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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Sep 27.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49. 시범

  만 18세에 군 입대를 했습니다. 부대가 특수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보니 특공무술과 태권도 같은 격투술 훈련이 많았습니다. 발차기와 겨루기, 낙법과 격파등 다양한 동작들을 반복 숙달해 혹여나 있을지 모를 적과의 백병전을 대비해 상대를 제압하고 살아남기 위한 것이 훈련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이죠.



  특수부대의 성격상 이렇게 격투술을 많이 하다 보니 올림픽이나 국군의 날 같은 국가적 행사의 시범은 물론 민간단체에서 특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시범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태권도와 특공무술 중 그들이 요청하는 무술에 따라 시범에 적합한 동작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시민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시범을 접하는 일부 사람들은 시범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 섞인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들의 말은, “저건 다 보여주기식 쇼다” “실전에서는 저렇게 되지 않는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등 그야말로 시범자들의 노력을 일시에 허물어 버리는 언행을 하는 것이죠.



   물론 시범에 대한 평가나 견해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감명받은 것에 대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도 당연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들의 비난을 문제 삼는 것은 “시범”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대해 그런 것입니다.



    “시범”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한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범적인 것을 보여 주는 행위입니다. 그게 “시범”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시범을 보고 보여주기식 쇼니 실전성이 없다느니 하는 비판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답답한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부대에서 펼치는 태권도나 특공무술 같은 시범은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기술들을 보여주고 마쳐야 하는 것들 입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합을 맞추지 않고 실전처럼 한답시고 막싸움처럼 하라면 그게 상식적으로 시범으로서 가능하겠습니까.



   시범단들이 펼치는 시범을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저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말입니다. 그래서 쇼니, 실전성이 없다느니 하는 비난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시범도 막상 해보라고 하면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무술 실력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무술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인 사람에게 공중으로 솟아올라 발차기를 하고 사람이나 자동차를 뛰어넘는 낙법 같은 고난도 동작은 물론 대리석이나 기왓장을 격파하라고 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만약 그랬다가는 십에서 팔, 구 정도는 동작들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심하면 큰 부상까지도 입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것들을 다 차치하고 한 가지 더 황당한 것은, 그렇게 우리나라 군의 시범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북한 군이나 러시아 군 등 다른 나라 군인들이 보이는 시범에서는 엄지를 세우며 대단하다고 감탄을 마지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국 군인들의 시범은 실전성 운운하며 다 짜고 하는 거라고 씹어대는 사람들이 똑같이 합을 맞춰 보여주기로 촬영된 타국 군대의 시범을 보고는 대단하다고 말들 한다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들의 시범 또한 다 짜고 하는 연출된 것들인데도 말입니다.



  시범은 연출입니다. 실전이 아닌 이상 실전과 똑같은 시범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시범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인 시범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본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이 실전에서 사용가능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보다는 조금은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여. 당신이 보는 시범단들의 시범이 당신의 마음에 썩 내키지 않더라도, 시범이라는 말의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애써 고생한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쇼니 실전성이 없다느니 하는 비난은 말아 줬으면 하는 것이 저의 간절 한 바람입니다.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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