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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Oct 24. 2023

젊은 날의 무채색

잡담

요즘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친구가 전화를 받을 때 최대한 유쾌한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무슨 목적이 있어서 전화한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용건 없이 목소리나 들으려고 전화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요. 그러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말이죠. 예전에는 그냥 아무 용건 없이 전화해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이젠 전화를 하면 무슨 일일까. 혹시 무슨 어려운 부탁을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부담부터 생겨요. 그래서 저도 친구가 그런 마음을 가질까 싶어 오랜만에 전화를 하면 최대한 유쾌하게 아무 일도 아닌 걸로 전화했다는 걸 느끼게 하려고 애쓰는 거죠. 참 세월이 그렇네요. 예전에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전화하고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그 천진함들이 전화한다는 게 또 전화받는다는 게 모두 에 부담으로 되어버리다니. 세월이 흐르며 제가 늙고 병들어 가는 것은 야속하지 않은데 이런 마음 만은 그저 그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시간이 세월이 무채색이었던 티끌 없던 우리의 젊었던 풍경들이…. 영원……속으로……잠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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