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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26.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5. 모순(음주의 잣대)

  요즘 음주운전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경찰의 음주운전 법령강화와 강력한 단속에도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음주운전 사고에 의한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경미한 부상에 그치지 않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대형 사고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자신의 과실과 상관없이 애꿎은 사고를 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겪는 가족들의 고통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고 말이죠.



   이런 이유들로 음주운전은 요즘 사회의 큰 이슈입니다. 나라에 영향력 있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음주운전의 처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관해 미래의 그러할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이 과 옳은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형벌의 사법처리는 누군가 특정인의 신체나 재산에 실질적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범죄로 규정하고 법에 의해 처벌을 가합니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입니다. 즉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 사고의 실체가 없더라도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형사처벌을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것은 바로 음주운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추측 만으로 특정인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라는 것 말입니다.



   2001년. 톰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54년의 미래. 내용은, 워싱턴 특수경찰 팀리더인 톰크루즈가 미래의 범죄자를 볼 수 있는 예지자들에 의해 예지 된 범인들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 체포함으로 살인과 같은 강력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비록 오류가 없는 예지자들이 범죄를 예고했다 하더라도 범죄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범행 직전 마음이 바뀌어 범죄 실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들을 범죄자로 미리 체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그럼 조금 더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특수경찰로 범죄 예방 시스템에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범행 예정자들을 체포했던 주인공 톰크루즈. 그는 예지자들에 의해 본인이 살인자로 지목되자 아이러니하게 이 시스템에 오류가 있음을 밝히려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예지자로부터 예고된 시간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므로 범죄예방시스템에 오류가 있음을 밝혀내 결국 그 제도를 폐지시킵니다.



   제가 이렇게 픽션인 영화까지 들이대며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는 결코 음주운전을 옹호하자는 게 아닙니다. 음주운전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성토 또한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어떠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와 더불어 말하고 싶은 것은, 정작 술을 마시고 살인이나 폭행등 실질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감형을 해주는 현 사법부의 관행이 음주운전 처벌과 비교했을 때 과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사고가 나지 않아도 사고를 낼 “개연성”이 높다는 이유로 우리는 음주운전을 범죄로 규정짓습니다. 다시 말해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아무런 피해자가 없는데도 음주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라면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를 발생시킨 실질적 범죄자는 당연히 가중처벌을 해야 마땅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것에 대해 감형을 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것에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또 어떤 것에는 사건을 저질렀는데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하니 이 얼마나 앞 뒤가 맞지 않는 일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음주라는 한 가지 동일한 행위 아래 이와 같은 범죄에 있어서 서로  상반된 판결을하고 있으니 이 모순된 형사처벌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까.



   그럼 여기까지 글을 읽은 분들 중 제 논리가 너무 비약적이라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가정법 하나만 들어 글을 끝내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술을 마시고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해 사고를 냈다고 치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피고인이 되어 경찰이나 검찰 조사, 또 법정에서 법원 판사에게,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여느 음주 후 저지른 강력사건의 판결 관행처럼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을 인정해 감형을 해 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만약 이때 감형을 해주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사법부가 판결한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의 감형 사유가 문제가 될 것이고 혹여라도 감형을 해준다면 음주운전 처벌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음주운전에 대해 너무 열변을 토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의 이 흥분은 정작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을 해주고, 비록 술은 마셨지만 사고를 내지 않은 이상 아무런 피해 발생도 없는 사람에게는 처벌을 가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음주사건에 적용되는 모순된 법 현실을 한 번 짚어보고 싶어서였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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