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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11.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68. 비보호 좌회전

유튜브에 교통사고 영상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영상은, 트럭과 승용차의 교차로에서 벌어진 일로 해당사고 당사자들의 블랙박스 녹화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분명 자신이 피해자인 것 같은데 가해자로 몰려 억울하다며 이것을 좀 해결해 달라는 취지의 업로드였던 것입니다.



  문제의 영상을 살펴보니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으로 교차로를 통과하던 차량이 옆 직진 차선에서 교차로를 통과하며 차선 변경을 하던 차량을 피하려다 인도에 부딪히는 사고였습니다. 다행히 차량 간의 접촉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던 차량이 인도 경계턱에 부딪히며 휠이 손상을 입는 경미한 피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각자 과실을 두고 상호 의견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교차로의 구조는 우회전 차선 하나가 교차로를 지나며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우회전 차선은 바닥에 우회전 화살표만 그려져 있었고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하던 트럭 측이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을 한 승용차의 과실이 100%라고 주장했고 승용차 측은 반대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교차로에서 차선변경을 시도한 트럭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상반된 주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승용차 주인은 결국 이 건에 대해 경찰에 질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 내용을 접한 경찰의 답변은 또 한 번 사고 당사자들을 의아하게 했습니다. 그럼 경찰의 답변은 무엇이냐. 경찰 측은 “직진금지 표시가 없었기에 우회전 차선에서 직진한 게 위법은 아니라 처벌은 못하지만 그러나 잘 한 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입니다.


 


   경찰이 내놓은 저와 같은 입장을 접하자 저의 머릿속은 적잖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길에 우회전 표시만 되어있는 곳은 당연히 우회전 전용 도로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차선에서 직진을 하면 교통법규 위반인즐 알고 있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도로 교통표지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합니다. 이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려면 먼저 학과 필기시험을 우선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필기시험을 통해 실제 운전에 필요한 도로교통법을 익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익힌 도로교통법은 앞의 우회전 차선의 착각처럼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런 착각 속에는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비보호 좌회전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아마 모두들 마주 오는 차나 횡으로 직진하는 차들이 없으면 좌회전을 해도 된다고 알고 있지 않나요? 왜냐하면 “비보호 좌회전”이니까  말입니다.



  비보호좌회전은 말 그대로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지 않아도 상황을 봐서 좌회전을 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는 “직진 신호 시 좌회전 가능”라는 안내를 해 놓아 녹색 신호일 때만 좌회전을 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점 하나가 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비보호”라는 용어가 도대체 왜 들어가 있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비보호”란 말 그대로 문제가 생겼을 시 법적인 보호를 해 주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비보호 좌회전”이란 말 그대로 좌회전 시 사고사 났을 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보호를 못 받는데 왜 굳이 빨간불에서는 안되고 녹색의 직진신호에서만 좌회전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예전에 저는 비보호 좌회전이라고 표시된 곳에서는 빨간불에도 주위를 살펴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좌회전을 했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비보호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녹색의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하라고 해 놓았습니다. 비보호인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만약 직진신호에 좌회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그건 “비보호”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직진신호에 좌회전을 시도하다 사고가 나도 “비보호”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꼭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저는 도무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보호인데 빨간불과 녹색불이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까. 빨간불이든 녹색불이든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모두 똑같은데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운전 중 “비보호 좌회전, 직진신호일 때 좌회전 가능”이라는 표지판을 볼 때마다 그 안내에 따라 좌회전을 하면서도 늘 이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항상 뭔가 개운치 않은 답답함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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