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게양식

군대이야기(1994-1998)

by Zero

매 달 1일은 국기게양식을 한다. 여단 전 병력이 여단 대연병장에 모여 본청건물에 세워진 게양대에 국기를 게양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그리고 여단장의 훈시를 듣고 연병장을 분열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8월 1일 같은 경우는 한 여름의 작렬하는 땡볕에 아무것도 없는 연병장에서 그 불타는 햇볕을 온전히 받으며 서있어야 한다. 한 겨울도 물론이고. 최소한 여단장이 나오기 1시간 전 까지 모두 모여 단독군장으로 오와 열을 맞춰 여단장이 나올 동안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여단장이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나오면 차렷인 부동자세로 국기게양의식을 하고 여단장의 훈시를 듣는다. 보통 학교에서 마음에 와닿지도 않는 교장의 훈시가 짧은 시간에 끝나지 않듯 이 여단장의 훈시도 더위에 지쳐 쓰러질 정도가 될 때까지 결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때 여단장 단상에는 차양이 처져 있는데 병력들은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국가게양과 여단장의 훈시 그리고 분열까지 근 두 시간을 8월 삼복더위에서 그 두꺼운 군복을 입고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분열이 시원치 않으면 제대로 될 때까지 근 한 시간 정도를 또 연병장을 돌며 분열 연습을 해야 한다. 선임들의 갈굼을 당하면서. 이게 그 더위와 그 추위에 할 짓인가. 정말 짜증 난다. 전투부대에서 매달 이런 국기게양식이 웬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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