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청년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하여
한국인의 부동산에 대해 독특하고 혁신적인 요소들만 글로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전세 얘기를 하면서 전세 사기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따스한 햇볕을 누리면서 필연적으로 이어진 그림자에 대해서는 억지로 외면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무겁지만 전세 사기에 대해서도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은 왜 전세사기에 이토록 크게 흔들릴까? 다른 나라에도 부동산 사기는 존재한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등기서류를 위조한 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타이틀 프라우드(title fraud)’ 사건이 보고되어 왔고 정부나 공인중개사 협회 차원에서 예방 홈페이지도 개설되어 있다. 영국에서도 집주인 행세를 하며 보증금을 가로채는 임대 사기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처럼 수천 명 단위의 임차인이 동시에 수억 원씩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집단적 피해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전세보증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기에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의 공증에 따른 수수료ㆍ거래비용이 없이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전세'라는 혁신적 제도가 운용되어 왔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그 신뢰를 파고들어 우리 사회에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만들었다.
전세사기는 「형법」 제347조의 기망행위로 타인의 재산을 편취하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일반적으로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전세 계약을 체결하거나, 허위 시세와 감정평가를 이용해 과도한 전세보증금을 설정하고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다음 4가지 요건을 갖춘 사람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 1) 1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치고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2) 임대차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인 경우, 3) 임대인의 파산, 임차주택의 경매 등으로 2인 이상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4)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요약하면, 5억 원 이하의 주택에 대해서 임대인이 파산 등으로 인해서 2인 이상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전세보증보험이나 저당권 설정 등을 통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피해자에서 제외된다.
전세 사기는 2024년에 피해액이 5조 원에 가까울 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021년 약 5,790억 원에서 2024년 4조 4896억 원으로 증가했고, 사고 건수 역시 같은 기간 2,799건에서 20,941건으로 급증했다. 마음 아픈 것은 피해 신청자 중 20~30대 청년 비율이 64.7%에 달하는 점이다. 2025년에는 전체 사고 액수는 1/4 수준, 사고 건수는 1/3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전세사기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다.
전세사기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은 깡통전세다. 깡통전세란 일반적으로 보증금과 대출금의 총합이 집값의 80%를 넘는 집을 의미한다. 이런 집은 집값이 조금이라도 하락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대구 깡통전세사기 사건에서는 임대인이 빌라 13채를 갭투자로 사들여 약 50명의 세입자에게 전세를 주고는 약 68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수백 채의 빌라가 한꺼번에 전세로 임대되었는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건물은 경매로 넘어갔고, 세입자들은 수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피해자가 되었다.
두 번째 유형은 가짜 임대인 사기다. 이는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가짜 임대인이 건물주인 척 거짓 전세계약을 한 후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거나 임대인의 위임장을 위조해 대리인 행세를 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인천 중구에서는 임대인이 타인의 오피스텔을 자신의 소유라고 거짓말하면서 등기부등본의 소유자 항목을 위조하여 사기를 쳐서 약 24억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은 신탁* 부동산이나 명의대여 건물에서 자주 발생한다. 건물의 관리권이 신탁회사에 있는 경우 집주인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으로는 해당 건물을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2019년, 마산의 한 집주인이 본인 소유 오피스텔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상황에서 15 가구의 세입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강행하여 약 5억 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하였다.
* 부동산 소유자인 위탁자가 부동산의 유지관리나 투자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대상 부동산을 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수탁자는 그 부동산을 유지관리하거나 혹은 토지를 개발하여 임대하거나 분양하여 수익을 올려 수익자에게 교부하는 행위(부동산용어사전, 2020. 09. 10., 장희순, 김성진)
세 번째 유형은 이중계약 사기다. 이는 동일한 주택을 두 명 이상의 세입자와 동시에 계약하는 방식이다. 임대인이 A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보증금을 받은 후 B 세입자에게 빈 집인 것처럼 속여서 또다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또는 보증금을 받은 후 집을 경매로 넘기거나 잠적하는 방식이다.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거주하여 전체적인 계약 상황을 알기 어려운 다가구주택이나 원룸 건물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건물 전체를 전세로 채운 뒤 경매로 넘겨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다.
네 번째로 전세 계약 후 집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는 유형이다. 세입자 A 씨는 등기부등본과 관련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2021년 4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에 입주하여 전입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까지 받았으나, 황당하게도 경매에 따른 퇴거 통지를 받았다. 전입신고 당일, 집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은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후 잠적한 것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받자마자 집을 팔거나 빚을 내면, 이를 넘겨받은 사람은 즉시 권리를 실행할 수 있으나, 세입자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이 사이 발생한 시차로 세입자의 대항력이 무력화되어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1항) 임차인이 제3자, 즉 임차주택의 양수인,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사람, 그 밖에 임차주택에 관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 과정에서 단계별로 집의 상태·가격, 대출·신탁· 위법 건축물 여부 등의 필수 사항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주택 가격과 전세금 수준이다. 전세금이 집값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깡통전세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나 ‘안심전세’ 앱 등을 통해 주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80%에 가까운 경우에는 한 번 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같은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에는 그 집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집을 담보로 잡힌 대출이나 권리가 있는지가 기록되어 있다. ‘갑구’에서는 현재 소유자를 확인하고, ‘을구’에서 담보부 대출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주의할 점은 '갑구'에 '신탁'이라는 글자가 있다면, 반드시 '신탁원부'라는 서류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탁원부에는 임대 가능 여부, 담보 설정 가능 여부 등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신탁원부 상 임대가 불가능한 건물이라면, 해당 집을 계약해서는 안된다.
