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잔심 또는 존심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검도에서 주로 쓰는 말로 ”남을 잔‘에 ’ 마음 심‘을 쓴다. 일본 무술에서 상대에게 유효타를 가한 이후에도 공격의 기세와 언제라도 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자세 및 마음을 유지하는 개념을 뜻한다. “ 한마디로 자존심을 죽이지 않고 끝까지 지키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우리는 살다 보면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굽히기 싫을 때가 종종 있죠. 그냥 자존심 한 번 굽히면 별것도 아닌 일에 말이죠. 저도 그런 적이 제법 있어요. 한 번은 암 수술받고 경과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검사를 한 후 저 혼자 결과를 들으러 서울로 갈 때였어요. 기차역에 가서 시간이 촉박해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 사들고 서둘러 플랫폼으로 갈 때였죠. 저는 편의점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계산대로 갔어요. 그때 제가 산 생수 값은 팔 백 원 할 때라 천 원짜리 지폐를 한 장 꺼냈죠. 그런데 점원이 오천 원이라 하더라고요. 전 깜짝 놀랐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요. 그래서 제가 들고 온 생수병을 봤죠. 그리고 한숨을 쉬었어요. 제가 들고 온 게 프랑스 물인 에비앙이더라고요. 전 분홍색 뚜껑만 보고 당연히 오아시스라는 저렴한 한국 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순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난 갈등이 몰려오더라고요. 이걸 다시 갖다 놓고 오아시스를 들고 오자는 계산하기를 기다리면서 날 바라보는 점원의 눈빛에 자존심이 너무 죽을 것 같고 그렇다고 계산을 하려니 물 한 병 치고는 너무 비싸고. 그 짧은 찰나 제 마음에서 일어난 갈등은 아마 이런 경험이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놀랐다는 표정을 짓지 않고 최대한 여유롭다는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쥐고 있던 천 원짜리를 주머니에서 몰래 놓고 당연히 에비앙읊사려고 가져왔다는 듯 카드를 꺼내 그 비싼 에비앙을 사 들고 나왔죠. 그리고 플랬폼으로가며 제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 자존심이 뭐라고 물 한 병에 오천 원이나 하는 걸 물리지 못하고 들고 나와야 했는지. 지금은 사무실에서 그냥 재미있는 유쾌한 에피소드 정도로 이야기하지만 아무튼 그때는 마음이 영 그랬어요ㅎ아~~ 에비앙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