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 집 마련의 꿈, 청약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주택 로또

by 공간 탐구자

얼마 전 서울 강남권의 한 대단지 아파트 분양을 둘러싸고 ‘허위 청약’ 논란이 불거졌다. 거주하지 않으면서 위장 전입을 통해 거주 기간을 채우고, 실제로 같이 살지 않은 가족을 등본에 올려서 부양가족 수를 늘리고, 결혼하지도 않으면서 혼인 신고를 해서 신혼부부 청약 자격을 획득하는 등 기상천외한 청약 가점 조작 사례가 언론에 등장했다. 장관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위장전입을 통한 아파트 당첨 논란은 단골 메뉴이다. 같은 시기, 다른 지면에서는 “서울 아파트 청약, 또 한 번의 로또”라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 수억 원의 시세차익 예상액이 숫자로 나열되며 청약은 점점 ‘운 좋은 소수의 게임’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조금 시선을 바꾸면, 전혀 다른 평가도 존재한다. 어느 주택 전문가는 “청약선분양은 한국이 짧은 기간에 주택 보급율을 100% 넘게 올릴 수 있게 만든 핵심 엔진이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었지만 청약에 당첨되어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는 친척들의 무용담(?)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주택청약은 단순히 입주권을 나누어 갖는 절차가 아니라 아파트를 빨리 건설하고 서민들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공정하게 배분해 온 효과적인 제도였다. 청약은 언제부터 기회가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리고 이 제도는 앞으로도 서민의 주거사다리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1. 주택청약의 개요와 역사


주택청약이란 새로 공급되는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자격절차에 따라 신청하는 제도이다. 그 핵심에는 주택청약이 있다. 청약통장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주택 공급 과정에서 수요자를 선별하는 일종의 자격증 역할을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입주자를 선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경쟁 절차를 통해 분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융상품이 바로 주택청약종합저축이다. 주택청약은 오래 집을 갖지 못한 사람, 가족 부양 책임이 큰 사람, 오랜 기간 청약을 준비해 온 사람에게 점수를 부여하여 집을 ‘가장 비싸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이 통장은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1인 1 계좌만 허용된다. 미성년의 경우에도 부모가 미성년자의 명의로 가입할 수 있으나, 실제 납입 기간에 관계없이 최대 5년 동안만 청약에 납입한 것으로 인정된다. 즉, 만약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선물로 청약통장에 가입해서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 납입했다고 해도 5년 동안만 인정된다는 얘기이다. 납입 금액은 월 2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청약통장은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매월 저축하게 하여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도록 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청약통장에 저축된 금액을 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청약 제도는 1970년대 주택 부족 문제 속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자 정부는 공정한 분양을 위해 1977년 공공주택, 1978년 민영주택에 대해서 추첨 방식을 도입하고, 당시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을 통해 운영했다. 주택은행이 운영하고 '청약 로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보니 주택복권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주택복권은 주택의 입주자격과 관계없이 당첨금을 받는 복권인 반면, 주택청약아파트 입주권을 갖게 되는 자격증이라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다. 다만, 두 제도의 공통점은 모두 이를 통해 마련된 기금으로 주택을 건설했다는 점이다. 도입 당시에는 분양을 여섯 번 이상 신청했다가 떨어진 가구에게 우선 분양권을 제공하는 0순위 통장이 있었지만, 이후 웃돈을 주고 0순위 통장을 거래하는 불법행위가 늘어나지면서 1983년에 폐지되었다.

1980년대에는 세 가지 종류의 청약 통장이 등장했다. 민영주택 청약을 위해 일정 규모의 자금을 통장에 넣어두는 예치식청약예금민영주택 청약을 위해 일정 금액을 매달 납입하는 청약부금, 그리고, 민주택 청약을 위해 일정 금액을 매달 납입하는 청약저축이 있었다. 이 세 가지 상품은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합되어 가입자가 하나의 계좌만으로 국민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국민주택 85m²(32평) 이하의 주택으로서, 국가ㆍ지자체ㆍLH 등 공공기관이 건설하거나, 공공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는 주택이며, 민영주택은 국민주택이 아닌 주택이다(「주택법」제2조 제5호부터 제7호). 일반적으로 국민주택은 LH가 짓는 3기 신도시의 고양 창릉지구, 서울 공릉지구 신혼 희망타운 등이 해당되며, 민영주택은 민간 건설업체가 짓는 래미안ㆍ자이ㆍ힐스테이트 등과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이에 해당된다. 민영주택이 상대적으로 대형 평수가 많고 가격이 비싼 편이다.

