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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04.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7. 작게 때론 크게

저는 패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쇼핑을 나가 맞춤한 듯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할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옷이 내 몸에 딱 맞을 수는 없는 법. 기성복 같은 경우 통일된 수치에 맞추어 제작되다 보니 내 몸 사이즈에 큰 듯 작은 듯 조금 애매할 때가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구매를 망설일 때면 옷 가게 점원은 늘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 말은 바로, 기성복 표준 사이즈 보다 좀 마른 체형의 사람한테는 정 사이즈이지만 옷이 좀  작게 나온 편이라 괜찮다 하고 또 반대로 표준 사이즈보다 체형이 큰 사람에게는 정 사이즈이지만 옷이 좀 크게 나와 괜찮다고 말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와 같은 점원들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 사이즈인데 조금 작게 또는 조금 크게 나왔다니. 그렇다면 그 옷은 정 사이즈가 맞는 것인가요 아닌 것인가요.


   인치와 센티미터는 분명 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건 전 세계가 동의하는 표준 규격으로 여기에 대해선 편차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통일된 규격 앞에 정사이즈인데 작게 또는 크게 나왔다는 말이 과연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까. 저는 이 헷갈리기만 하는 일이 그저 의아할 뿐입니다.


  우리는 길이, 부피, 무게를 재는 단위를 도량형이라고 합니다. 이 도량형은 인간이 무리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도량형의 기원은 수와 양의 측정이 필요했던 선사시대부터 서서히 발전해 왔을 거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자기들 만의 독창적인 도량형을 사용하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각 나라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던 도량형은 단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하나의 세상으로 변하면서 세월을 거쳐 점차 세계적인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그중에서 인치와 미터, 킬로그램 같은 단위는 이미 세계 공통이 되었음은 굳이 두 말할 필요 조차 없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러한 도량형의 적용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예전의 맞춤옷 시대에서 대량생산의 기성복 시대로 바뀌며 특정한 치수의 옷을 똑같이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기성복을 구입할 때 자신의 체형과 근사치에 가까운 치수의 옷을 찾습니다. 가령 상위는 100사이즈 하의 32인치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성복을 구입 할 때면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사람마다 치수가 몸에 딱 맞지 않고 큰 듯 작은 듯 애매 할 때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럴 때면 우리의 망설이는 태도에 고민을 짐작한 직원은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슬쩍 한 마디 거듭니다. 그때 그들이 거드는 말이 바로 정사이즈이지만 좀 작게 또는 좀 크게 나온 옷이라는 강조인 것입니다.


  

옷에 있어 사이즈와 인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치수 입니다. 그런데 32인치 바지가 조금 적게 나온 것이라면 31인치이거나 31.5인치 인 것이지 그것이 어떻게 32인치 정 사이즈란 말입니까. 정 사이즈보다 크게 나왔다는 말 또한 같습니다. 옷을 판매해 수익을 올려야 되는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한 벌의 옷이라도 당장 팔아야 하는 그 고충을 제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러한 말장난 같은 판매 방식은 좀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는 이제 우리도 옷 판매에 있어 정사이즈라는 말의 개념을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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