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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an 07. 2024

선물

잡담

 -아무리 동기 모임이라도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한 번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뭔데? 형

-아니. 우리 동기 모임 말이야.

-응?

-명절이나 모임 때면 항상 선물을 하거든. 내가 총무라서. 그런데 그 선물을 회원 중에 장사하는 사람이 좀 있어서 그 친구들 물건으로 구입해 돌린단 말이야. 몇 년 동안은 친구가 일하는데 실적이 적용되는 게 있어 김하고 참기름 같은 선물세트했고 또 이번에는 정육점 하는 친구한테서 고기했고.

-응! 그랬는데?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동기모임이라서 해 준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문이 많이 남는지 안 남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 거잖아. 어떻게든 몇 푼은 남았을 텐데. 그러면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해야지 어떻게 그런 말 한마디 안 하냐… 이젠 뭐 총무 넘겼으니 자기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와~~ 사람들이 진짜 경우가 없네. 내가 열받네…

-좀 그렇지?

-그러네. 형 총무 그만뒀어?

-어. 이번에 그만둬 버렸어. 다들 관심도 없는데 나만 애쓰는 것 같아서…

-그래? 형! 그러면 형도 이번에 형꺼 한 번 선물로 돌리 자고 해! 공평하게 회원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회원 꺼 팔아주자고.

-내꺼? 내가 장사를 안 하는데 할게 뭐 있어?

-뭐 없나…

-그래 내가 팔게 뭐 있냐. 영구차 모는데..

-아! 형 그럼 유골함 어때? 형 영구차 15년 했으니까 영구차 사용하라고 하기는 뭐 하고 부업으로 유골함 판매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번 설날에 회원 선물로 유골함 하나씩 돌리자고 한 거야. 청룡해를 맞아 멋진 청룡 그림이 그려진 좋은 유골함 싸게 해 준다고.

-야이~~ 미친~그게 말이 되냐! 설날 선물에 유골함이라니…

-형! 일단 안된다는 생각부터 하지 마. 그런 부정적인 생각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한 번 부딪혀봐.

-…..

-그리고 막우겨. 이번에는 무조건 유골함 하나씩 하는 거라고. 무조건 내꺼 팔아 달라고!! 펄벅의 대지라는 작품 보면 거기 무대가 중국이거든. 그런데 그 당시에 그곳은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집안에 관을 장만해 놓는 풍습이 있었다는 거야. 부모들은 자식들이 장만해 놓은 관을 보며 흐뭇해하고. 우리나라 수의 장만 해 놓는 거하고 같은 거지. 그러니까 형도 그 논리로 밀어붙이면서 한 번 해 봐.

-…

-어때! 괜찮지 않아? 형 어차피 그쪽 업자들 아는 사람 좀 있을 거 아냐…

-으이그… 너한테 전화한 내가 미친놈이지. 끊어. 이 미친놈 같은 놈.

-왜? 아니! 형! 왜 뭐 부끄러워? 영구차 모는 게 부끄러워? 송장 운구 십오 년 한 게 부끄러워? 매일 장례식장으로 출근하는 게 부끄러워? 뭐~산에서 육개장 먹는 게 부끄러워?

-…

-유골함 좋잖아. 형 장례업계 십 오 년 동안 일하면서 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없어. 형은 그 업계 프로야. 당당하게 말하란 말이야. 나 영구차 십오년하고 있다. 내가 먹은 육개장만 몇 그릇인지 모른다. 운구하는 사람 없는 관도 수 없이 들어줬다. 이곳 장례업게 빠싹하다. 우리는 최고의 국산 유골함만 취급한다. 너희들에게 눈퉁이 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서 구입하면 대부분 질 낮은 중국산으로 바가지 쓰게 된다. 그래도 동기니까 이런 진품 이 가격에 가능한 것이다. 청룡해에 유골함 하나 장만 해놓으면 집에 복이 들어오고 장수한다더라…

-야이~~ 씨~~ 뚜뚜뚜…

-쩝… 내 생각이 그렇게 안 좋은가?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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