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모와 특전복

군대이야기(1994-1998)

by Zero

“너 여기 왜 왔어?”

“넵! 베레모가 멋있어서 왔습니다”

“너는”

“넵! 특전복이 멋있어서 왔습니다 “


교육단 생활을 끝내고 임용 후 자대배치를 받으면 갓 전입온 하사들에게 선임들이 항상 단골로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럼 우리는 저렇게 대답하고. 사실 특전사 지원자 중 대다수가 일반부대와는 다른 베레모와 얼룩무늬 특전복에 매력을 느껴 오는 자원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베레모와 특전복은 특전사의 정체성의 대변이고 곧 그들의 자부심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입대한 해에 일반 육군 보병도 얼룩무늬 군복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모자까지 모두 베레모로 바뀌어 특전사와 복장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 보니 특전사가 큰 자부심을 가지던 베레모의 가치도 특전복의 가치도 무용해져 실질적의 자부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보병과는 다른 베레모와 특전복의 멋과 자부심하나로 그 힘든 훈련을 감내하고 그 죽음의 고비를 버텨 내는데 이게 별 차이가 없어졌으니 무슨 흥이나 힘든 훈련을 받겠는가. 물론 지금도 보병과의 복장이 무늬나 색깔 면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그건 군인들이나 알 수 있는 미세한 차이이고 그냥 일반인들 눈에는 육군의 보병, 물론 민간인눈에는 그냥 똑같은 이분법적 논리인 민간인과 군인의 군인일 뿐이 지만 예전에 우리를 버티게 했던 그 베레모와 특전복의 가치가 너무 추락해 버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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