출처: 국민일보 (2026.2.11)

우리나라에는 국가 전체 세대수보다 많은 2,800만 개가 넘는 청약 통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지불해야 하는 잔금에 대한 부담강화된 금융규제 등으로 인하여 당첨을 포기해는 사례가 속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최근에는 청약 통장 가입자가 다소 축소되고 있는 추세이다.



2. 독특한 K-주택자격, 청약


그렇다면 이러한 청약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는 한국처럼 청약을 통해 분양받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신규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에서 모기지 대출(Mortgage Loan: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다. 영국도 역시 유사하게 분양 아파트도 경쟁에 따른 시장 가격에 따라 판매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되며, 청약 통장처럼 장기간 저축을 통해 분양 신청 자격을 얻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교적 한국과 비슷한 제도가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서는 HDB (Housing Development Board)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신청할 수 있으며, 저소득ㆍ무주택자에게 가격 및 대출 관련 혜택을 적용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제도도 우리나라처럼 장기간 청약을 통해 주택 입주에 대한 '자격'을 쌓아나가는 제도는 아니며, 경쟁보다는 계획배분에 가까운 방식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공공의 역할은 주로 매매하는 주택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되어 있으며, 임대주택의 입주자는 소득·자산·부양가족 등의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이들 국가에 있어 우리나라처럼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저축하고 점수를 쌓는 제도’는 낯선 개념이다. 이는 토지가 부족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환경,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독특한 선택이었다.


3. 점수 경쟁 : 일반 분양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최근 가입 규모가 축소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국가 전체의 세대수보다 높은 청약통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집을 받을 사람이 정해지는 것인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 주택 소유 여부, 세대주 여부 등에 따라 정해지는 '순위'이다. 청약 1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대주이면서, 무주택 또는 1 주택자이고, 같은 세대에 속해 있는 사람 모두가 5년 내 청약에 당첨된 실적이 없어야 한다. 또한, 일정 기간 이상 통장을 유지하고 지역별 예치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 32평 아파트의 경우 청약통장 보유 2년 이상, 납입금액이 300만 원 이상(민영주택) 또는 납입 횟수가 12회 이상(국민주택)인 경우에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반면 2순위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중요한 점은, 수도권 대부분 단지에서는 1순위에서 분양이 끝난다는 점이다.


예선전이라 할 수 있는 1순위 자격을 얻었다면,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여기에서는 민영주택인지 국민주택인지에 따라 경쟁 방식이 달라진다. 국민주택의 경우 무주택자로서 저축 총액, 납입 횟수, 부양가족, 해당 지역 거주기간 순으로 많을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면, 3년 이상 무주택자로서 저축총액이 가장 높은 사람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주의할 점은 저축총액이 높을수록 유리하지만 실제 납입 금액과 관계없이 납입 횟수당 최대 10만 원까지만 인정되므로 신청을 앞두고 한꺼번에 저축을 많이 해도 소용이 없고, 무주택 기간은 30세 이상 혹은 혼인신고 이후 중 더 긴 기간으로 산정되므로 10대~20대의 무주택 기간은 산정기간에서 제외된다.

