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중,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동물원의 혜화동과 김광석의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그리고 송시현의 꿈결 같은 세상과 같은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전 그 어린 나이에 그 노래를 들으면서, 인간이 서른 살 이상을 산다는 게 너무 궁상맞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아버지부터 시작해 동네 어른들의 시골에서 겪어야 하는 빈궁한 삶을 보며 인간이 왜 저렇게 사나, 이 궁상맞은 동네를 떠나지도 못하고 저렇게 놈팡이처럼 산다는 게 너무 추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군대를 가고 동료들의 죽음을 보고 또 저 또한 죽음의 고비를 몇 번 넘기고 나니 어릴 적 어른들의 궁상맞던 삶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는 손에 잡히지도 않을 서른이라는 나이가 아득하더니 어른이 되니 순식간이고요.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삶의 집착 또한 커지고요. 그렇게 해서 벌써 저도 쉰을 넘겼는데 좀 더 오래오래 살고 싶거든요. 세상의 사고사들과 주변의 병사들이 겁이나고요. 어릴 때 저 감성적인 노래들을 들으며 가졌던 그 세상에 대한 궁상을 어느덧 제가 그러고 있네요. 삶이란 참 모르겠네요. 인간의 마음 변화라는 게 이렇게 간사할 줄이야……..(물론 지금 큰 병이 걸리면 별 다른 치료 없이 그냥 가고 싶습니다. 지나온 삶들이 너무 지쳐 그냥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네요. 정작 그때가오면 또 제 마음이 어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