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의 넓은 꿈을 담은 좁은 공간
부모님이 지방에 내려가시고, 학교 근처 자취촌에 가서 집을 구하던 어수선했던 날을 기억한다. 부동산 아주머니의 손짓을 따라 골목을 몇 번이나 꺾어 올라가서 마주한 외벽에 창문이 촘촘하게 박힌 건물들. 들어가서 방문을 열면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창문 하나. 이 방에서는 보이고 다른 방에서는 안 보이는 싱크대와 화장실. “여기는 원룸”, “여긴 고시원”, “이건 오피스텔이라 달라요”라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1+1=2라는 것처럼 너무도 당연한 걸 설명하시는 듯한 아주머니의 말씀에 차이점을 물어보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을 뿐 사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서 부동산 관련한 회사에 다니다 보니, 주변에 돈 좀 있으신 분들이 재테크를 위해 원룸을 어디에 살지 물어보신다. 하지만 보고 오신 매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원룸이 아닌 고시원을 말씀하실 때도 있고, 오피스텔을 말씀하실 때도 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세 쌍둥이와 같이, 고시원ㆍ원룸ㆍ오피스텔은 도시에서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는 좁은 거주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거주자 입장에서는 주거환경과 내야 하는 월세가 천차만별로 다르고, 집주인 입장에서는 내야 하는 세금도 천차만별로 다르다. 청년가구의 42.2%가 원룸에서 산다고 하니(한겨레 21, 2021.5.24), 대도시에 산 적이 있는 다수의 한국인이 이런 좁은 단칸방 살이를 경험해 봤을 터이지만, 자기가 살았던 집이 법적으로 어디에 속하는지 헷갈리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고시원ㆍ원룸ㆍ오피스텔이라는 한방살이의 세 가지 거주 형태를 구분하고, 각기 다른 생활환경, 생활비, 세금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아는 집들은 대부분 「건축법」과 「주택법」, 이 2개의 법률을 통해 규정된다. 「건축법」은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안전ㆍ기능ㆍ환경 및 미관을 향상하기 위한 법(제1조)이고, 「주택법」은 살기 좋은 주거환경의 조성을 위해 주택의 건설ㆍ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를 위해(제1조) 건축물 중에서도 '세대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제2조제1호), 다시 말해 주택만을 특별히 규정하는 법이다. 그런데, 고시원ㆍ원룸ㆍ오피스텔 등 한 칸짜리 방은 세대라 불리는 가족 혹은 1인 세대가 살 수 있는지, 그것도 장기간 동안 독립해서 생활할 수 있는 곳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주택법」은 이 중에서 원룸만을 주택으로 인정해서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법적 이름을 붙여준 반면, 고시원과 오피스텔은 주택은 아니지만 세대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준주택'으로 애매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설 설치 기준과 납부할 세금 등에 막대한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건축법」도 「주택법」 분류에 따라서 원룸은 다중 '주택'으로 인정하지만, 고시원은 '주택가와 인접하여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돕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다중이용시설로 구분하고, 오피스텔은 '업무를 위한 시설'인 업무시설로 구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법적 분류에 따라 생활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저, (적어도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먹는 문제에 있어서, 고시원은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건축법」상 개별 방별로는 취사시설 설치가 금지되고, 취사시설이 있다고 해도 공동 주방으로 운영된다. 화재 예방이나 화재 시 대피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시원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다. 반면 원룸은 「주택법」상 주택의 지위를 획득했으므로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주방·욕실 설치가 당연히 허용된다. 오피스텔은 본래 업무시설이기 때문에 용도를 '주거용'으로 등록한 경우에 한해서 취사시설 설치가 허용되며, 이에 따라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오피스텔에는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다. 화장실도 취사시설과 비슷하다. 원룸과 오피스텔에는 방별로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고시원에는 화장실을 세대별로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룸과 오피스텔에 비해 저렴한 고시원에는 조금 더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창문과 관련하여 「건축법」은 창문 면적을 채광을 위해 바닥면적의 1/10, 환기를 위해 1/20 이상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조명시설이나 중앙 환기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바닥면적이 좁으면서 중앙환기시설이 있는 고시원에는 창문이 작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내가 대학 시절 고시원을 구할 때는 창문 여부와 방향에 따라 월세가 차이나기도 했다. 창문이 없으면,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어 삶의 질이 낮아지고 화재 시 대피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서울특별시는 조례를 통해 2022년 이후 새로 짓거나 개축하는 고시원에는 창문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원룸은 주택이므로 자연채광과 환기 확보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지만 주거용으로 등록한 경우 주택 수준의 창문 설치가 필요하다. 요약하면, 원룸과 주거용 오피스텔에는 창문을 설치해야 하고, 예전에는 고시원에 창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최근 설치되는 고시원에는 창문을 설치하도록 의무화되었다.
