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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12.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129. 시급

오늘자 뉴스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말은 월급은 오르지 않고 생활물가는 다 오른다는 말입니다. 사정이 이러 한대도 사람들은 시급 몇 백 원을 올리면 시급이 너무 오른다고 투덜거리며 난리를 칩니다.

  몇 년 전 시급인상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TV뉴스를 비롯해 각 일간지 할 것 없이 모든 언론매체들이 시급인상을 떠들어댈 때였습니다. 그런 언론의 호들갑에 덩달아 시민들도 온통 시급이야기로 시끌벅적했고요.

  저와 친분이 있는 친한 형들 중 몇 명도 시급이 오르는 것에 화를 내며 시급인상을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시급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시급이 오르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지금도 높은 시급 때문에 물가가 높다면서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한 그들은 월급쟁이로 시급 계산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형들이 지금의 시급으로 월급을 받게 된다면 현 월급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아야 되는데 그래도 시급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내가 왜 그걸 받고 일하느냐며 저의 말에 대응했습니다. 자신들은 시급과 상관없는 임금을 받는 월급쟁이이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들의 논리대로 시급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시급을 올리지 않는다면 과연 물가는 오르지 않고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물가가 오르는대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제일 큰 비중이 아마 원자재 값일 것입니다. 원자재는 물건을 만드는데 필수 적으로 소요되는 자재로 원유가 그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 공장은 굳이 말할 것도 없고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의 농수산물 생산 역시 시설하우스와 어업 활동에 따르는 선빅의 연료 및 양식장의 운영 또한 이 원자재 가격에 의해 값이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모든 물가는 기본적으로 생산물의 원자재인 이 원유의 가격변동에 많이 좌우된다는 말입니다.

  만약 시급을 올리지 않아도 물가를 잡아 놓을 수 있다면 당연히 시급을 인상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건 뭐 굳이 이과를 안 나오더라도 계산해 볼 필요도 없는 셈법이 아닌가요. 하지만 시급을 올리지 않아도 이 물가는 조금 전에 말한 원자재 값과 다른 요인들에 의해 자꾸 올라가게 되었있습니다. 그런데도 시급을 올리지 않으면 시급과는 상관없이 오르는 이 물가에 어떻게 대항해 살아가라는 것입니까. 지금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 선인데 예전의 800원 하던 시절의 시급으로 살아가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저는 오늘 나온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이 기사 보며, 시급을 올리면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시급인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그들이 무슨 생각과 어떤 반응을 할지 너무 궁급해집니다. 시급 올리는 것을 반대한 사람들 중에는 월급쟁이들도 꽤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당신들 월급은 항상 오르지 않고 물가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면서 아르바이트 시급 좀 올리겠다고 하면 그렇게 난리를 치는 것입니까. 당신의 월급은 올라야 되고 시급은 오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월급쟁이인 자신들의 월급은 올라야 되고 시급은 오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이는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업원의 시급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영업의 어려움이 정말 단순히 시급 때문만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반나절 동안 죽어라 일하고 번돈으로 치킨 한 마리 사 먹으면 그날 일한 일당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치킨을 사 먹고 햄버거와 피자를 사 먹을 것이며 또 다른 것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내 수중에 여유가 있어야 당신들의 가게에서 치킨 한 마리라도 더 사 먹으며 소비를 할 게 아닙니까. 그래야 당신들도 장사가 될 것이고 말이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시급을 올리지 않고도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으면 시급인상을 반대해도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저도 시급인상을 당연히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뉴스 ”월급 빼고 다 오른데 “는 한숨처럼 시급과 별개의 이유로 인상되는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시급 인상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게 제 마음입니다. 월급 빼고 물가는 다 오른다는 하소연처럼 시급 빼고 물가는 다 오르니 말입니다.


그리고 월급쟁이들의, 시급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큰 착각중 하나는 자신들의 월급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지고보면 자신들의 월급도 물가 인상의 한 요인일텐데 말이죠.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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