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Jul 12.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꼴통

  산다는 게 참 싱겁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저는 늘 그 자리인 것 같습니다.


  지식이 늘어가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누군가를 이해함에 마음이 넉넉해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배운 알량한 지식과 비루한 삶들이 쌓여 갈수록 저는 타협과 담을 쌓고 저만 옳다는 외고집에 철저히 갇힌 옹졸한 인간이 되어 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저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반대의 의견을 피력하면 저는 저도 모르게 발끈하며 그를 설득시키기 위해 힘겨운 논리를 펼치며 끝장 토론을 벌여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성격이 세상을 좀 삐딱하게 보는 저의 시선과 더 해져 늘 저는 누군가와  언쟁을 벌이기 일쑤였고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며, “이런 꼴통 같은 놈. 세상 참 어렵게 산다. 그게 네 인생에 뭐 그렇게 큰 일이라고 그처럼 발악하느냐. 이제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하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충고가 쉽게 따라지지 않습니다. 정신과 선생은 이런 저의 상태를 강박증과 불안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은 완벽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보일 수 있는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강박증과 불안증 환자입니다. 무엇 하나에 꽂히면 집착을 보이고 어둡거나 주위가 침묵에 잠기면 불안에 떨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제가 왜 강박증과 불안증 같은 공황장애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구구절절 설명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제 가족의,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제 아버지의 치부를 들춰내는 내밀한 부분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저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패륜아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유년시절 아버지에게서 입은 상처에서 시작되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굳어져 버린 성격이 이제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도 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저도 나이를 먹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충고에 휘둘려 제 성격을 애써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 모난 성격을 바꾸어 보려 참 많은 애를 쓰고 노력도 해 보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그냥 저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물론 곁에서 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힘들 수도 있고 제가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어 끝도 없는 어둠에 홀로 갇힐 수도 있겠지만 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냥 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원히 저일 뿐이기에 말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저, 바로 꼴통 소리를 듣는 저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 꼴통은 꼭 글이 아니더라도 제 삶에서 계속될 것만 같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또 내일도 말입니다. 제 의식이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작가의 이전글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