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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02.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29. 지구의 주인

 지구의 수명은 100억 년이라고 합니다. 감히 인간의 수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억겁의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인간의 시간 앞에 지구는 지금까지 45억 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다고 합니다. 이는 100억 년이라는 자신의 수명에서 딱 절반을 산 셈이라고 할 수 있죠.



  지구는 이렇듯 우리의 사고가 닿기 힘들 정도의 아득한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영겁의 시간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생성, 번식, 성장, 소멸했고요.



  전문가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처음 생겨난 것은 36억 년 전이라고 했습니다. 단세포 박테리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그 최초의 기원이며 이후 기온과 환경 변화 등으로 다양한 생명체가 탄생하게 되었고 인류의 기원이라 믿는 우리 영장류는 약 350만 년 전에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구에 생존하는 동물의 수는 100만 종이 넘는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생하는 식물의 수는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지구의 바이오매스 중에서 99.7% 정도가 식물이 차지한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비중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생명들의 밀집과 끝조차 알 수 없는 우주의 한 점 행성에 지나지 않는 지구. 그 가운데 우리 인간은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으로 나약한 생명체의 옷을 벗고 어느새 지구라는 우주의 한 행성에서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지구와 인간의 관계 때문인지 한 때 인간은 지구의 손님이라는 사조가 한창 유행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연을 다루는 방송이나 신문, 책 등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은 지구의 손님이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은 당연히 자연계의 동식물들이니 우리 인간은 그들 앞에서 한 낱 미물로서 겸손히 살아가야 된다고 말입니다.



  그때 저는 인간을 지구의 손님이라고 치부하는 그들의 말에 적잖은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근거로 인간을 지구에 잠시 왔다 머물고 가는 손님이라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들이 말하는 손님설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시킨 자연 훼손에 대한 죄의식에서, 또는 다른 종과는 달리 지능을 가지고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아는 종으로서 세상에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미덕의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게 그때 제 나름의 생각이었기는 합니다.



  어쨌든 저는 인간이건 동식물이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주인임과 동시에 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도 당당히 지구의 주인이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독 인간만을 지정해 손님이라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구의 주인을 자연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인간도 당연히 자연의 일부인 것이고, 지구에 머물다 죽는 수명을 따지는 것이라면 인간보다 더 짧은 수명을 가진 생명체도 얼마든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인간은 생존과 삶의 편의를 위해 도구를 만들고 그것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동식물들에게 해를 입히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우를 범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인공물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꼭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늘 자연에 빚을 지고 있다는 부채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지구의 손님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러한 의식을 제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해야 하는 방식의 특징이 그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이라는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약한 하위의 동물을 잡아먹으며 생존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이 말은, 인간도 지구에 존재하는 엄연한 하나의 주체로서 오로지 손님이라고 매도하는 생각 또한 다분히 편협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성이 낮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이 너무 주체적으로 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가지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주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고 역시 문제가 아닐까요.



  지구는 100억 년이라는 생 중 50억 년을 살았습니다. 그 사이  빙하기와 지질의 변화등으로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하고 다시 태어나고 했습니다. 우리 인간도 그 100억 년이라는 지구의 생 중에 한 지점을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는 무슨 이유로든 우리 인류도 멸망하고 다른 생명체들이 남은 지구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굳이 인간을,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라고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지구, 그리고 인간과 동식물 이들은 모두 지구의 주인이자 동시에 손님인 것일테니 말입니다.


2020.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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