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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02. 2023

사병 월급

잡담

사병 월급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예전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한국사를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국가가 형성된 이후 전시대에 걸쳐 왕과 귀족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삶을 접하며 많이 힘들었어요. 세금, 공물, 군역등 그들이 짊어진 국가에 대한 의무가 너무 컸기 때문에 말이에요. 기본 세금인 전세를 내는 것도 모자라 공물인 특산물을 내야 하고 심지어는 군인이 되어야 하고 또 나라의 공사를 위해 노역까지 부담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전세와 공납도 큰 문제였지만 노동력을 제공해야하는 이 역 또한 엄청난 문제였죠. 왜냐하면 군인이 되거나 노동력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도 억울한데 그 역을 수행하면서 나라에서 지원이 안되니 먹는 것부터 입는 것 또 노역에 필요한 물품까지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의 가족들이 직접 챙겨서 부담해야 했으니까요. 이게 말이되요. 나라에서 끌고 가 일을 시키는 것도 억울한데 말이에요. 아무튼 저는 그때 한국사를 배우며 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던 서민들의 삶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사실 시대만 바뀌었지 지금 군에 자식을 보낸 가족들도 그 옛시대의 부당함과 크게 다르지 않죠. 군 복무를 하다 보면 군생활을 하면서 부대 내에서나 밖에서 필요한 물품들이 있죠. 피엑스도 이용해야 하고요. 그리고 외박이나 휴가를 나오면 고향에 갈 차비도 필요하고 밥값도 필요하고 동료와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한잔 마시고 노래방이나 당구장 등 여흥을 즐길 비용도 필요하고 잠을 잘 여관비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부대에서의 만족할 만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사병 월급으로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모자라죠. 그러다 보니 결국 사병은 집에 전화를 해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게 돼요. 그러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또 없는 돈 마련해서 부쳐주게 되지요. 그렇다면 이게 그 옛날 역까지 부담하면서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사용해야 할 물품까지 직접 책임져야 했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자식을 군에 보내는 것도 억울한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국방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끌고 가 군역을 시키고 있으면 돈을 모으는 정도의 월급은 아직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앞에서 열거한 그런 비용을 그 부모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은 없게 해야죠. 그래서 저는 거기에 합당한 만큼의 충분한 월급은 사병들에게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무라는 이름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잃어버리는 1년 8개월의 시간만큼 민간에서 취업하면 벌어 들일 수 있는 정도의 보수를 지급하면 더 좋고요. 사실 말이 1년 8개월이지 군에 가기 전의 취업지원 포기 기간과 다니고 있는 학교의 휴학, 그리고 이미 취업이 되었다면 입대 날짜를 맞추기 위해 다시 퇴사해야 되는 시간과 갔다 오고 나서의 사회적응에 필요한 시간까지 그 공백을 계산하면 그들이 희생해야 할 시간은 단순 1년 8개월보다 훨씬 커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일부 사람들은 먹여주고 입혀주고 군인이 돈쓸일이 뭐가 있냐고 말들 하는데 군인이라도 돈들어 갈 곳은 다 있어요. 돈이 없어서 제대로 못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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