냉난방 측면에서는 요새는 대부분의 고시원, 원룸, 오피스텔이 개별난방, 방별 에어컨을 갖추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고시원에서는 중앙제어 시스템으로 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개인이 냉난방을 조절하고 그에 따른 전기·가스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냉난방은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법적 규제 없이도 주인들이 자발적으로 갖추어 온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건축법」상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에 대해 예전에는 주거용으로 변형 사용되지 못하도록 바닥난방을 금지했었으나, 주택공급을 통한 서민의 주거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바닥난방에 대한 금지를 점차 완화해 오다가 최근에는 바닥난방을 모든 주거용 오피스텔에 완전히 허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고시원은 월 30~50만 원, 원룸은 50~70만 원, 오피스텔은 50~100만 원 수준(뉴시스, 2025.7.31, 다방 등)의 시세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대학생, 취준생들에게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주거비는 큰 부담이다. 고시원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방마다 독립된 취사시설ㆍ화장실ㆍ창문 등이 보장되지 않는 대신 저렴하다. 원룸은 고시원보다 시설이 좋지만, 많은 오피스텔에 있는 주차장ㆍ헬스장ㆍ엘리베이터 등 공용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아 중간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위치도 역세권이고 주차장 등 공용시설이 있어 월세가 가장 높은 편이다. 월세 외에도 공용 공간이 많은 오피스텔은 원룸에 비해서 관리비도 더 나오는 편이니 방을 구할 때는 사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일반적으로 고시원 ➡ 원룸 ➡ 오피스텔로 갈수록, 주방·화장실 등의 독립성이 증가하고, 창문·냉난방·주차장 등의 시설이 좋아지는 한편, 월세·보증금·관리비 등의 비용은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동산에는 크게 세 종류의 세금이 부과된다.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 부동산을 소유하는 동안 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팔 때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내는 양도소득세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시원ㆍ원룸ㆍ오피스텔은 법적 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세금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 참고로 부동산 세제는 변화가 많고 지역ㆍ가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므로, 실제 투자나 매입을 고려 시 최신 법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내는 취득세부터 살펴보자. 지방세법은 농지 여부, 주택 여부, 면적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한다. 고시원과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므로 일반 건물에 대한 4.6% 수준의 세금이 부과된다. 오피스텔은 주거용 또는 업무용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취득 시에는 용도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하게 4.6%가 적용된다. 그렇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을 보유한 상황에서 아파트를 구매하면 다주택자 기준으로 높은 취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머니투데이, 2023.8.9). 반면 원룸은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1.1% 수준의 저렴한 취득세가 적용된다. 단,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게 되면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2%로 오히려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생존에 필수적인 주택에 대한 세금은 일반 건물 대비 낮추어 주되, 그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소유할 경우 더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책인 것이다. 전용면적 60㎡ 이하이면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인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임대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가 면제된다는 점도 참조하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동안 매년 부담하는 보유세를 살펴보자. 고시원은 업무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에 적용되는 세율이 적용되어 재산세, 지방교육세 등 약 0.3% 수준의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서울에서 1억 원의 고시원을 보유하면 약 30만 원 정도의 재산세가 발생한다. 원룸은 주택이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비율*(60%)과 세율(0.05%~0.35%)이 낮다. 1억 원의 원룸이라면 재산세는 약 9만 원 정도로, 고시원보다 세 부담이 낮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원룸을 보유하면, 세율이 0.1%~0.4% 수준으로 상승해 동일 가격 주택이라도 약 16만 원의 재산세가 발생할 수 있다. 오피스텔은 신고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업무용으로 신고하면 고시원과 같은 세율이,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원룸과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산세 등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서 할인을 적용하여 결정되는 기준율
여기에 재산가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추가된다. 고시원이나 업무용 오피스텔처럼 주택이 아닌 부동산은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토지 가액이 80억 원을 넘지 않는 한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택으로 인정되므로 종부세 부과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주택의 경우 1주택자는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다주택자는 합산 9억 원 초과 시 재산세보다 월등히 높은 0.5%~5%의 종부세율이 적용된다. 12억 원이 넘는 주택 소유자가 1억 원짜리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하나 더 구입했다면, 이로 인해 50만 원 정도의 종부세가 추가 발생한다.
