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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24.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9. 소극장

숨죽인 공연장. 어둠 속에서 이문세의 목소리를 통해 작곡가 이영훈의 “옛사랑”이 흘러나왔다. 이문세는 감정을 절제하며 관객들의 침묵 속에 조근조근 가사를 밟는다. 어느새 중년의 목소리로 변해버린 그의 음색에는 떠난 사랑에 대한 회한이 짙다. 아마 이문세는 노래를 부름으로 사랑이라는 지난 기억을 어떻게 해서든 멈추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옛사랑의 여운이 남은 무대는 어느새 불이 들어오고 공연장은 침묵에서 깨어납니다. 저는 공연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미련 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제가 이 콘서트장을 찾은 건 오직 “옛사랑” 이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스무 살도 채 되기 전 겨울만 되면 찾아 듣는 이 노래를 저는 원곡자인 이문세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제 형편에는 과한 지출임을 알면서도 제일 좋은 자리를 구해 이렇게 공연장을 찾은 것입니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법 흐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때 이문세는 소극장 공연 티켓비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고 뭍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라있었습니다. 논란의 쟁점은, 어떻게 소형 공연장 티켓 가격이 규모로는 비교할 수 없는 대형 공연장 가격과 맞먹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논란을 대하며 저와 여동생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동생은 여느 사람들처럼 소극장이니 만큼 상대적으로 대관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대형 공연장과의 가격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동생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했고, 이런 저의 생각을 이해 못 하겠다는 동생에게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나름의 논리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대형 공연장과 소극장을 단순 비교했을 때는 당연히 대형 공연장 가격이 비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관료에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한 공연장의 규모나 시설을 보면 당연히 이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없고요. 하지만 이번 사태와 같은 논란에 있어서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출연자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공연 관람을 위해 티켓을 한 번이라도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저의 말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대형공연장의 경우 구역별로 금액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죠. 일반 콘서트를 비롯해 뮤지컬이나 연극등 라이브 공연은 맨 앞줄이 가장 비싸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금액은 낮아집니다. 그 이유는 바로 출연자를 얼마나 가까이서 볼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출연자를 좀 더 잘 볼 수 있는, 출연자와 가까운 자리일수록 가격이 제일 높고,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비록 비싼 가격이더라도 기꺼이 경제적 손해를 감내면서 그 자리를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형 공연장 자리기준 가격 차이의 현실을 생각해 봤을 때 유명 가수의 소극장 공연 가격이 충분히 비쌀 만도 하지 않습니까. 비싼 대형공연장의 제일 좋은 자리보다 더 가까에서 자신이 마음에 담고 있는 연예인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이름난 배우들의 뮤지컬과 연극 공연 같은 경우 대형 공연장에 버금가는 무대 장치와 음향시설이 받쳐줘야 한다는 전제는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비록 출연자를 좀 더 잘 볼 수 있는 상황이라도 관객들로부터 소극장의 높은 가격 책정이 어느 정도 객관적 정당성을 얻을 것이 때문에 말입니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요건들이 충적되어야 관객들이 중요하게 느끼는 감동이 대형 극장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니까요.


  아무튼 그때 그 논란이 어떻게 정리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이유들로 당시 이문세의 소극장 공연 가격 논란에 있어 그의 편에 선 것입니다. 소극장은 대형극장에 비해 규모가 작으니까 당연히 대극장 공연에 비해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우리가 의심 없이 생각햐왔던 그 관념들에 반대하면서 말입니다.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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