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3종 일반주거지역)


한국인들이 처음부터 높은 밀도의 주택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서 신분의 제약 없이 소득이 계속 증가하여 집을 바꿔나간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는 남의 집의 한 채(조그만 한 건물), 또는 한 간(방 한 칸)에 세 들어서 생활할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우리 가족만이 생활하는 별도의 초가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돈이 더 불어나면, 좀 더 큰 한 채의 기와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 큰 부자가 되면,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 여러 채로 이루어진 더 큰 기와집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선조들도 개인별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선호했다. 근대까지도 개인에게 더 넓은 쾌적함이 주어지는 넓은 집을 선호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다. 그러면 언제부터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32년에 일제에 의해 세워진 5층짜리 충정아파트가 첫 번째 아파트로 유력해 보인다. 충정아파트는 2026년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는데, 현재는 1층은 상가이고 위층에 주택가가 있는 주상복합의 형태로 남아있다. 우리가 현대에 생각하는 일반적인 아파트 형태로 만들어진 최초의 아파트는 1959년 건립된 종암아파트이다. 이후 60년대에 도시화로 인한 서울의 급격한 인구 증가를 수용하기 위해 시민아파트가 대단위로 건설되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방은 좁고, 집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고, 연탄보일러 가스 중독의 위험이 있고, 재래식이 아닌 수세식 양변기를 사용해야 하며, 장독대를 놓을 공간이 없던, 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아파트는 '측간'은 주거공간에서 최대한 멀리 두고 싶어 하고, 주식인 김치의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것이 식생활의 핵심이었던 당시의 한국인들의 선호와는 맞지 않는 공간이었다. 심지어, 1970년, 마포구에 지어진 와우시민아파트가 지은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붕괴하여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아파트는 불편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서울의 인구가 200만 명(1959), 300만 명(1963),4백만 명(1968), 5백만 명(1970), 6백만 명(1972)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주거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위해서는 대단위 아파트의 공급하고 시민들이 아파트에 거주하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절실했다. 서울도시계획이야기(손정목 저)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는 주택공사를 통해 아파트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 '시범아파트'를 건립한다. 당시로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중앙공급식 냉난방, 고속엘리베이터, 어린이 놀이터,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모두 갖춘 최신식 공간을 건설하였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로 생각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 초고속 엘리베이터, 영어유치원, 시스템 에어컨, 최고급 헬스장, 수영장 등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의 정책 의지, 편리한 생활, 무엇보다도 살 집이 없었던 서울로 몰려드는 많은 수요로 인해서 70년대 중반 어느 순간부터 아파트는 "분양 완판"을 자랑하게 되었고, 지금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주거형태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인은 다른 민족과 달리 아파트를 왜 좋아하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독특한 가치관과 연계되어 있다. 첫째, 교육에 대한 높은 열망으로, "학군지"에 살고 싶어 한다. "맹모삼천지교"의 가치관에 감화된 한국인들은 우리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배치받을 수 있고 좋은 학원들에 쉽게 갈 수 있는 지역, 예를 들면 서울의 대치동 같은 곳에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대치동의 땅은 한정되어 있고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면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역시, "아파트, 아파트"이다. 거기에 이곳의 아이들이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갖게 되면서, 그 지역과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학연과 지연의 연결고리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자산을 만들어주고, 누군가는 "스카이 캐슬"에서처럼 그 자산을 계급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상류계급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나은 상류 계급에 들어가기 위해 교외의 단독주택보다는 강남의 아파트를 들어가고 싶어 한다.

둘째, "빨리빨리" 효율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현대 한국인의 행동을 가장 뒷받침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치관이 형성된 한국인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보다는 일분일초가 급한 월요일 아침에 직장, 학교, 어린이집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사는 것을 중시한다. 경치 좋은 집에 살지만, 월요일 아침 6시에 출근해야 하는 교외 지역보다는, 주위에는 아파트 숲밖에 없을지언정 월요일 아침 8시 반에 출근해도 지각하지 않는 교통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것이다. 주요 직장들이 모여있는 도심 주변의 땅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도심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의 건설에 따라 지하철 역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땅 주변으로 아파트가 이어서 채워진다. 도시가 지하철과 아파트로 빡빡하게 채워지면, 도시 외곽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곳으로 지하철을 연결한다.

셋째, 투자자산으로서의 아파트의 가치, 특히 서울 강남의 아파트의 가치는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높다. 전국의 주택가격 동향과 서울의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서울의 주택가격 동향이 확실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주택가격 동향과 서울 아파트 주택가격 동향을 비교해 보면,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확실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과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강남 3구의 엄청난 투자가치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아무리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각종 규제를 하고, 서울 외곽에 아파트를 지어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리의 효율성, 주차의 편리성, 안전성, 아이의 안전성 확보, 다른 도시 내 주택 대비 공원녹지 접근 가능성 등 기타 생활 편의성 측면에서도 아파트는 우월하다. 다소 좁고 전망이 안 좋더라도, 조경, 잔디, 시설물 파손 등을 공동으로 수리할 수 있고, 대도시의 빌라촌에 비해 주차 걱정이 없다. 또한, 주변의 많은 이웃들과 CCTV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고, 공원이나 녹지로 접근도 양호하다. 이외에도 환경적 측면에서, 인간의 주거를 위한 개발면적이 줄어들고, 녹지 등 생태환경을 보전할 수 있어 아파트가 좋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런 거시적인 이유로 아파트를 사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살펴봤듯이, 아파트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주거형태가 된 지는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들어 서울의 고밀개발 필요성이 낮아지고,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자율주행과 대중교통의 발달로 출퇴근의 스트레스도 줄어들면서 아파트가 50년 뒤에도 가장 인기 있는 주거형태로 남아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여전히 직장, 학교와 가깝고, 편리하고, 집값 떨어질 걱정 없는 아파트가 좋다. 로제의 아파트를 다시 차용해 보면, "Don't you want 아파트 like I want 아파트,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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