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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21.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33. 안전운전 의무 위반과 운전미숙

요즘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한다. 내가 딱히 그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는 것은 아니고 어머니께서 그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해 어쩌다 보니 보게 되는 것이다.

  한블리는 블랙박스에 녹화된 각양각색의 사고영상들이 플레이된다. 가끔 그 영상을 보는 나는 이게 정말 실화 인가 하는 의심까지 한다. 그런데 문재는 믿기 지 않게 그게 전부 사실의 실화라는 것이다.

  이 실화임을 믿기 힘든 영상들 속에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은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뒤차가 전방에 있는 차나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치는 사고 냈을 때이고 둘째는 급발진 사고로 보이는 사고에서의 경찰들이 내세우는 입장이 그것이다.

  먼저 경찰들은 앞에서 언급한 첫 번째 사고 같은 경우 항상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라는 말로 뒤차의 책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두 번째 급발진 의심 사고 역시 늘 “운전미숙”이라는 말로 급발진 의심사고차량 운전자를 그 책임자로 확정 짓는다.

   그런데 나는 이 둘의 사건에 있어서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인데, 왜 뒤차가 전방에 있는 차나 사람에 대해 사고를 내면 그 사고 당시의 상황이 어떻든 항상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고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운전미숙이라고 결론지어 버리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속도를 지켰고 차선을 지켰고 전방주시를 했고 안전거리를 지켰는데 갑자기 끼어든 차와 사람이 있어 불가항력적으로 피할 수 없어 사고가 났다면 도대체 무슨 안전의무 위반을 했다는 것인가. 운전면허 시험 중 돌발 상황이 주어지면 돌발돌발돌발 음성이 나오며 경고음과 함께 차내 빨간등이 3회 켜지면 2초 안에 정지 그 이후 3초 안에 비상등을 켜야 한다. 이 말은 경고음 3회와 2초 안에 정지해야 하는 시간을 합치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시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을 인지하고 멈추기까지 적어도 4-5초는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시간 안에 사고가 났는데도 안전운전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 짓는 이 경찰들의 논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리고 급발진 의심 사고에 있어서 사고차량 운전자를 항상 운전 미숙이라고 결론짓는데, 한국도로교통공단 주관으로 운전면허 시험을 실시해 각 지방 경찰청장의 명의로 운전면허증이 발급되는데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십 초 동안 이루어지는 이 급발진 의심 사고를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라고 한다면 이는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각 지방경찰청장이 자격도 안 되는 사람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는 소리밖에 더 되는 것인가. 그러면 이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그 사고가 벌어지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량 조작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합격시키고 그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한 당신들 잘못 아닌가.

  전방 물체와의 사고를 안전운전의무 위반이라고 단정 짓고 급발진 의심차량에 있어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라고 이야기하려면 두루뭉술하게 추상적으로 안전운전의무 위반이라고 말하지 말고, 속도위반이면 속도위반 차선위반이면 차선위반 전방주시의무 위반이면 전방주시 의무위반(앞 물체와 사고가 나면 무조건 전방 주시 의무 위반이라고 하는데 전방에 있는 물체와 부딪혔다고 무조건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 논리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전방을 주시해도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개인적인 반응 속도의 차이로 충분히 사고가 날 수 있는 것 아닌가)등 정확하게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명시를 해라. 뭉뚱거려 안전운전의무 위반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리고 급발진 의심 사고 같은 경우 운전자를 운전 미숙이라고 한다면 운전면허시험 자체를 재 점검해라. 수초동안 벌어지는 사고를 운전이 미숙해 사고가 난다면 운전면허 발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발급해 주는 발급 주체도 문제가 있는 것이고. 자꾸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떠 넘기지 말고 말이다.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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