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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08.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 체력측정

  저는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닙니다. 이 글을 쓴다고 저를 남성우월주의자나 남녀평등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보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저는 시대에 뒤떨어진 꽉 막힌 사람도 아니고 여성에게 자격지심을 가진 그런 못난 놈도 분명 아니니 말입니다. 이 글은 그저 제가 가진 상식에서 지극히 불합리하다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 이번 주제로 다루는 것일 뿐이니까요.



우리나라 공무원 채용은 대부분 공개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공개경쟁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시험을 치러 상위 득점자가 채용되는 방식입니다. 시험은 대부분 필기와 서류전형 신체검사와 면접 등의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중 경찰과 소방 공무원 같은 경우는 체력측정 종목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 업무가 현장에서 몸을 써야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말이죠.



   사건 사고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기초체력은 필수적입니다. 그런 이유로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서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체력 종목을 선정해 채용시험에 반영합니다. 합격 후 임용이 되고 나서 즉각적인 현장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그 취지는 좋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남녀의 체력평가 기준이 각기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해의 편의를 위해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체력기준을 예로 들어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경찰공무원 같은 경우 남자는 체력 측정 기준에서 팔 굽혀 펴기를 1분에 58회 이상을 해야 만점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는 50회 이상이면 됩니다. 즉 남자와 여자의 만점 기준이 8개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팔 굽혀 펴기 뿐만 아니라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등 그 외 종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체력측정을 요하는 직렬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현장 활동이 필요한 직렬이 대부분입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사무를 보는 행정직 같은 경우에는 체력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딱히 몸을 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체력측정이 포함된 직렬은 현장에서의 육체적 활동을 필요로 하고 그런 이유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여자 경찰공무원 체력측정의 팔 굽혀 펴기 같은 경우 만점 기준이 50회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50회만 할 수 있어도 이런 현장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것은 어찌해서 남자는 여자보다 8회나 더 많은 58회를 해야만 되냐는 것이죠. 여자가 50회만으로 할 수 있는 업무라면 당연히 남자도 50회만 해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또 반대로 남자가 58회 이상이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여자도 58회를 충족시켜야 업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 이 말인 것입니다. 여자와 남자의 업무가 다른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똑같은 업무를 수행함에 이렇게 체력측정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을 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은 예전에 남자들의 고유 영역이라 생각했던 분야에 여자들 진출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 남성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군에서 남자도 힘들다는 전투기 조종은 물론 특수부대에서도 여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민간에서는 여자 경찰관이 강력범을 검거하고 소방관인 경우 화재 현장이나 재난 현장 같은 위험 상황에서 불을 끄고 인명구조를 하는 등 그녀들의 활약은 더 이상 옛날 여자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 머물러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근래 여성인권 운동의 활성에 남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옵니다. 저는 그런 남자들에게, 수백 년 동안 남성 우월 중심사회로 여성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살아왔으니 지금 좀 역차별을 받는다고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 체력시험의 기준은 남자와 여자의 성 차별 문제가 아닙니다. 남, 녀 구분 없이 응시생들의 형평성 문제인 것인 겁니다.. 남과 여의 보직이 달라 맡게 되는 업무가 다르다면 모르겠지만 여자 경찰관도 범죄자를 잡아야 하고 여자 소방관도 불을 끄고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똑같은 일이라면 남, 녀 체력 기준이 달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제 현장업무 공무원 채용 체력 평가 기준은, 여자에 맞추어 하향 평준화를 하든지 아니면 남자 기준으로 상향 평준화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거창하게 남녀평등이나 역차별 같은 거대담론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수행하는 업무가 동일한 만큼 이제는 그 적용 기준을 통일시켜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 까라는 게 저의 생각인 것입니다.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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