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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28.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08. 네 탓이오(경기 탓)

2012년. 지인이 운영하던 합기도 도장을 인수해 경영했다. 이 일 저 일 해보다 잘 되지 않자 운동 경력을 살려 도장을 운영했던 것이다. 도장을 인수할 때 잘해봐야지라는 희망과 함께 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왜냐하면 당시 자영업자들의 3년 안 폐업률이 80%라는 통계 때문에 말이다.



  폐업률 80%. 이는 그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그 앞에도 그랬고 그때도 그랬고 그 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말 그대로 시기에 상관없이 어느 때나 가게를 차린 열 집 중 여덟 집은 망한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자영업자 거의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는 것인데 나는 도장을 인수하며 그 통계라는 수치의 객관성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형의 경제적 도움으로 도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결국 나 또한 80%라는 수치를 뚫지 못하고 2년 만에 도장을 접으며 통계청 노력의 결과에 한몫 거들고 말았다. 한 마디로 망했다는 것이다. 도장을 접을 때 “경기가 힘들어 그렇지”라는 주위 사람들의 위로가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 망한 것”이라며 꼬박꼬박 대꾸했었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무슨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반면 잘 되었을 때는 자신 덕이고. 이는 자신이 추진하던 일의 결과가 뜻과 달리 잘 못 이루어졌을 때는 모든 게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말이다.



  인생을 반백 년 살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세상사에서 나한테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는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 늘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간단한 이치를 깨닫는데 나는 자그마치 오십 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다.



   근래 누군가 요식업 창업을 하려 한다라고 말해오면 이제는 종영되었지만 우선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시청하고 나서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전혀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만만하게 창업을 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 프로그램을 보며 말하기를, 저런 정신과 행동으로 성공을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 아닌가라고 나는 돼묻는다.



    코로나 시국에 경기가 나빠도 잘 되는 음식점들은 늘 문전성시다. 그렇다면 그 집들은 왜 그렇게 잘 되는 것인가. 그들이 장사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이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그들도 경기가 힘들고 코로나 시국이라는 똑같은 조건의 이 나라에서 장사를 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인가.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남 탓 하기에 바쁘다. 경기 때문에 그렇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다. 정부의 정책 때문에 그렇다 등등. 물론 그것들의 영향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그 와중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경쟁력에서 무언가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솜씨던 경영 능력이던 홍보이던 노력이든 간에 분명 그들보다 뒤처지는 무엇이 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남보다 뒤처지는 것에 있어 세상 탓, 남 탓을 하기 전 그 이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2014년 합기도 도장을 접으며 주의 사람들의 경기 탓이라는 위로에, 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 망한 것이라고, 다 내 탓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 와중에도 친구와 선, 후배 도장들은 다 잘 되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들에 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그들은 치열하게 노력했고 끈덕지게 노력했다. 단편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그들은 관원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 수업이 끝날 시간이면 매일 도복을 입고 학교 정문 앞에 나가 끊임없이 홍보를 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건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매장과 주방의 청결이 기본이라 말하듯 관원 유치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난 부끄러워서 그러지 못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관원생들이 스스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망한 것은 경기 탓이 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명백한 내 탓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경기 탓으로 돌리면 적당한 변명은 될 수 있었다. 나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내가 나를 속이는 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 내 탓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못 할 짓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 내가 망한 것은 경기 탓도 아니고 남 탓도 아니고 시기 탓도 아니었다. 다 내 탓이었다. 모두 내 탓이었다. 그것이 그때의 객관적 사실이고 모든 결과였다.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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