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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08. 2023

엉뚱한 부심

몽상


모르겠어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 그냥 젊음의 치기 아니었을까요. 젊으니까 그럴 수 있는 뭐 그런 거요.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 때 거칠게 뭐가 있겠어요. 아마 그런 거침없는 마음이 그때는 오뎅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요. 일단 룰은 간단해요. 길을 가다 오뎅이 먹고 싶다. 그러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오뎅을 파는 포장마차로 들어가 거기 꽂혀 있는 오뎅을 모두 먹고 자리를 뜨는 거였어요. 맛이 있던 맛이 없던 비싸던 비싸지 않던 어묵이 충분히 삶기지 않고 몇 개가 꽂혀 있더라도 무조건 다 먹어야 하죠. 그게 우리의 룰이었어요. 쓸데없는 오뎅부심이었다고나 할까요. 오뎅을 다 먹어치우고 테이블에 수북이 놓여있는 텅 빈 꽂이를 볼 때의 그 뿌듯함. 뭔가 큰일을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거.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어요. 마치 치열한 전투에서 이기고 노획한 전리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물론 엉뚱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런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요즘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나이도 들었고 단속 때문에 길거리에 더 이상 노점을 볼 수 없고. 그때니까 가능했던 거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요.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네요. 따뜻한 오뎅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어요. 아마 겨울이 깊어지면 전 또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죠. 여러분들도 이런 엉뚱한 일 한개 정도는 있지 않나요. 여러분 오뎅 먹으세요. 겨울에는 맛있게 익은 오뎅 한 점 만한 게 없죠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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