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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27.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1. 택시(더 나은 서비스)

요즘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1인 1차 시대입니다. KOSIS 국가 통계 포털에는 2020년 기준 승합, 화물, 특수차량을 제외한 승용차만 무려 1800만 대가 넘게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인구 3명당 1대 꼴로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다시 말해 직장 생활을 하는 사회 구성원은 물론 한 가구당 웬만하면 차 1대씩은 다 보유하고 있다는 말인 것입니다.



  승용차가 이처럼 대중화되기 이전 택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8,90년대만 해도 자가용이라 불렸던 지금의 승용차는 당시 서민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 시절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배차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발 디딜 틈 없는 콩나물시루와 같은 버스만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택시는 위급하고 급한 일을 처리할 때나 가끔 사용 가능한 교통수단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처럼 긴급할 때 용이하게 이용되었던 교통수단인 택시에게도 한 가지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편리한 만큼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보다 요금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에게 택시 이용은 늘 마음만 앞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선택 사항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런  서민들의 정서로 어쩌다 택시 요금 인상 문제라도 불거지면 우리 사회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택시 회사는 요금 인상을 하려 할 때면 요금인상을 고깝게 생각하는 시민들을 향해 항상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게 되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 명분으로 매번 요금이 인상되어도 서비스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그들은 인상된 요금을 바탕으로 기사들에게 친절 교육을 실시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말뿐인 요식 행위로 끝나버리죠.



  사실 택시에서의 “더 나은 서비스”라고 해봤자 딱히 뭐가 있겠습니까. 어디 유럽이나 미국행 비행기의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도 아니고 택시 내부의 청결함 유지와 요금을 계산할 때 기사들의 친절한 말투 정도가 고작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지극한 기본조차 안되어 매번 그렇게 “더 나은 서비스”를 외쳐가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건 말 그대로 어느 삼겹살 집이 있는데 그 식당에서 종업원이 불친절하다고 삼겹살 값과 소주 값을 올려 친절하게 고객 응대를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와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택시 회사의 대 고객 서비스 개선은 회사의 운영방식 변화와 기사 채용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각 가정마다 1대 이상의 차를 가지고 있고 지하철과 버스등 대중교통이 활성화된 요즘 어찌 일반 시민들의 택시 이용 수준이 옛날 호황기때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요금 올릴 때만 눈가림식으로 서비스 운운하지 말고 회사도 현실에 맞게 경영에 있어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요, 기사채용 방식도, 택시기사라는 직업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범국이라 할 영국을 당장 따라 할 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운영 방식을 참고하여 좀 더 전문성 있게 바꾸어야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운전적성정밀검사에 합격하고 LPG자동차 안전 관리, 도로 교통법, 안전운행요령,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지리 등 총 80문제가 출제되는 필기시험만 합격하면 기본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교통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신규운수 종사자 교육 16시간만 받으면 누구나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 우리나라 간호 대학의 3년 과정에 버금가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영국 택시 기사 지망생들과 비교했을 때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영국과 우리나라의 교통 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이것을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고 적용하기도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딱히 할 일 없으면 택시운전이나 하지”라는 말이 나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마인드에서 어떻게 전문성과 높은 친절을 바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택시는 자가용이 없던 시절 급한 일이 있는 시민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이카 시대가 되다 보니 택시 회사들이 운영에 곤란은 겪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마다 적자를 보는 택시회사는 요금 인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들은 그 명분에 늘 “보다 나은 서비스제공”이라는 말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수많은 횟수의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기사들의 친절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요금 인상을 이야기할 때 그냥” 경영이 어려워 그렇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수익을 좀 더 내고 싶어 그런다고 말입니다.



물론 택시를 운전하시는 분의 힘든 노동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택시를 타는 저희들 역시 힘들게 일해 벌어먹고 살기는 매 한 가지입니다. 그러니 더는 되지도 않을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민들을 농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에필로그- 입대를 위해 서울역에 내렸다.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있었다. 입영 통지서에는 부대를 찾아오는 방법 중 동서울 터미널에서 노선 버스를 타고 경기도 광주로 오면 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나와 친구 두 명은 플랫폼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려고 했다. 우리를 본 택시 기사는 우리가 택시에 승차하기도 전 먼저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물었다. 나는 동서울 터미널에 갈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웃으며 20만 원이라고 말했다. 94년도에 말이다. 그때는 대구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도 그 금액이 안 될 시기였다. 그런데 같은 서울 안에서 20만 원이라니. 사투리에 입대를 위해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있어 촌티가 줄줄 흐르는 촌놈에게 눈퉁이나 치자는 심산이 분명했다. 나는 결국 다시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서 용인행 버스를 타 용인의 허름한 여인숙에서 하루 머물고 다음날 광주 부대로 가 입대했다. 나는 아직도 택시라고 하면 그날 동서울터미널까지 20만 원이라며 마치 선심 쓴다는 듯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그 기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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