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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Oct 21. 2023

별명

잡담

“반주디”라는 별명의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어요. 경상도 사투리로 주둥아리 또는 주디는 표준어로 얼굴에 위치하고 있는 입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요. 이 친구가 학창 시절 무엇을 먹을 때마다 음식물을 흘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는 입이 반 밖에 없냐 해서 반주디라고 부른 거예요. 그랬더니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렇게 부르며 그게 그만 그 친구의 별명이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또 “얍실이”라는 별명의 친구도 있었어요. 이 친구는 키가 조금 작고 옷 입는 모습이나 하는 행동이 마초의 남성 같지 않고 여자같이 조금 약하고 얍실얍실 얇아 보이는 느낌이라고 해서 “얍실이”가 됐죠. 그리고 얼굴이 오돌토돌 온통 여드름 투성인데 얼굴상도 그만 두꺼비를 닮아 별명이 두꺼비로 불린 친구도 있고요. 또 얼굴이, 가난한 거지 같아 보인다고 해서 거지의 속어인 걸뱅이 혹은 이걸 축약해  껄로 불린 친구도 있었고요. 아무튼 학창 시절 남자학교의 별명은 이렇게 무궁무진하죠ㅎㅎ그런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저는 희한하게 별명이 없었어요. 초, 중, 고등학교 시절 모두 다요. 학창 시절에는 보통 부정적인 이미지가 별명이 될 때가 많아 별명 없는 게 좋았는데 돌이켜 보니 그 천진난만한 시절 별명 하나 없었다는 게 너무 슬프네요. 그때 그 친구들은 당시 별명하나 없던 지금의 저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는지. 기억한다면 별명도 없는데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는지. 가을이 되니 문득 그때 그 별명을 가진 동무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옛 생각에 감정이 이렇게 센티해지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봐요. 여러분들 모두 아름다운 가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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