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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01. 2023

비선대

잡담

중학교 수학여행이었어요. 설악산 비선대라는 곳을 갔죠.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어요. 두 사람이 절벽에 붙어 올라가고 있는 거예요. 정말 층격이었죠. 친구와 저는 저 두 사람이 미친 거라고 했어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수직 절벽에 매달려 있을 수가 있는 건지. 저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지. 둔기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도무지 그 광경이 믿기지 않았죠. 특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에게는 더욱더요. 아무튼 그게 암뱍등반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어요. 그 후로 그때의 광경은 제 머릿속에 강한 여운으로 남아 떠나지 않았죠. 저는 제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건 어떻게든 부딪혀서 해 봐야만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래야 제 자신이 그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되니까요. 전 다른 사람과 싸워서 지는 건 상관없는데 제 자신에게 지는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그래서 훗날 코오롱 등산학교를 찾아갔죠. 그리고 거기서 암벽등반을 배웠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어느 순간 비선대에서 본 그 믿기지 않는 사람들의 미친 짓을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또 한 번 제 안의 껍질을 깨었죠. 전 매사에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 스스로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그게 저니까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요. 그런데 매번 이렇게 살려니 삶이 참 힘드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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