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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잡담

by Zero

십여 년 전 자영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합기도 체육관을 운영했죠. 먼저 체육관을 하고 있던 친구의 권유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자영업을 오래 하지 못하고 폐업했던 이유는(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중 하나는 제가 수완이 없었던 것이겠죠) 체질 적으로 이윤을 남기는 행위가 맞지 않아서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체육관 행사로 과자파티를 한다, 그러면 다른 체육관은 아이들에게 과자를 직접 사 오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전 제 돈으로 다 사주었어요. 파티를 하자고 했는데 아이들한테 과자를 가지고 오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다른 모든 것들도 이런 식이었죠. 운동을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제게 아이의 수업료로 돈을 준 것이기 때문에 그 돈만큼의 운동은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해 좀 힘들게, 좋은 표현으로는 열심히 가르쳤죠. 너희들의 부모님이 힘들게 번 돈으로 너희를 나에게 보냈으니 그 만큼의 가치는 돌려줘야 된다고요. 그런데 사실, 요즘 체육관 운동이라는 게 뭐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고 맞벌이로 아이를 돌 볼 시간도 없고 또 다른 아이들도 다 보내기 때문에 체육관에 보냐는 거거든요. 그래서 운동도 운동이지만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면 되는 거였는데 저는 그러지를 못했죠.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함이랄까요. 그래서 결국 폐업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전 후회하지 않는 것이, 저희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항상, 너희 들이 하나 더 손해를 보더라도 남의 것을 더 갖겠다는 생각은 버려라라고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그렇게 가르치시거든요. 그렇다 보니 저 같은 사람은 장사와 같은 자영업이 안 맞는 거죠. 그래서 전 비록 큰돈은 못 벌더라고 지금의 이 월급쟁이 노동자가 딱 체질이고 잘 맞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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