민영주택 당첨자 선정 시에는 가점제추첨제라는 두 개의 갈림길이 등장한다. 총 공급물량 중 가점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형 별로 일부 차이가 있으며, 32평형을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 공공주택지구나 투기과열지구는 70%이며, 그 외의 지역은 시장ㆍ군수가 정하는 40% 이하이다. 그 외에는 추첨제로 운영된다. 2026년 3월 현재는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32평 아파트에 청약하는 경우 70%는 가점제, 나머지는 추첨제로 당첨된다고 보면 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점수화하여 총 84점으로 구성하고,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무주택 기간은 국민주택과 마찬가지로 30세 이상 혹은 혼인신고 후 무주택 기간으로 산정하며 최대 15년 이상인 경우 만점(32점)이다. 부양가족 수는 주민등록등본 상 같이 기재되어 있는 직계 존비속 숫자로서 태아도 포함하며, 최대 6명 이상인 경우 만점(35점)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통장 가입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최대 15년 이상인 경우 만점인 17점을 받을 수 있으며, 만 19세 이전의 가입기간은 최대 5년까지만 인정한다. 자녀에게 청약통장을 선물해주고 싶으면, 중학교 2학년 이전에 청약통장을 만들면 가입기간 점수를 최대로 받을 수 있다.

출처: 국민일보 (2026.2.11)

반면 추첨제는 일정 비율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주로 민영주택의 일부 물량에서 적용되며 가점이 낮은 청년층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청약 가점이 몇 점이 되어야 서울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까? 2025년에 당첨된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은 66점이고, 강남 3구에서는 70점대이었다(국민일보 2026. 2. 11). 66점을 얻기 위해서는 45세 이상인 가입자가 무주택 기간 15년으로 32점, 부양가족으로 배우자와 자녀 2명을 합쳐서 3명으로 20점,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가 14년이 되어야 14점으로 간신히 평균인 66점을 만들 수 있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에게는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한 점수로 여겨질 따름이다. 그래서 많은 청년들이 가점제가 적용되는 서울 대신, 추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4. 좁은 지름길 : 특공 분양


하지만 가점제 외에도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이른바 '신혼부부 특공' 등 특별공급과 '줍줍'으로 분리는 무순위 청약 등 좁지만 빠른 길이 존재한다. 특별공급이란 장애인, 유공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 중 무주택자 지원을 위해 일반인과 청약경쟁 없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원칙적으로는 평생 1회만 당첨 가능한 제도이다. 건설산업연구원(2025)에 따르면, 2020.1∼2024.6월 동안 공급된 87만 가구를 분석한 결과 특별공급을 공고한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8.5%나 되었다. 다만, 특별공급은 소득ㆍ자산 관련 까다로운 요건, 수도권에서는 높은 분양가에 대한 부담, 지방에서는 주택구입 매력 감소 등의 사유로 미달되어 실제로는 전체의 28.5%만 특공으로 공급되었다. 달리 말하면, 특별공급은 일반공급과 비교해서 기회는 상대적으로 높고 경쟁은 낮은 편이므로 요건과 자금 여건이 충족되면 도전해 보자.

이러다 보니,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서울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을 위해 입양을 했다가 아동을 유기했다고 의심받는 사례, 파주에서 위장전입을 통해서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처럼 서류를 제출한 사례 등도 나타났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체 당첨자의 20%가 부적격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당연히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지만, 이러한 위법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10년 이내 재당첨 등 강한 불이익을 겪게 되므로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면, 특별공급에 경쟁자가 몰리면 어떻게 선정할까? 기본적으로는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결혼한 지 7년 내 무주택 신혼부부가 지원가능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자녀가 있는 자가 우선, 경쟁자가 있을 경우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에도 경쟁자가 있는 경우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65세 이상 부모조부모를 3년 이상 부양한 가구만 지원할 수 있는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의 경우 민영주택은 가점제를 적용하되 동점인 경우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한편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계약 포기나 부적격 당첨으로 남은 물량을 다시 일반에 공급하는 방식인데, 특이한 점은 가점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면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받고, 소득이 중위가구의 130%를 넘지 않는 등 일정 자격만 충족하면 모두가 사실상 동일 조건에서 추첨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는 줍줍 공고가 나오면 수만 명이 동시에 몰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더샵분당센트로’에서 50 가구에 대해 11:1, '세종파밀리에 더파크'에서 4 가구에 대해 경쟁률이 27,500:1에 이르는 과열된 경쟁양상을 보인 바 있다. 한국경제신문(2026.3.17)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24평형의 무순위 청약 2 가구 모집에는 20만 명이 신청하였다. 이는 분양가가 8억 5900만 원인데 반해, 최근에 입주권이 15억 원에 거래되어 6억 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시세에 비해서 낮기 때문에 주택청약을 통해 엄선된 자격을 가진 자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데 '줍줍'은 엄선된 자격이 없어도 신청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5. 청약 신청 시 주의할 점


