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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l 23.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79. 작사와 작곡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스산해지고 감정이 센티해집니다. 이런 날은 왠지 모를 서정성 짙은 음악 한 곡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여름 내 쌓였던 내 마음속 거친 생각들이 씻겨 버릴 것만 같기 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히트 곡들을 들을 때면 늘 드는 궁금한 생각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가사가 좋아 인기를 끄는 것인가 아니면 곡이 좋아 인기를 끄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듣는 대중가요는 작사와 작곡이 합해져 하나의 노래가 됩니다. 작사는 말 그대로 우리가 입으로 부르는 노랫말인 가사인 것이고 작곡은 여러 악기들이 어우러져 그 노랫말을 꾸며주는 멜로디, 즉 소리인 것입니다



  이 노랫말과 음은 각각 따로 이면서 하나가 되어 한 곡의 노래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때 그 노래를  좋아하면서 장단도 맞추고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우리가 한 곡의 노래를 좋아할 때 과연 가사가 좋아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음이 좋아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요?



  저는 꽤 오랜 시간 이 궁금증을 생각하다 결국 음이 좋아야 한다는, 즉 작사가 아니라 작곡이 우선이라는 내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팝송 때문입니다. 우리는 꼭 우리말의 노래만이 아니라 영어나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노래를 좋아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때 우리는 그 외국곡의 가사가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좋아합니다. 그러니 저는 작사보다는 작곡이 좋아야 결국 인기곡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유명 노래의 가사를 노트에다 글로 적어 곡 없이 읽을 때면 감흥이 덜 한 것도 말이죠.



    하지만 비록 아무리 작곡이 좋다 해도 한 곡의 노래에서 역시 가사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작사가는 마치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한 편의 주옥같은 시를 쓰는 시인처럼 온몸의 감정 세포를 일깨워 아름답고 마음에 와닿는 가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겠죠.



  “누가 물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지나온 내 모습 모두 거짓인가” -이영훈 작사 이문세 노래 “옛사랑”



  “이미 그대 돌아 서 있는 걸 혼자 어쩔 수 없었지 미운 건 오히려 나였어” -김창훈 작사 김창환 노래 “회상”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 -김순곤 작사 조용필 노래 “바람의 노래”



  이 가사들은 8,90년대 우리 가요의 노랫말 중 한 소절들입니다. 이건 곡을 입혀 노래로 부르니 가요이지 그냥 음을 빼고 노랫말만 놓고 보면 한 편의 서정시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위의 노래 외에도 시와 같은 가사를 가진 노래는 숱하게 많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요.



   90년 대 초. 서태지를 시작으로 대중화된 랩이 가요계를 바꾸기 이전 7080 세대의 우리 가요는 노랫말에 서정성이 짙었고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가사의 의미가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가요의 템포가 빨라지고 가사들이 온통 속사포처럼 주절대는 랩이 대부분이라 노래의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모 TV 프로그램에는 연예인들이 나와 알아듣지 못하는 노랫말을 정확하게 알아맞추는 게임까지 하고 있겠습니까.


  


  이건 한마디로 난센스자 코미디라고 해도 무방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음악은 가사보다 곡이 중요다지만, 그리고 요즘 가요들을 힙한 음악이라 그러하다는 그 정체성을 인정한다 해도 애초에 가사가 없는 클래식이라면 몰라 엄연히 가사가 존재하는 가요인데 그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가사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노래를 과연 가요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럴 수도 있다라면 그 노래에 알아들을 수도 없는 가사는 왜 만들어 놓은 것입니까.



  우리는 마음이 지치고 힘이 들 때 그런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노래 한 곡으로 큰 위안을 얻습니다. 그 위안의 바탕에는 노래의 가사가 자기의 마음과 흡사함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4분 남짓한 노래 한 곡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삶이 노랫말로 만들어져 있을 때 우리는 그 가사를 음미하며 삶을 위로받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힙한 노래고 변화된 시대라 하더라도 그 옛날 7080 세대의 가요들처럼 가사를 좀 손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노래를 만들고 불러주었으면 하는 것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요즘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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