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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23.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2. 에누리와 덤 그리고 정

지역축제 및 전통시장에서 바가지 논란이 지 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달 초에는 경북 영양군 의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1.5kg 옛날과자를 7만 원에 판매하는 장면이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 일'에 나오면서 “바가지 상인 단속하라"는 민원이 쏟아졌다. 결국 영양군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 표하기에 이르렀다.


-2023. 6. 22 조선일보 기사



지난 14일에는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들 이 자정대회를 열고 엎드려 사과하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래포구에서 꽃게 바꿔치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바가지와 호객행위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산하면 서다. 이날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들은 '고객신뢰 회복', '안전관리 철벽'.'위생청결 준수'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장 곳곳을 돌았다.


-2023. 6. 22 조선일보 기사




대구에는 서문시장이라 불리는 오래되고 제법 큰 규모의 전통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역사 깊은 시장입니다.



  소싯적 어머니는 명절 때만 되면 저를 데리고 그곳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리고 구석구석을 돌며 제수 용품을 장만했습니다, 어머니는 제수 용품 준비로 지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늘 옹심이 수제비 한 그릇을 사 주셨는데 저는 어머니가 사주시는 그 옹심이 수제지 맛에 시장 나들이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1 시간이 넘는 거리의 그 시장을 혼자서도 자주 놀러 갔습니다. 물론 돈이 없어 딱히 살 물건은 없었고요. 그냥 좌판의 물건들 구경하는 맛이 좋았고 시끌시끌한 장꾼들 소리 외침이 좋았다고 할까요.



  그렇게 어머니 손을 끌려 시장을 다니던 저도 이제 오십이 다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반백이 다 된 저는 지금도 여전히 시장을 찾습니다. 팔순의 노모가 시장 구경을 좋아해 서문시장은 물론 성주, 고령, 창녕, 영천등 지역 주변의 오일장을 비롯 특정한 요일에만 열리는 동네 장까지 수시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을 찾는 게 재미가 되었다 해도 요즘은 장가기가 영 꺼려집니다. 옛날의 그 좋았던 추억은 오간데 없고 불쾌한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소싯적 흥에 장꾼들과 에누리 좀 하려다 무안을 당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들은 물건 값 좀 깎자고 하면 정색부터 합니다. 요즘은 남는 게 없어 못 깎아 준다면서 말입니다. 물론 모든 상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은 우연히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여러 시장을 다녀 본 결과, 물론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물건 값을 깎아주지 않는 사람이 깎아 주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요즘 웬만하면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깎아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해봤자 본 전도 못 찾을뿐더러 기분만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KBS 1 TV에는  “6시 내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방송에는 코미디언이나 가수들이 전국 시장을 찾아가는 코너가 나옵니다. 그 코너는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제법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전국의 시장을 찾아다니며 각 시장의 특징들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예인들과 함께 영상에 담긴 상인들의 모습은 제가 시장에서 본모습과 사뭇 달랐습니다. 손님들에게 덤을 주는 것은 물론 에누리를 해주며 함박웃음까지 짓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밝은 모습을 하며, 정이 철철 넘치는 자신들의 시장을 자주 이용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시장 상인들의 모습이 왜 저만 가면 항상 그 덤과 에누리 그리고 정이 사라지는 것입니까.



  정부는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일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를 실시했습니다. 이 정책은 점차 사라져 가는 처지의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전통시장에 대한 호구지책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분명 자신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을 알면서도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그것을 감수하고 기꺼이 이 정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씁쓸한 것은 정작 당사자인 시장 상인 자신들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주차불편과 함께 불친절, 카드사용과 현금영수증 발급의 곤란, 환불과 교환의 어려움, 그것도 모자라 원산지 표기의 불신과 한 여름의 더위 및 한 겨울의 추위까지 감내하며 시장으로 가고 있는데 자신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며 시민들에게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으로와 달라고 하면서 스스로의 의식과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과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인간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도 도움이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게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요. 힘들다고 그래서 좀 도와 달리고 말들은 하면서 본인들은 일말의 손해도 안 보려 한다는 것 그것은 정녕 인간의 도리라고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함은 시장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예인들과 촬영할 때만 덤과 에누리 그리고 정이 넘치는 곳이라 말하지 말고 평상시 일반 시민들에게도 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게 요즘 시장을 자주 찾는 사람으로서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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