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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10.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07.근로자의 날과 공무원

매년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근로자의 날이라고 칭한다. 이 날은 사기업 같은 경우 노동자들의 신성한 노고를 기리기 위해 각 사업장마다 하루 휴무를 취한다. 그러나 이때 같은 노동자이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바로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다.


  여기까지 읽은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공무원이니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는 게 맞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일반 사기업도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이 어떻게 일반 사기업의 근로자들처럼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취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말이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이런 생각이 잘 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만 다를 뿐 공무원들도 분명 근로,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근로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 다시 말해 사용자의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인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공무원을 근로자의 날 휴무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이 사업주, 즉 사용자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근로자의 날 휴무에서 그 대상을, 회사를 경영하면서 노동자를 고용해 임금을 지불하는 사업주이냐 아니면 노동력을 팔아 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을 받아먹고사는 근로자이냐로 판단해야지 그 임금이 공공의 돈이냐 사적인 돈이냐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공무원들도 하나뿐인 자신의 몸뚱이로 노동력을 팔아 자신의 맡은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아먹고사는 일개 봉급쟁이일 뿐이다. 같은 맥락으로 공무원들은 예전에 노조를 결성과 노조 가입을 할 수 없었다. 공무원들이 노조 결성하고 가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하지만 공무원 노조 결성불가는 위헌 판정을 받았고 이제는 당연히 노조 결성과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라는 것은 “노동조합”이라는 말로, 즉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찾기 위한 조직이다. 그런 노조의 결성과 가입이 공무원들도 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공무원도 결국 노동자라는 것의 인증이 아니겠는가.


   1997년 IMF라는 외환위기가 터지기전 공무원은 직업군에서 제대로 취급도 받지 못했던 부류였다. 누군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면 그딴 거 해서 뭐 하냐, 그거 해서 밥 먹고 살겠냐라는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고 사기업에서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 일상화되면서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재 평가받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그런 공무원을 철밥통이라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는 한다. 물론 일부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무원들을 근로자의 날 휴무를 취하는 근로자들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왜냐하면 앞에서도 누차 언급했듯 공무원들도 사업주나 사용자가 아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그 근로의 대가로 봉급을 받아먹고사는 사람들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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