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어부 그리고 해녀

잡담

by Zero

나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밭농사와 논농사를 지었다. 그것도 우리의 밭과 논이 아닌 남의 것을 빌려 짓는 소작농으로. 그렇다 보니 집안의 경제사정은 늘 극빈 그 자체였다. TV를 보면 어선을 이용해 고기를 잡거나 물질을 하는 해녀들을 주제로 자주 다루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거칠고 험한 바다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벌이를 하는 그들을 삶을 말이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내가 봤을 때 바다에서 돈벌이를 하는 어부와 해녀들은 농촌에서 농사짓는 농부에 비하면 훨씬 조건이 좋다고 밖에는 안 보인다. 왜 그러느냐 하면, 농사를 지으면 겨울부터 언 땅에 거름을 싣고 가 뿌리고 땅을 갈기 위해 쟁기질을 하고 뭉쳐진 흙을 고르게 펴기 위해 써레질을 하고 못자리를 만들어 육묘를 키우고 그 무논에서 모를 뽑아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똑같은 무논에서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모를 심고 여름이면 손으로 그 넓은 논에서 일일이 피를 뽑아야 하고 약을 쳐야 하고 가을이 되면 쪼그려 앉아 낫으로 벼를 베고 말려 한 단 한 단 다 묶어야 하고 그걸 또 탈곡해야하고 그 탈곡된 벼를 말려 티껍질을 골라 수매를 해야 겨우 돈 몇 푼을 손에 쥔다. 그 몇 푼도 품 판 값 주고 기계 빌린 값 주고 약값 계산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이 그렇게 일 년이 지나간다. 그래서 보릿고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밭농사도 별반 차이 없다. 돈이 안된다. 요는,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어부나 해녀는 생선을 키우기 위해 거름을 주거나 피를 뽑거나 가래질 써레질러럼 딱히 바다에서 먹이 주거나 씨알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자연적으로 먹고 자라난 큰 생선이나 조개 전복등을 잡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은 농부처럼 일 년을 기다려야 겨우 돈 몇 푼 만지는 것과 달리 잡는 양에 따라 그날그날 바로 수익이 되어 돈을 만질 수 있고. 온갖 고생하며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농부와는 달리 말이다. 물론 바다가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로바로 돈을 만질 수 있는 것과 일 년이나 고생한 끝에 겨우 정부 수매가로 몇 푼 만지는 농부보다는 훨씬 경제적인 삶에 있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사를 한 25년 정도 지어본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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