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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06. 2023

병역의무와 사병

잡담

”야! 사단장“


“야 사단장? 이 이등병 새끼가 미쳤나!  감히 장군님한테…”


“야! 중령! 너는 빠져”


“뭐! 야 중령?”


“그래 너 중령! 넌 빠지라고. 난 중장하고 할 말이 있으니까.”


“근데 이 녀석이 진짜 미쳤나? 어디 이병이 하늘 같은 대대장 하고 사단장님한테 중령, 중장이라니”


“그게 뭐? 니가 대대장이면 대대장이고 저 인간이 중장이면 중장이지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누가 누구에게 하늘이라는 거야? 난 그냥 병역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에 온 거야. 그런데 그것 때문에 내가 니들한테 기어야 될 이유가 있냐? 니들이야 니들 스스로가 선택해서 군 생활을 하고 있으니 계급에 따라 서로 지시하고 복종하면 되겠지만 난 아니야. 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법이 그래서 의무로 왔어. 그렇기 때문에 니들한테 내가 아랫사람 대접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거야. 어쨌든 군이니 훈련이야 어쩔 수 없이 받겠지만 너희들한테 인격적으로 하대 받을 이유는 없단 말이야. 알겠어? 내가 의무복무 때문에 군에 와서 이렇게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게 너희들한테 아랫사람 취급 당해야 될 이유는 아니라는 거지. 알아듣겠어? 그러니까 우리 병들한테 함부로 하지 마. 나는 니들한테 나의 생사여탈권을 위임한 적이 없으니까. “


  어때요? 당신도 군생활을 해 봤겠죠. 사병? 아니면 부사관이나 장교였나요? 옛날 군 생활을 생각하다 한 번 써 본 거예요. 사병들 입장에서. 왜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사병들이 사단장이나 대대장 또는 중대장들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하며 꼼짝도 못한 체 겁을 먹어야 하는 거죠. 그들은 그냥 법에 따라 의무복무만 하면 되는 건데요. 저는 근래에 그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어요. 의무복무로 사병 계급장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그들 사병이 부사관이나 장교들에게 인격적으로 굴복당해야 될 이유는 아니지 않나요. 미국 같은 징병제 국가야 군이 그런 상명하복의 세계인걸 알면서도 자신들이 지원해 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는 아니잖아요. 그냥 의무복무라서 법을 지켜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 건데 왜 부사관이나 장교들에게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죠? 그들이 부사관이면 부사관이고 대대장이면 대대장 또는 사단장이면 사단장인 거죠. 그게 무슨 상관인건데요. 난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이해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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