나아가,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을 때 '을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잡혀 있어서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액수가 주택 가격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최악의 경우 경매에 넘어간다면, 시세보다 훨씬 낮은 수준, 예를 들어 60% 수준으로 낙찰될 수도 있으므로, 집값의 60%에서 근저당권 액수를 빼고서도 전세보증금 전액이 반환될 수 있을 것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대출이나 보증보험 가입에 제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집주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장기간 체납한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세금이 먼저 변제될 수 있기 때문에 납세증명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집주인이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실제 소유자인지 신분증·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확인하고, 대리인의 경우 위임장이 제대로 작성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 시 공인중개사로부터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받는데, 이 문서에는 해당 주택의 권리관계 등 중요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으니, 꼼꼼히 읽어 보고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계약 이후의 조치 역시 세입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쓰고 잔금일까지 시차가 존재하므로, 잔금 치르기 전에 다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서 근저당권 설정 여부를 확인하기를 권장한다. 계약 후에도 집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이후에도 등기부등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지인 중에 계약서 쓰고 이사 가려고 하다가 혹시나 해서 잔금일 전날 이사 갈 집의 등기부 등본을 다시 떼서 보았는데, 그 사이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을 보고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다음으로 잔금을 치렀으면, 즉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임대차 계약이 이루어진 후, 주민센터에 가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전입신고를 하고, 세무서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도록 하자. 전입신고를 하면 세입자는 임대차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을 갖게 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에도 일정한 순서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인 우선변제권이 생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제2항). 원래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채권과의 효력 발생 시기 차이로 인한 전세가 발생했었으나, 2026년 3월 이러한 틈을 막기 위해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는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었다. 어떤 경우에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를 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임대기간과 임대료 같은 주요 내용이 기록되기 때문에 임대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대차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최대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가 함께 신고할 수 있으며, 주민센터나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돈이 들더라도 조금 더 확실하게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다. 이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제도다. 이 보증은 7억 원(지방은 5억 원) 이하의 주택이면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확보된 주택에 대해서 집값의 90% 이내 범위에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준다. 보증료는 보증기관·주택유형·전세가율·부채비율 등에 따라 달라지며, 연간 보증금의 0.1% 내외이다. 1억 2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월 1만 원(1억 2천 x 0.001÷12) 정도의 보증료가 발생하는데,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무주택자와 일정소득 이하의 가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증료도 일부 지원해 주고 있다.
전세사기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제책을 내놓았다.
먼저, 경매·공매 절차에 대한 보호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집이 즉시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고 낙찰금액이 보증금에 비해 낮거나, 채권이 후순위에 있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돈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살 곳을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주거 안정을 위해서 피해자가 경매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그 집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자가 새로운 집을 찾을 때까지 경매 절차의 진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피해자가 계속 그 집에 살기를 원할 경우에는 공공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공공기관이 경매나 협의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뒤, 기존 세입자가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1.2~2.7%의 낮은 이자율로 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새로운 집에서 살고 싶은 피해자에게는 무이자나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지원한다. 1.2~2.7%의 낮은 금리에 2.4억 원을 한도로 전세대출을 지원하고,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일부 금액에 대해서는 최장 10년간의 무이자 대출도 지원한다. 또한,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가 없는 경우 긴급 주거지원을 통해 L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외에도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면 생계비·의료비·주거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상환하지 못한 전세대출에 대해서 20년간 무이자로 분할상환도 허용한다. 또한, 법적 구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서비스와 관련된 변호사 비용도 피해자 당 250만 원까지 지원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들이 모든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보증금을 모두 되찾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 제도는 최소한 피해자가 삶의 기반을 완전히 잃지 않도록 지켜 주는 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전세사기는 단순한 숫자로만 보아서는 안되고, 그 아픈 상실감이 그 누구에게도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조금만 더 알아봤다면”,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하면서 종종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세사기는 제도의 틈과 정보의 불균형을 악용한 범죄이기 때문에 개인의 부주의만을 탓할 수는 없다. HUG 통계에 잡힌 수조 원의 사고액은 누군가의 결혼자금이었고, 창업자금이었고, 부모의 병원비였으며, 아이의 교육비였다. 국토교통부 피해 신청 명단에 적힌 수많은 이름들은 통계가 아니라 삶의 아픈 흔적이다. 전세는 금융기관의 검증을 거치고, 매월 월세를 받는데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인 획기적인 발명품이지만, 그 제도가 누군가의 눈물 위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더 촘촘한 제도와 더 세심한 확인, 그리고 더 깊은 공감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