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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16. 2023

상대적? 절대적!

잡담

가끔 어른들은 자신보다 손아래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죠. 지금 네가 겪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고. 나 때는 고무신에 다 해어진 옷 기워입고 살았다고. 그러니 우리들 앞에서 힘든 척하지 말라고. 거기에 비하면 너희들은 복 받은 거라고. 너희들의 불평은 다 행복에 겨운 배부른 소리라면서 말이죠. 물론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일면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세대 간의 고생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 생각해요. 세대 간의 고생은 다 개별적인 거며 절대적인 거예요. 내 세 대 때는 너희 세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는 말은 결국 무의미한 말의 주절거림일 뿐이라는 거죠. 운동화 한 켤레 변변히 없던 시대의 고무신 신던 남루함과 대부분이 브랜드 신발을 신는 요즘 브랜드가 아닌 신발을 신어야 하는 남루함이 무엇이 다른가요. 빈곤한 시대에 겪어야 했던 가난이던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돈이 없어 겪어야 하는 가난의 체감은 세대의 환경을 넘은 다 똑같은 힘든 가난인 거예요. 열 명 모집하는 회사의 탈락자와 한 명 모집하는 회사의 탈락자는 그 합격자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똑같이 고통스러운 거예요. 그러니 내가 살았던 시대보다 손아래 사람이 사는 시대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해도 그게 내가 겪은 고생보다 덜 고생하는 게 아니니 요즘 네가 겪는 고통은 복에 겨운 소리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세대 간의 고통은 상대평가가 불가한 개별적이고 절대적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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