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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21.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38. 명품 수선과 짝퉁

요즘 주변에는 명품이라고 하는 값비싼 외국 유명 브랜드의 가방과 지갑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명품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해 자신들이 들고 다니는 물건을 마치 신줏단지라도 모신 듯 애지중지합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라는 것은 언제나 사용을 하면 낡아지고 결국 손상이 생기는 법. 그렇다 보니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명품에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값이 값인지라 쉽게 버릴 수 없어 명품수선이라는 수선집에 맡겨 수선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이러한 명품 수선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의 수선을 수선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말이 좀 애매할 수가 있는데, 다시 말해 몇 퍼센트 정도의 손상까지를 수선으로 볼 수 있느냐, 즉 새로 만드는 것과 진배없는 본 제품의 90%에 달하는 수선을 과연 짝퉁제작이 아닌 수선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어느 날 저는 어머니가 보시고 계시는 TV를 함께 시청하다 일명 명품수선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업무를 엿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수 십 년에 걸쳐 명품수선을 해 오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와 그들이 가진 기술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얕게는 스크래치가 난 가죽 표면부터 단추나 잠금장치 같은 간단한 부속들을 수선하는 것은 물론 깊게는, 여성 가방 같은 경우 가죽과 잠금장치 그리고 기존의 제품에서 실밥과 로고 액세서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해 수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보았을 때, 본 제품의 재료를 훼손하지 않고 이어 붙이거나 땜을 해 수선하는 간단한 손질은 수선이라는 말로 이해가 되는데 그에 반해 가방에 사용된 손잡이와 몸통의 가죽 등 본 제품 대비 전체의 90% 정도를 바꾸어 버리면 그것을 우리는 과연 새로운 제품의 제작이 아닌 수선이라는 말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본 제품에서 겨우 부속 몇 개만 남겨두고 그 정도로 바꾸어 버리면 그것이 짝퉁 제작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냐는 말입니다.



그럼 여기서 이야기를 살짝 돌려 일본에서 일어난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만 이건 제가 전언으로 들은 얘기라 모두가 펙트인지 정확한 확인은 되지 않았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한 여성이 명품 옷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형편이 그리 넉넉지 못한 경제력으로 구입한 옷이다 보니 자연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조심 다루었던 옷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의 옷은 그만 불운하게도 조금 찢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안절부절못하며 동네 세탁소등 수선이 가능한 곳은 다 찾아가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옷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선뜻 수선해 주겠다고 나서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결국 본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기에 이렀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전화를 받은 본사 고객센터 직원의 응대에 이 여성은 찢어진 명품옷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그 고객센터 직원은 이 여성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그녀는 그렇게 큰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당신들은 그 옷을 수선까지 해가면서 입느냐? 옷이 찢어졌으면 새 옷으로 사 입으면 되지 않느냐. 그 옷 하나를 수선하기 위해 여기까지 전화했느냐 “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슬퍼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사실 중동 석유부자들이나 세계 내로라하는 재벌들에게는 우리들이 겨우 하나 정도 가질 수 있는 명품이 그저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돈 많은 사람들만 상대하다 보니 고객센터 직원은 저런 말을 하게 된 것일 테고요. 하지만 중동 석유부자도 또 세계 재벌도 아닌 저희들에게는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명품하나가 얼마나 큰 보물입니까. 그러니 흠집이나 상처라도 나면 표가 안 날 정도로 감쪽 같이 수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수선해 계속 쓰게 되는 것일 테고요.



그렇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명품을 수선하려 할 때 기존 제품에서 육안으로 확인함에 있어 최대한 표가 나지 않게 수선하는 능력, 그런 수선능력을 가진 수선공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수선공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명품 자체가 서민으로서는 하나 장만하기조차 만만치 않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보니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큰 마음먹고, 적게는 몇 백, 크게는 몇 천만 원이나 주고 하나 장만한 명품에 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 구입 당시의 본제품과 최대한 차이가 나 보이지 않게 감쪽 같이 수선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고요. 그러나 그 감쪽같은 실력이라는 게 어찌 보면 수선의 경계를 넘어 짝퉁으로의 재탄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어느 정도까지를 수선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찝찝한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어 이렇게 글로 한 번 써 본 것입니다.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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