이렇게 힘들게 당첨이 되어도 쉽지 않은 검증 과정이 남아 있다. 2020년에서 2022년 3년 동안 청약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약 5만 명에 달했으며, 그중 80% 이상이 가점 계산 오류나 자격 오해로 인한 것이었다(조선일보, 2022. 9.26). 예를 들어 무주택 기간을 잘못 계산하거나, 같이 살고 있지 않은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잘못 포함시켜 점수를 높게 입력했다가 당첨 이후 취소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청약통장의 소멸이다. 청약에 당첨되는 순간 해당 통장은 이미 사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만약 부적격 판정이나 자금 부족 등으로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기존에 쌓아온 납입 횟수와 가입 기간은 사실상 의미를 잃는다. 다시 청약을 하려면 통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동안 쌓아온 점수는 0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는 10년 이상 유지한 통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두 번째는 청약 제도의 강력한 페널티인 재당첨 제한이다. 자금의 한계 등으로 인해 당첨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신청인은 당첨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첨 후 수년 동안은 주택공급을 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에 걸리게 된다.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의 경우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간 청약이 제한된다. 특히 최근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 가능금액이 4억 원으로 제한되는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되어 분양가를 지불할 수 있는 자금 능력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한 후에 청약을 신청해야 한다.

세 번째는 원칙적으로 평생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공급 기회의 상실이다. 자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신청했다가 부적격으로 판정되면, 기회를 그대로 잃게 된다. 소득 기준 초과나 자녀 수 조건 오류 등으로 특별공급 당첨이 취소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후에는 같은 유형의 특별공급에 다시 도전할 수 없다. 이는 특히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청약을 준비하던 청년층에게 매우 큰 손실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나오는 청약은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기회를 소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청약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자격 요건, 자금 여건 및 규제 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하자.


6. 청약 제도에 대한 평가


주택청약 제도는 오랫동안 한국 주택 정책의 핵심 도구로 기능해 왔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우선 가장 큰 순기능은 무주택 서민에게 주거 사다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이 경쟁시장에서 직접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청약 제도를 통해 분양을 받으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취득할 수 있고, 이는 자산 형성의 결정적인 기회가 된다. 또한 청약은 공개 모집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청약통장에 모인 자금을 통해 공공주택 건설과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적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약 제도는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로또 분양 현상이다. 분양가 규제로 인해 시세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청약이 실수요 중심의 주거 정책이라기보다 투자 기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청약통장 가입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데 비해 실제 공급 물량은 제한적이어서 당첨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가점제 중심 구조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이 많은 중장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청년층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여기에 더해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결합되면서, 설령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주택청약 제도는 여전히 유효한 기회의 통로이지만, 동시에 그 기회가 누구에게 얼마나 공정하게 열려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청약 제도는 한국 사회의 압축 성장 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풍경이다. 복잡한 규칙과 계산들은 단지 어려움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나누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청약은 첫 집의 문을 열어준 사다리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내 닿지 않는 숫자의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제도는 기회를 나누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세대 간의 온도 차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었다.

앞으로의 청약 제도 역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경쟁의 방식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긴 시간을 들여 점수를 쌓는 구조는 완화될지도 모른다. 대신 더 많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기회를 열어주려는 방향으로, 형태를 바꿔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청약통장 속에 쌓이는 작은 숫자들과 함께 커지는 내 집 마련에의 희망이다. 처음 청약통장에 돈을 넣었을 때의 감정을 기억한다. 매달 넣는 돈의 크기는 크지 않을지라도, 그 안에는 ‘언젠가 나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희망과 지금의 삶을 버티게 하는 작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지금도 주택청약 통장에 숫자를 더하며 시간을 쌓고 계신 분들의 그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 조용한 기다림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문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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