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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16.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56. 갠지스

“온 더로드”라는 책이 있습니다. “박준”이라는 여행 전문가가 지은 책입니다. 책에는 배낭여행객들의 성지인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장기 배낭여행객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EBS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텍스트로 편집한 이 책을 나는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창 여행에 관심이 많던 취업준비생시절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고 그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어떻게든 풀어보려 하던 것이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였고요.



책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여행객들이 등장했습니다. 또래들과 수개월째 여행 중인 중학생들은 물론 쉰을 넘긴 중년의 부부와 홀로 여행 중인 여고생 그리고 스님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원들이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책에 실린 그들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낭여행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던지는 각자만의 여행 철학들을 읽으며 내가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책에 담긴 여행자들은 자신이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들을 설렘 가득한 언어로 풀어 놓있습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공통점은 인도라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배낭여행의 마지막 종착으로 인도를 꼽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함을 보며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가 무엇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인도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적지 않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인도. 인도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가 무엇이 있길래 배낭여행자들은 그토록 인도를 갈망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가 알고 있는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비폭력 저항으로 유명한 간디와 세계적인 인구수에 군사력 강국. 그리고 아직도 신분과 빈부의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카스트 제도가 고작입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를 그들은 왜 그렇게 여행의 대단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저의 이런 의문은 갠지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북부의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벵골만으로 흘러드는 강.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강. 삶의 시작과 끝이 모두 담겨 있는 강 갠지스 말입니다.



그들의 갠지스에는, 세상에 태어나 그 물에 세례를 받고 또 번민 많은 삶을 끝낸 후 육신이 태워져 다시 그 물에 뿌려집니다. 갠지스를 마음에 품고 그곳으로 발길을 딛는 여행자들은 그런 갠지스의 풍경에서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철학적 물음에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인도의 이 갠지스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모습에 경건함 보다는 비판의 시선이 더욱 강하게입니다. 망자의 시신을 휑한 강가에서 대충 화장하고 그 유골을 강에 뿌리고 그것도 모자라 그 물을 마시며 목욕까지 하는 모습들 때문에 말입니다.



저는 많은 여행자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갠지스 강의 이런 풍광에 다른 사람들처럼 경도되기는커녕 그 모습들이 그저 참담하게 생각될 뿐입니다.



물론 인도인들의 이러함 들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각자만의 삶에 대한 방식이라 그것을 좋다 나쁘다 따질 게재는 분명 아닙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서로 다 다른 것이기에 옳고 그름 역시 간섭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자들이 자신을 찾는 여행지의 제일로 꼽는 갠지스의 이러한 일들을 여행객으로서 너무 미화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럼 저는 제가 왜 갠지스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 자리에서 그 이유를 한 번 설명해 볼까 합니다. 먼저 강가에서 망자의 시신을 태우는 행위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보고 그들이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삶의 깨달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그러한 논리가 전혀 긍정되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그저 그들의 그러한 행위들이 죽은 자에 대한 애정의 실종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그토록 무성의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으면 깨끗하게 몸을 닦아주고 고운 수의를 입혀 입관한 후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이별의 예를 치르고 나서 화장이나 매장을 해 장례를 마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장례 절차가 인도 갠지스강의 모습보다 더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시신을 화장한 후 강에 뿌리고 그 물에 목욕은 물론 그 물을 마시기까지 하는 것은, 화장터를 만들지 않고 하천과 주변 환경을 정비하지 않는 행정기관의 나태함과 시민들의 개인위생 개념의 상실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뿐입니다.



여행은 흔히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는 행위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지 동서를 막론하고 옛 선인들은 그러한 여행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남겼습니다.



특정나라의 문화를 외국인이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인도 갠지스 강에서 펼쳐지는 죽음과 삶이 어우러진 풍경들을 신성하게 바라보는 것도 분명 어느 한 여행자의 깨달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선 누군가의 시선에 꽂혀 그 생각에 종속되는 것은 큰 위험이 따릅니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고유한 사고를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갠지스의 풍경들도 누군가 가졌던 시선에 매몰돼 너무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려 하지 말고 다른 비판의 시선 또한 한 번 가져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특정 문화에 너무 경도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기에 말입니다.


202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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