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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01.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48. 배트플립

이제 야구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시범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패넌트레이스에 돌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야구팬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장에서 직관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야구장을 찾는 관중은 해마다 늘어났는데 작년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야구계는 무관중 경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여졌고 이는 올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80년대.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 될 때만 해도 야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중의 90%에 육박하는 계층이 모두 성인 남자였기 때문에 말이죠.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젊은 여자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야구장을 찾으며 관중석을 만원으로 채우고 있으니까요.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요즘 선수들은 경기 중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나면 팬들에 대한 보답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가 많습니다. 좋은 투구와 멋진 타격을 펼친 후 그 기쁨을 자신에게는 물론 관중들에게 또한 화려한 퍼포먼스로 보답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경기 중에 보이는 이런 퍼포먼스 중에서도, 타자가 홈런을 치고 난 다음 베트를 멋지게 던져 버리는 일명 “베트플립”은 당연 퍼포먼스 중의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때나 결정적인 순간 장쾌한 홈런을 날린 후 기분 좋게 하늘로 뻗어 가는 공을 보며 시원스레 방망이를 던져버리는 행위의 베트플립. 이는 관중이나 자신을 위해 과히 짜릿한 쾌감을 전하는 실로 통쾌한 맛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국내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이 배트플립이라는 퍼포먼스가 문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이 배트플립이라는 것을 미국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행동이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미국이 배트플립을 금지하는 이유는, 그런 행동을 하면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를 자극하는 비열한 행위로, 상대 투수가 정신적 데미지를 받아 경기에 제대로 임 할 수 없다는, 한 마디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뭐 대충 그런 논리였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빠던(빠따((배트))던지기)”이라는 속어로도 잘 알려진 이 베트플립은 한국, 대만, 일본,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일반적인 행위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서 활동하며 배트플립이 몸에 밴 선수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홈런을 치고 난 후 무의식 중에 이 퍼포먼스를 하게 됐고 암묵적으로 그 행동이 금지되어 있는 그들과 마찰을 빚게 된 것이죠.



  그런데 저는 상대 투수를 위해 베트플립을 자제해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가 그저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스포츠인으로 홈런을 맞은 상대투수의 정신적 데미지를 헤아려 주겠다는 그들의 배려심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그와 반대로 투수가 한 행동에 의해 배려받지 못하는 타자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는 모습이 너무 모순적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럼 제가 모순적이라고 하는 투수의 타자에 대한 행동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았을 때 행하는 투수들의 행동입니다.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으면 주먹으로 글로브를 쳐대면서 쾌재를 부르고 표효하며 환호성을 지를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타석에 서서 삼진을 당해야 했던 타자의 처참한 마음을 과연 헤아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들은 전혀 타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있지 않는 것 아닌가요.



   이러함을 볼 때, 자신들은 삼진 당한 타자 앞에서 그런 기쁨의 퍼포먼스를 해도 되고 자신들을 상대로 홈런을 친 타자가 하는 베트플립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는 그들의 모순된 논리를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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