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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Nov 30.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14. 본부석

“군청 직원 두 명이 포개진 플라스틱 의자 몇 개를 들고 무대 아래 객석 제일 앞자리에 와서 서성거렸다. 눈치를 챈 선생이 마이크를 든 채 그들에게 물었다.

송해 선생: “지금 뭣들 하는 거유”

직원들: 아, 네. 이 지역 국회의원과 군수님, 군의원들께서 앉으실 자리를 만들려고요.”

선생은(관객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마이크를 옆으로 돌리고 그들에게 호통을 쳤다. 당황한 그들은 의자를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중략-

선생은(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행정관료들이 아니라 군민들(시민들)이라고 늘 말했다. 그래서 모든(전국노래자랑)의 녹화 현장에 그 지역 지자체장들이나 행정 관료들을 위한 로얄석(특별석)은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차별화된 어떤 배려도 존재하지 않는다”-송해 평전”딴따라다”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드라이브를 갔다. 차가 인근 소도시를 지나자 옆으로 군민 운동장처럼 보이는 큰 야외 운동장이 보였다. 그 운동장은 정 중앙 본부석에 큼직하고 시원한 차양이 만들어져 있고 그 외 일반 석은 햇볕에 노출된 채 의자만이 있는 그런 구조였다. 나는 차창으로 들어오는 한 여름의 땡볕을 보며 그 본부석 차양에 왠지 모를 씁쓸함과 함께 썩 유쾌하지 않은 마음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이런 것만 보면 본능적으로 불쾌감이 솟아오른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잘 나가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 시장, 군수,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 이름도 헤아릴 수 없는 각 단체의 회장들과 지역 유지들을 위한 다분히 권위주의의 잔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행태에서 말이다.


  우리는 멀게는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나 행사를 비롯해 작게는 국내 경기는 물론 심지어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규모 행사장에 이르기까지 늘 본부석의 좋은 자리에는 일반일들은 다가가지 못하게 통제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시민들의 자리와는 엄연히 구분되는 특별한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귀빈과 내빈석이라며 팻말을 붙여 일반 시민들은 앉게 못하는 모습을 말이다.

  

  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기본적으로 나라의 주인은 시민이고 천부인권 장신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믿는다. 특정인이 특정 감투를 썼다고 나보다 급이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에서 사장이나 상사의 명에 따르는 것은 밥을 벌어먹고살아야 하는 원초적 차원에서 업무적으로 조직의 룰을 따르는 것일 뿐이지 그들을 인간적으로 내 윗사람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가끔 어떤 사람들로부터 “내가 누구누구를 모셨다. 그분 내가 모셨던 분이다”라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이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자신을 그 대상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자기가 모셨다고 말하는 그 사람의 사회적 명성으로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생각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나는 그런 생각자체가 싫다.


  아무튼 나는 특정인을 위한 특별한 역할의 본부석이 싫다. 군민 운동장이나 시민 운동장의 주인은 분명 해당 지역을 주민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차양밑 좋은 자리에 앉고 여타 시민들은 보잘것없는 의자 땡볕 아래 노출 된 채 행사를 관람해야 하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너무 싫다.


  전국노래자랑에서는 소위 귀빈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특별한 배려 없이 일반 시민과 똑같이 군중들 사이에 끼여 행사를 관람을 해야 된다고 한다. 나는 시민을 위한 행사에 어떠한 특권도 주어 지지 않는, 시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이런 전국노래자랑의 정신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 시민의 운동장에 행사를 진행하는 담당자들 외에 내 부모와 내 지식은 소외된 채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본부석이라고 부르는 그 공간이 더 이상은 필요치 않는 그런 세상이 말이다.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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