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1984-1998)
저물자 팀원들은 산속으로 이동을 했다. 관은 이미 낮에 땅에 묻어 놓았다. 막사에서는 낮에 유언장은 써두었다. 묻어놓은 관에 도착하자 주위는 캄캄했다. 우리는 짬밥순으로 한 명씩 관에 들어가 누웠다. 나머지 대원이 관뚜껑을 덮고 삽으로 흙을 퍼 뚜껑 위로 뿌렸다. 선임하사가 침묵이 쌓인 공간에서 조사를 읊조렸다. 우리는 각자 돌아가며 오분정도 관에 들어갔다 나왔다.
특전사에는 반기별로 한 번씩 인성교육을 한다. 그 교육 중 한 가지가 바로 이렇게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해 보는 입관 훈련이다. 입관식이라고 해서 일반 장례처럼 염을 하는 게 아니고 관에 누워보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그런데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막상 그 관에 들어가 뚜껑이 닫히면 기분이 묘하다. 적진에서 삶과 죽음 중 죽음에 좀 더 가까운 임무수행을 하다 보니 이런 교육을 미리 해보는 것이다. 진정한 죽음이라는 게 어떤지 간접적으로만 체험해 보는 것. 물론 이런 훈련을 한다고 직접적인 죽음에 가 닿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훈련을 해 봄으로 해서 특수전부대의 임무와 그 수행에 대한 무게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시간은 된다. 1997년에 우리는 이 훈련을 했는데 이후 제대를 하고 2000년도가 지나니 가끔 TV에 이 체험이 나오더라. 이런 면에서는 낙후된 군이지만 우리 부대가 민간인보다 조금 앞서 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