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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05.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71. 끼니

  “여보! 아침은 차렸소?”

  “엄마! 점심 도시락은?”

  “은지 아빠! 오늘 저녁은 우리 애들이랑 나가서 외식해요”


  “이번 전 세계 경제 포럼에서 각 국을 대표하는 CEO들의 조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 각 정당 대표들이 H호텔에 모여 오찬 회동을 갖는다고 합니다”

  “한, 미 정상회담 마지막 만찬이 청와대 국빈관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입니다”


  우리는 보통 하루 세끼의 밥을 먹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 번의 식사 말입니다. 이때 우리는 통칭 “아침 먹었니. 점심시간은 몇 시부터야. 같이 저녁 먹을래”처럼 끼니 해결하는 식사를 아침, 점심, 저녁이라고 칭하며 그 성격을 구분 짓습니다.


  그런데 앞의 대화에서 보았듯 이렇게 일반 시민들과는 그 표현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정치인이나 재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보도기사를 보면 말입니다. 그들이 나오는 기사에는 아침밥 먹는 것을 “조찬” 점심밥 먹는 것을 오찬” 그리고 저녁밥 먹는 것을 “만찬”이라고 표현합니다.


  왜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꼭 저런 말을 쓰는 것 일 까요. 그들은 우리와 다른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니 그 격에 맞춘다고 우리가 일싱적으로 사용하는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 대신 조찬이니 오찬이니 만찬이니 하는 것일까요. 혹여라도 설마 그 이유가 맞다면 그들은 우리 일반 시민들과 진짜로 그 정도로 뭔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인가요.


  물론 아침, 점심, 저녁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불분명할 수도 있습니다. 식사를 뜻하지 않고 그냥 시간적 의미로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있어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면 “아침식사”  “점심식사” “저녁식사”라고 하면 될 게 아닙니까.


    “이번 전 세계 경제 포럼에서 각 국을 대표하는 CEO들의 아침식사 자리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 각 정당 대표들이 H호테에 모여 점심식사 회동을 갖는다고 합니다”

  “한, 미 정상회담 마지막 저녁식사가 저녁 여섯 시 청와대 국빈관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합니다”등과 같이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언론에 보도되는 그들의 끼니를 조찬, 오찬, 만찬이라고 떠벌리는 것을 볼 때마다 심한 반감이 듭니다. 꼭 그들은 그렇게 달라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반 시민들이 밥을 먹을 때 조찬, 오찬, 만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말로는 시민을 위한 정치니, 시민의 편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정치인이 되겠노라고 운운하면서 저런 단어 하나에서부터 특권의식을 보이고 있으니 이 얼마나 꼴갑잖은 짓입니까.


  물론 이러한 일의 문제는 해당 정치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사를 써내는 기자들의 문제일 것입니다. 화면이나 지면에 매번 이와 같은 말들을 써대고 있는 사람들이 기자들이니 어떻게 이 문제를 정치인들 탓이라고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그들을 특권자로 떠 받들고 있는 기자들. 우리 같은 무지렁이야, 그들과 어울리며 자신들 또한 특권층인 마냥 껄떡대고 있는 그 기자들이 써대는 말들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못한 채 그저 말없이 듣고 봐야 하는 수밖에는 요.


2021.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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