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ro Dec 08. 2023

보장(밀물처럼)

잡담

-넌 월급 다 어디다 쓰고 그 나이에 이 에미에게 용돈 좀 달라는 거냐?

-어머니! 이 나이 돼서 아직까지 어머니에게 용돈 달라고 하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저도 할 말은 있다고요.

-무슨 할 말?

-어머니 제가 그럼 그 이유에 대해 한 번 설명해 볼 테니 잘 좀 들어 보세요.

-그래! 그 잘난 변명 함 들어 보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지 어서 한 번 말해 봐!

-어머니! 우선 요즘은 세 명중 한 명이 암에 걸린대요. 그러니 기본 암 보험 들어야죠. 그런데 이게 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골수암이나 혈액암등 고액암이 있어 기존 보험으로는 그게 보장이 안 된다네요. 그래서 고액암에 대비한 암 보험을 한 개 더 들었어요. 표적항암 약물치료비 보장되는 것도 또요. 어디 그것뿐이에요? 요즘은 젊은 나이에 치매 걸리는 비율이 꽤 높아졌데요. 그래서 어떻게 해요. 혹시 제가 이 나이에 치매라도 걸리면 경제적으로나 뭐로나 우리 집에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치매보험 한 개 들었죠. 그런데 이게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잔잔하게 다치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어떡해요. 상해보험 하나 들어서 그 일에 대비해야지요. 그리고 혹시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생활을 하다 어디에 부딪혀 뼈라도 부러지면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상해 골절 보험 추가로 또 하나 가입했죠. 그리고 병원이라도 갈려면 그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니 실비보험 한 개 들었죠. 또 그것뿐이에요. 고지혈증에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관련 보험도 들어야죠. 최근에는 도로교통법이 바뀌어 스쿨 존에서 사고를 내거나 누가 제 차에 치어 죽기라도 하면 변호사 선임비와 형사소송에 따르는 비용, 또 형사소송공탁비까지 생각해야 되니 운전자 보험 하나 안들 수가 없죠. 그리고 30년 된 집 하나 있는 거 혹시 누전이라도 발생해서 불이라도 나 옆집 태우면 어떻게 해요. 그 피해 보상 다 해줘야 하잖아요. 그게 어디 한 두 푼으로 되겠어요. 그러니까 화재 보험 하나 들었죠. 또 노후에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우니 연금보험 하나 들어뒀죠. 또 늙어서 입원이라도 하면 누가 제 병시중 하겠어요. 결국 간병인 써야죠. 그러니 부득불 간병인 보험 들었죠. 그리고 이건 진짜 마지막인데 혹시 제가 죽으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가시는 길 고이 보내준다는 상조회사가 하나 있더라고요. 진짜 고이 보내준데요. 그래서 상조하나 가입했죠. 이러니 월급 받아 본들 제가 쓸 돈이 어디 있겠어요. 다 보험료로 나가죠ㅠㅠ어머니!

-이런 미친놈. 그래서 너는 니 월급을 그렇게 보험에 다쓴다는 말이냐?

-네. 그럼 어떻게 해요. tv만 보면 이런 광고뿐이라 다 걱정되는 일인데요. 그래도 놀라실게 없는게, 제가 가입한 보험은 겨우 일부예요. 자식이 없어 그 비싼 사망하면 받는 종신보험은 안들었다는 거예요ㅎ그리고 제대로 알아보면 가입해야 할 보험이 산더미처럼 수두룩하게 쌓여있다는 거예요. 마치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밀물처럼요ㅎ 그러니 그 정도는 아니니용돈 좀 주세요. 제가 쓸 돈이 없어서ㅎㅎ

작가의 이전글 두 가지(의심스러울 땐 피해자의 이익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