세 번째로 부동산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살펴보자. 양도소득세는 매도 시 발생한 차익(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6%(1,400만 원 이하)에서 최대 45%(10억 원 초과)까지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고시원과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세율(6~45%)이 적용된다. 하지만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처럼 주택으로 보는 경우 다주택자 규제가 적용된다. 1주택자는 일반 세율이 적용되지만, 2 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 3 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가 추가되어, 차익의 최대 75%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는 주택인 원룸의 양도소득세가 더 저렴하다. 우리나라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라고 해서 부동산을 보유ㆍ거주한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인하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건물에 대해서는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30%를 면제해 주지만, 1세대 1 주택인 경우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보유, 10년 이상 거주 시 세금의 최대 80%까지 면제해 주고 있어 주택에 대한 세금은 일반 건물에 대한 세금보다 낮지만, 그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판매할 때는 더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는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 합계 30억 원 상당의 주택 2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서울에 2억 원짜리 고시원ㆍ주거용 오피스텔ㆍ원룸을 각각 구입하고, 5년 후 3억에 이 건물을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필자는 세금 전문가가 아니니 참고만 하시면 좋겠다.
한편, 무주택자이고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주택청약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고시원ㆍ원룸ㆍ오피스텔 중 한 곳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고시원과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해도 무주택자로 인정된다. 이는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등록된 경우에도 동일하다. 원룸의 경우에는 주택이기는 하지만,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5억/지방 3억 이하인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무주택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택청약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확률이 낮다.
요약하면, 무주택자가 주택인 원룸을 구매, 보유하는 경우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모두가 고시원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저렴하다. 하지만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매하여 다주택자가 되는 경우라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세율이 올라감은 물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고시원이나 업무용 오피스텔 대비 세금 부담이 높아지므로 투자 시에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있어 좁은 고시원의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시간들은 늘 탈출을 꿈꾸는 시간이었다. 창문 하나 겨우 달린 방, 팔을 뻗으면 벽에 닿던 공간, 새벽마다 들리던 누군가의 발소리와 얇은 벽 너머의 삶들 속에서 나는 언젠가 이곳을 벗어나겠다고 되뇌었다. 번듯한 직장, 안정된 집, 가족, 그리고 여유로운 삶. 그때의 나는 미래가 지금보다 넓기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결국 그 방을 성공적으로 탈출해서 더 넓은 집으로, 더 안정된 삶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삶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갈수록, 자주 떠오르는 기억은 성공의 순간이 아니라 그 작고 불편했던 방 안의 치열했던 삶의 장면들이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더 간절했고, 불편했기에 더 단단해졌으며, 막막했기에 스스로를 끝없이 설득해야 했던 시간들. 그곳에서 나는 단지 취업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과 기다리는 법, 그리고 스스로의 꿈을 믿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고시원은 머물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 있던 장소였다. 삶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희망, 좌절을 겪으면서도 내일이 반드시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 믿던 확신이 내 삶을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 좁은 방을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실 나는 그 공간 속에서 나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대도시의 한방살이는 단순히 머무는 장소를 의미하기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삶을 견디며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이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도시 어딘가의 작은 방 안에서 한숨 쉬며 앉아 있을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해 주고 싶다. 지금의 이 불편한 시간이 언젠가 당신의 삶을 가장 따뜻하게 비추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